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노인 용변 뒤처리하고 선행 감춰
치매노인 용변 뒤처리하고 선행 감춰
  • 함문식 기자
  • 승인 2009.08.27 15:26
  • 호수 1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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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고·친절사원 훈훈한 감동…"마땅히 할일 했을 뿐"

금호고속 김영순(57) 기사
장거리 고속버스 운전기사가 운행중 용변을 보고 만 치매노인의 뒤처리는 물론, 자신의 선행에 대한 미담마저 감춘 행동이 뒤늦게 밝혀져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금호고속 승무사원인 김영순(57)씨. 더구나 김 씨는 자신의 부인이 최근 위암수술을 받아 마음이 극도로 심란한 상태였다.

지난 8월 11일, 승객 김희진씨는 무안발 광주행 버스를 타고 아버지와 함께 자신의 집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사고’는 나주 정도에 이르러 터졌다. 평소 치매를 앓고 있던 김 씨의 아버지가 갑자기 용변을 보고 만 것.

유리창도 열리지 않는 좁은 버스 안은 금세 냄새로 가득 찼고, 김희진씨는 당황해 어쩔 줄을 몰랐다.

버스를 운전하고 있던 김영순 기사는 상황을 파악하고 즉각 조치에 나섰다. 우선 다른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버스를 갓길로 주차시켰다. 그리고 승객 김 어르신과 함께 버스에서 내려 한적한 곳에서 물과 휴지 등으로 김 어르신의 뒤처리를 했다.

다시 버스에 올라서서는 차 시트를 정리하고, 방향제 등으로 승객들의 불쾌감을 최대한 줄인 뒤 운행이 지연돼 미안하다고 일일이 양해를 구했다. 김영순씨의 이 같은 행동에 승객들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단 한마디 불평도 하지 않았다.

무사히 광주에 도착한 김희진씨는 너무 고마운 마음에 이름이라도 알고 싶었지만, 김영순 기사는 “금호고속을 이용하시는 고객들께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일 뿐”이라며 이름마저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큰 감동을 받은 김희진씨는 금호고속 홈페이지에 이 미담사례를 올렸고, 회사 측이 자체조사한 끝에 20여일 만에 미담의 주인공이 밝혀졌다.
김영순씨는 이번 미담사례가 알려지는 것에 대해 크게 부담스러워 하며 “내 집에 온 손님이 몸이 아파 실례를 했다면, 그것을 손님에게 치우라고 할 것이냐”며 “승무원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알려지는 것 자체가 짐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영순씨는 3년 전 발병한 아내의 위암 때문에 최근까지도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털어놨다.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회사에서조차 아내의 수술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다행히 수술 후 한 달 정도 지난 아내의 건강상태가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김영순씨는 지난 1986년에 금호고속에 입사해 23년째 버스를 운전하고 있으며, 평소 무사고 안전운행은 물론 선행을 몸소 실천해 귀감이 되는 사원이다. 또, 무사고 포상과 친철사원상을 수차례 수상했다고 전했다.

함문식 기자 moon@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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