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책] 규방의 미친 여자들
[볼만한 책] 규방의 미친 여자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08.14 11:01
  • 호수 8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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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웅 신화의 이야기 구조 자체가 남성 중심의 서사였다는 것을 밝히는 동시에 여성 영웅에게 맞는 새로운 서사 구조를 제안하고 있다. 가족과 나라를 위해 외부의 적에 맞서 용감하게 나서는 것이 남성 영웅의 서사였다면 여성의 곤경은 여자로 태어나는 순간 가족 안에서 시작된다. 앞길을 가로막는 것은 가족과 국가 그 자체이며 이런 조건에서 여성은 영웅이 될 수 없었다. 이 책의 저자는 여성의 생존을 위한 분투 자체를 영웅적 서사로 재배치한다. 바리데기는 여자라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았으나 스스로를 구원하고 자신을 버린 부모를 살린 뒤 스스로 신이 되었다. 이 이야기만큼 신화라는 이름에 걸맞은 서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이 책은 이처럼 생존을 위한 분투를 통해 자신, 나아가 타자와 세계를 구하는 여성 영웅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전혜진/320쪽/1만8000원/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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