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수업 멈추고 거리로 나선 교사들… 추락한 교권 바로 세우는 계기 되길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수업 멈추고 거리로 나선 교사들… 추락한 교권 바로 세우는 계기 되길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09.11 09:44
  • 호수 8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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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지영 기자] 교사들의 분노가 온 나라를 뒤덮었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재직 중 숨진 교사를 추모하기 위해 전국의 교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마음으로 함께하는 모두’라는 이름의 교사 모임은 지난 9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7차 주말 집회에 20만명(경찰 추산 10만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전국에서 버스 600대가 올라오고, 제주도 등지에서 1만5000여명의 교사가 항공편으로 상경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들은 국회 정문에서 여의도공원 방향으로 난 8개 차로를 가득 채웠지만 준법 집회가 이뤄지며 불법 행위로 입건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경찰도 기동대 10개 중대(약 800명)의 경력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집회 시작 전 음악 소리가 커 한 차례 기준 이하 소음 유지명령을 내린 게 필요한 조치의 전부였다. 

집회에 참여한 교사들은 동료들의 잇단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최근 서울 양천구와 전북 군산의 초등학교에서 근무한 2명의 교사가 또다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양천구 초등학교 교사는 지난 8월 31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교사는 육아휴직이 끝난 뒤 지난해 2학기에 복직했는데, 올해 6학년 담임을 맡으면서부터 주변에 어려움을 토로해왔다고 한다. 학생들이 교사의 지도에 반항하는 일이 발생하고 교사를 탓하는 학부모의 민원이 제기되면서 정신적으로 힘들어했다는 것이다. 

군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초등학교 교사의 경우, 직장 내 갈등 탓에 힘들어했다는 주장이 교원단체 사이에서 나온다. 두 교사가 왜 죽음에 이르게 됐는지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교사들의 주장이다.

더불어 ▲학생지도를 아동학대로 대응하는 아동복지법 개정 ▲학생·학부모·교육당국 책무성 강화 ▲분리 학생의 교육권 보장 ▲통일된 민원 처리 시스템 개설 등 8개의 정책 요구안을 발표했다. 교육부가 내놓은 교권보호 종합방안에 현장 교사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고, 학교 민원대응팀 등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국 각급 학교 교사들은 또한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인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규정하고 추모 집회에 참여했다. 교사들은 재량휴업과 병가·연가 등을 통해 추모대열에 속속 합류했다.

교육부는 이날 임시 휴업을 실시한 학교 교장이나 특별한 사유 없이 연가·병가를 사용한 교사는 최대 파면·해임까지 가능하고 형사 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교사들은 국회와 각 시·도교육청 등 전국 곳곳에서 추모 집회를 열고 ‘교권 회복’을 주장했다.

한 교사의 죽음을 계기로 망가진 공교육 실태가 비로소 이슈가 된 상황은 유감스럽다. 일부 학생의 무례 및 무법과 함께 진상 학부모의 갑질은 교권은 물론, 인권을 위협하는 흉기로 작용했다. 

교사들의 외침에 귀 기울여보면 특혜를 바라는 것도, 이기적인 것도 아니다. 그저 상식선에서 책임감과 소신을 갖고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싶다는 바람을 표현하고 있다. 

지금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교사들의 억울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추모 집회의 물리적 대응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교사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부족한 해법들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교권이 바로 서야 교사의 책임감과 사명감이 고취되고 비로소 공교육 정상화가 가능해진다. 교육 당국과 정치권, 학교와 교사, 학생과 학부모 등 모든 이해당사자가 그 주역이다. 그래야 ‘학교가 멈춘 하루’를 교육 정상화의 출발점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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