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태호 대한노인회 서울 구로구지회장 “노인들 달라고만 하지 말고 베풀기도 해야”
함태호 대한노인회 서울 구로구지회장 “노인들 달라고만 하지 말고 베풀기도 해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09.11 10:41
  • 호수 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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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서 20여일 짧은 기간에 1200여 만원 모아 강릉산불피해 등 성금 전달

경로당분쟁조정위원회·복지연구회 등 구성… 노인복지증진의 새 전기 마련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노인복지증진의 지름길을 훤히 내다보는 대한노인회 지회가 있다. 서울 구로구지회(지회장 함태호·80)는 ‘복지연구회’를 만들어 회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복지사업을 구상하고, 경로당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해 경로당 내의 크고 작은 민원을 슬기롭게 해결해나가고 있다. 

함태호 지회장은 경로당분쟁조정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노인은 자기 의견이 강해 사소한 일로 갈등을 빚곤 한다”며 “경로당에서 노인들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에서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구로구지회는 올해부터 경로당 회장 활동비를 지급하고, 경로당지도자워크숍에 총무들까지 참여시키는 등 회원들에 대한 처우개선과 사기진작에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지난 9월 4일 서울 구로구 새말로에 위치한 지회 사무실에서 함 지회장을 만나 획기적인 지회 운영과 그에 따른 성과 등을 들었다.   

구로구 인구는 39만4800여명, 노인인구는 7만5000여명이다. 구로구지회에는  202개 경로당, 회원 1만8825명이 있다. 

함태호 지회장은 서울시의회 5대 의원, 한국자유총연맹 중앙회 운영위원, 구로구 시설관리공단 이사 등을 지냈다. 지난 2022년 3월에 실시한 16대 구로구지회장 선거에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 

-‘복지연구회’는 어떤 기구인가.

“취임 직후 자체적으로 복지 향상 방안을 연구해 우리 나름대로 (복지를) 누리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경로당 회장을 임원으로 하고 그분들이 실질적으로 운영에도 참여한다. 예산(200만원)도 세워놓았다. 지금까지 연구회는 ▷경로당 회장 활동비 문제 및 서울시 각 구청 별 활동비 지급 사례 ▷노인복지증진에 대한 연구 ▷노인일자리 중 주방도우미 문제 등을 논의했다.”

-복지연구회 첫 번째 안건인 경로당 회장 활동비를 해결한 셈이다.

“작년에 조례를 제정해 올해부터 경로당 회장들에게 매달 5만원씩 활동비를 지급하고 있다.”

-조례에 의거해 활동비를 지원하는 지회는 많지 않은데.

“그렇다. 지원 근거 없이 편의 상 명목으로 지원할 경우 회원들 사이에 불만이 나올 수 있다. 그런 점을 불식시키기 위해 우리는 조례로 명문화를 했다. 구청장에게 협조를 구하고, 구의회 복지위원장 등과 수차례 접촉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타 지회에서 우리 경우를 참고하는 것으로 안다. 어려운 구청 살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도와주신 구청장과 구의회 의장, 의원들께 특별히 감사 말씀을 드린다.”

-복지연구회가 경로당중식도우미 문제도 논의했다는데.

“구청에서 지원해주는 중식도우미와 경로당 회원들 간 소통이 잘 안 될 때가 있다. 경로당 실정을 잘 아는 지회로 사업을 가져와 회원 중에서 노인일자리로 대체해 효율적으로 운영 중이다. 올해 노인일자리 참여자는 총 430명이고, 4명의 전담직원이 담당하고 있다.”

구로구지회의 중식도우미는 경로당 청소까지 맡아하고 있으며, 점심을 거의 매일 제공하는 경로당에는 한 명 이상의 중식도우미가 지원된다.

함태호 구로구지회장(중앙에 앉은 이)과 직원들이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함 지회장 오른편이 손용식 사무국장.
함태호 구로구지회장(중앙에 앉은 이)과 직원들이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함 지회장 오른편이 손용식 사무국장.

-경로당분쟁조정위원회 구성은 신선하게 들린다.

“경로당 내 분쟁 대부분이 사소한 데서 기인한다. 가령 점심에 무얼 적게 줬느니, (많지도 않은)경로당 운영비를 사적으로 썼느니 등등. 경로당 민원에 지회가 뒤에서 일일이 관여하는 것도 그렇고, 젊은 직원이 나서기보다는 정서적으로 유대감이 있는 노인들끼리 스스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과거 사법 쪽에 활동했던 경로당 회장을 위원장으로 모시고 세 분에게 위촉장을 드렸다. 위원회는 대한노인회 정관 및 운영 규정과 사회통념을 바탕으로 공정하게 처리하고 조정해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경로당 총무의 위상에도 변화가 있다.

“실제로 경로당 총무들이 많은 수고를 한다. 지회가 1년에 한 번, 회장을 대상으로 한 경로당지도자워크숍에 총무까지 참여시켜 두 번을 실시한다. 구청에서 그에 따른 예산을 지원해줘 올해 상반기 워크숍은 버스 5대를 동원해 독립기념관 일대를 돌아봤다. 어르신들 호응이 아주 좋다.” 

-구청에서 노인회에 대한 협조가 잘 되는 것 같다.

“구청장의 기본적인 마인드가 어르신을 우선시 하는 것이다. 지회 직원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고 챙겨줘 고마운 마음이다.”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대체로 좋은 편이다. 경로당이 최소 100평은 돼야 프로그램도 하고, 어르신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일부 비좁은 구립경로당 문제를 개선해나가는 중이다. 전체 경로당 중 70%가 아파트경로당이다.”

-노인대학은 어디서 진행하는지.

“200명을 수용하는 지회 강당에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으로 운영 중이다. 지회 사무실 공간이 넓다. 서울의 여타 지회에서 부러워할 정도다. 그리고 ‘찾아가는 인문학 강의’라고 해서, 노인대학장이 시설이 넓고 좋은 장소를 택해 그곳에서 진행하기도 한다.” 

함 지회장과 인터뷰를 하는 동안 강당 쪽에서 끊임없이 국악이 흘러나왔다. 인터뷰 자리에 배석한 손용식 사무국장은 “한국춤을 월·수요일에 하고, 구청으로부터 노인복지기금사업 예산을 받아 ‘노래교실’도 열고 있다”며 “특히 어르신들 사이에 바리스타교육이 인기”라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의원을 지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라면.

“사유지였던 신도림역과 개봉역의 부지를 매입해 각각 교통광장과 북측광장으로 조성해 구민들의 교통 불편을 덜어주었다. 만약 당시 관련자들의 유혹에 넘어가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구민들의 이어지는 불평에 이 시간에도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이다(웃음).”     

함태호 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지난 5월에 강릉산불 피해가 났을 때 경로당에서 성금을 모아 강릉시에 전달하고 일부는 튀르키예 지진 돕기에 보탰다“며 ”한 달도 안 된 짧은 기간에 적지 않은 금액(1240만5800원)을 모아준 경로당 회원들께 거듭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이 달라고만 하지 말고 가진 걸 베풀기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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