대구은행, ‘고객 몰래’ 불법 증권계좌 개설 논란
대구은행, ‘고객 몰래’ 불법 증권계좌 개설 논란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3.08.11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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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문서 1000여개 위조… 회사는 늑장대응?
대구은행 본사(사진=연합뉴스)
대구은행 본사(사진=연합뉴스)

[백세경제=김태일 기자] 최근 은행 직원들의 거액 횡령과 부정행위로 사회적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구은행에서 직원들이 고객 몰래 문서를 위조해 1000여개의 계좌를 개설한 사실이 적발됐다. 심지어 대구은행은 이를 인지하고도 곧바로 금융감독원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대구은행 직원들이 고객 문서를 위조해 증권 계좌를 개설했다는 혐의를 인지하고 지난 9일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 대구은행의 일부 지점 직원 수십명은 지난해 고객의 동의 없이 문서를 위조해 1000여건의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은행 직원들은 A 증권사 계좌 개설 신청서를 복사한 후 이를 수정해 B 증권사 계좌를 임의로 개설하는 데 활용했다. 또한, 임의 개설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계좌개설 안내문자(SMS)를 차단하는 방식 등도 동원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고가 금융실명제법 위반, 사문서 위조 등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실명제법상 금융기관은 고객 실명임을 확인한 후에만 금융 거래를 해야 하는데 이를 위반하고 신청서를 위조해 계좌를 개설한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문제는 대구은행이 문제를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고, 지난달 대구은행 영업점들에 공문을 보내 불건전 영업행위를 예방하라고 안내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공문은 고객의 동의 없이 기존 전자문서 결재 건을 복사해 별도의 자필 없이 계좌를 신규 개설하는 것은 불건전 영업행위이므로 실명을 확인한 뒤 전자문서로 직접 고객 자필을 받으라는 내용이다.

금감원의 금융기관 검사·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 제67조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소속 임직원이 ▲금융업무와 관련해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가 있는 경우 ▲위법 또는 부당한 업무처리로 금융기관의 공신력을 저해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에 지체 없이 금융감독원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금감원은 대구은행 검사 과정에서 늑장 보고를 하게 된 경위에 대해 조사를 한 뒤 보고 지연 문제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이날 발표 자료에서 “대구은행이 본 건 사실을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신속히 보고하지 않은 경위를 살펴보고 문제가 있다면 이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구은행 관계자는 “불건전영업행위 의심사례를 발견한 즉시 검사부 자체 특별검사에 착수, 유사사례 전수조사 실시를 통해 사실관계 확인 및 직원별 소명절차 진행 중에 있다”면서 “정상적인 내부통제 절차에 따라 했고, 의도적 보고 지연 및 은폐 등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도경영에 위배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향후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며 “금감원의 검사에 성실히 임하며 제도보완을 통해 유사사례 발생 방지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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