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노년층 한번 걸리면 치명타
신종플루 노년층 한번 걸리면 치명타
  • 함문식 기자
  • 승인 2009.08.21 13:04
  • 호수 1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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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경미한 감기 증세라도 즉각 진료받아야”
▲ 신종인플루엔자 감염에 의한 사망자가 두 명째 발생하는 등 신종플루 사태가 중대국면을 맞고 있는 가운데 8월 17일 마포구보건소 직원들이 정부로부터 공급받은 항바이러스제(타미플루)를 약장에 정리하고 있다. 정부는 신종인플루엔자 확산 방지를 위해 비축 중인 531만명 분의 항바이러스제(타미플루)를 시·군·구 보건소 등에 공급하기로 했다.

60대 해외여행 없이 지역사회 감염사망
백신공급 내년초나… 10~11월 최대고비
대중장소 피하고 손 잘 씻는 것이 최선책

최근 국내 신종플루 발병자 수가 하루 100명을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이미 50대 및 60대 2명이 감염으로 사망, 올 가을과 겨울철 면역력이 약한 노년층의 예방대책에 불똥이 떨어졌다.

당국에 따르면 신종플루 증상으로 8월 8일 처음 보건소를 찾은 50대 남성이 일주일만인 15일 사망한 데 이어 60대 여성도 7월 29일 병원을 찾아 하루 만에 인공호흡기 처치를 받을 정도로 악화돼 집중치료를 받다 8월 16일 사망했다.

사망한 50대 남성은 최근 태국 여행 뒤 발열증상을 보였으며, 관절염 외에는 사망에 이를만한 질환이 없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두 번째 사망한 60대 여성은 근래 해외여행을 한 적이 없어 지역사회에서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면서 노년층에 경각심을 주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8월 18일 이들의 진료기록과 역학조사반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두 번째 사망자는 인플루엔자A(H1N1)에 감염돼 발열 등 첫 증세가 나타난 뒤 하루 반 만에 심장에 무리를 받아 심장 근육에 염증을 일으키는 심근염 증세로 발전했다”며 “이후 울혈성 심부전증을 앓았고 이어 폐렴 및 폐부종 합병증이 거의 동시에 진행돼 숨졌다”고 의견을 모았다.
질병관리본부 전병율 전염병대응센터장은 “두 사망자는 모두 닷새 만에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에 이르러 병세악화가 매우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면서 “이는 일선 의료기관의 ‘초기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환자 모두 신종플루로 판명된 이후 치료제로 잘 알려진 ‘타미플루’를 처방했지만, 이미 심각한 합병증이 진행된 상태였기 때문에 별 효과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노년층의 경우 젊은이들보다 훨씬 빠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신종플루에 대한 경계심 없이 가벼운 감기 증세로 오인하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사망자들의 선례를 통해 알 수 있다”며 “경미한 감기 증세라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즉각 진료 받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예방백신이다. 저항력이 떨어지는 노년층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 예방백신이지만 빨라야 추위가 강타하는 내년 1~2월이나 돼야 노인 대상 예방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1930억원의 예산을 들여 전 국민의 27%에 해당하는 1300만명 분의 신종플루 백신을 확보, 11월 이후 접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우선순위를 정해 신종플루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우선순위 대상은 의료계종사자, 군인, 면역력이 약한 노년·아동층 등의 순이다.

현재 정부는 ‘타미플루’ 199만명 분, ‘리렌자’ 48만명 분 등 모두 247만명 분을 비축했고, 오는 12월까지 300만명 분을 추가로 확보해 재고량을 531만명 분까지 늘릴 방침으로 알려졌다.

최근 신종플루 백신 개발에 성공한 녹십자도 연말까지 500만명 분, 내년 2월까지 추가로 100만명 분의 백신을 생산한다는 계획이지만 수율이 떨어져 정상적인 공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 측은 빨라야 내년 1~2월경 쯤 필요한 양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신종플루의 피해가 환절기인 10~11월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일반 인플루엔자에 비해 치사율이 10배에 달하는 신종플루가 노년층을 덮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태다.

설상가상, 예방백신 외에는 신종플루에 대한 확실한 예방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선 의료진들은 노년층의 신종플루 예방법에 대해 “최선의 방법은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고, 음식물 섭취시 반드시 끓여 먹는 것이 좋다”며, “무엇보다 손을 철저히 씻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하고 있다.

함문식 기자 moon@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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