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새만금 잼버리’ 파행 속 조기 철수 … 부실 운영 책임 철저히 따져야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새만금 잼버리’ 파행 속 조기 철수 … 부실 운영 책임 철저히 따져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08.14 09:11
  • 호수 8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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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지영 기자] 전북 부안에서 개막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결국 국제적 망신을 면치 못했다. 폭염과 해충에 따른 각종 질환자가 넘쳐나는데도 주최 측이 사전에 대응하지 못한 탓이다. 

잼버리는 세계스카우트 연맹이 4년마다 개최하는 ‘청소년 국제 야영 대회’이다. 8월 1일부터 12일까지 예정됐던 이번 새만금 잼버리는 152개 나라에서 약 4만3000명이 참가해 역대급 규모로 열렸다.

하지만 폭염 속에 행사가 치러지면서 온열 환자들이 1000명 이상 속출했지만 의료진과 병상 부족으로 방치되다시피 했다. 폭염뿐만이 아니다. 6년의 준비 기간,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한 행사가 맞나 싶게 준비 부족도 드러냈다. 

간척지인 새만금은 햇볕을 피할 나무 한 그루도 없는 곳이다. 8월 초에 야영하는 잼버리를 유치하기에 한계가 많았다. 그럼에도 전라북도는 지난 2015년 강한 열의로 강원도 고성을 누르고 국내 후보지로 선정됐고 2017년 해외 경쟁국도 누르고 유치에 성공했다. 

그러나 유치 열의에 비하면 준비 상태는 실망스럽다. 잼버리 야영장은 농업 용지로 조성돼 여러 차례 침수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실제로 지난달 쏟아진 비로 야영장이 진흙탕으로 변해 텐트를 치기도 어렵고 물구덩이에서 모기가 들끓기도 했다.

이 밖에도 부실한 샤워 시설, 부족한 화장실 등 잼버리 참가 청소년들이 “진짜 생존 게임”이라며 SNS에 올린 실태는 올림픽과 월드컵을 훌륭하게 치러낸 나라가 맞나 싶을 정도다. 

이에 참가국 중 가장 많은 4500여명을 파견한 영국 스카우트 대표단에 이어 미국과 싱가포르 대표단이 야영장에서 철수했다. 미래의 꿈과 모험정신을 길러야 할 잼버리가 이 지경이 됐다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잼버리 야영장 영지에서 성범죄 의혹까지 나왔다. 전북연맹 스카우트 관계자는  “지난 8월 2일 영지 안에서 전북연맹 소속 여성 지도자가 샤워하고 있는 도중에 30~40대로 보이는 태국 남자 지도자가 들어와 발각된 사건이 있었다”며 “조직위원회 측에 조치를 요청했지만 아무 변화가 없다”면서 단체 퇴영을 결정했다. 하지만 조직위와 세계스카우트연맹은 “문화 차이로 성범죄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세계적인 망신거리가 아닐 수 없다.

결국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이와 같은 악재와 다가오는 태풍을 고려해 지난 8월 7일 새만금 야영지에서 3만6500여명의 스카우트 대원들을 조기에 철수시키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잼버리 참가자들은 8개 지자체로 분산 배치됐으며, 공공·민간 기관 시설을 중심으로 숙소 배정을 완료했다. 사실상 잼버리는 끝난 셈이다.

결국 중앙정부가 전면에 나서 수습에 총력을 쏟고 전국의 지자체, 대한불교조계종, 기업체까지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섰다. 

부실한 준비 탓에 파행으로 치달은 새만금 잼버리는 대회를 마친 후 책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거액의 혈세가 적재적소에 제대로 집행됐는지부터 따져보아야 한다. 실제로 조직위원회는 1171억원의 예산 가운데 740억원을 운영비로 썼다고 한다. 

대회장 하수도나 전기 공사, 야영장 설치와 같은 인프라에 쓴 돈은 예산의 3분의 1밖에 안 되니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화장실 청소와 관리비용은 겨우 4500만원, 벌레 방역비 5억원, 그늘막 설치 1억8000만원이었으니 4만명이 넘는 참가자들의 불편은 피할 길이 없었다.

새만금 잼버리 예산 1171억원 중엔 국비 302억원과 지방비 418억원 등 세금이 720억원을 차지했다. 납세자들은 이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알 권리가 있다. 국회 차원이든 감사원 차원이든 용처를 철저히 밝혀야 하며 전·현 정부,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적·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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