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色이야기 44] ‘녹색 저고리에 황색 치마’는 상‧하가 뒤바뀐 것
[한국의 전통色이야기 44] ‘녹색 저고리에 황색 치마’는 상‧하가 뒤바뀐 것
  •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 승인 2023.09.11 13:13
  • 호수 8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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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의황상(綠衣黃裳)

복색에서 황색은 정색으로서 높은 품직의 색이고, 녹색은 간색으로서 최하위의 복색이다. 

여자의 옷으로 말하면 황색 저고리에 녹색 치마라야 오행의 이치에 맞는데, 녹색저고리(綠衣‧녹의)에 황색치마(黃裳‧황상)는 상‧하가 뒤바뀐 것을 말한다. 

복색에서 상의는 정색(正色)을 사용하고, 하의는 간색(間色)을 사용한다는 『예기(禮記)』의 ‘의정(衣正)-상간(裳間)’의 원칙이 뒤바뀐 것으로서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에는 『시경(詩經)』의 ‘綠兮衣兮-綠衣黃裳’(녹혜의혜-녹의황상) 이라는 구절에 대해서 주강(晝講)이나 경연(經筵), 진강(進講)에서 임금과 신하들이 ‘녹의황상(綠衣黃裳)’의 의미를 여러 가지로 해석한 내용으로 기록되어 있다. 

녹색은 ‘천한 것’ 의미

녹(綠)색은 간색으로서 천한 색깔을 가리키며, 천한 색깔의 녹색이 윗옷이 되는 것(綠衣)은 천한 첩이 본처보다 남편의 사랑을 받고 있음을 비유한 것이고, 나아가 귀(貴)-천(賤), 상(上)-하(下), 정(正)-사(邪)가 뒤바뀐 것을 비유한 것이다. 

◎투기하지 않는 부인의 행동을 현숙하다고 한다. (......) 녹의(綠衣)가 변한 것은 충분히 천고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는데 사악하고 아첨하는 행동이 군주의 마음을 미혹하여 재앙의 빌미를 만드는 자가 세상에 끊이지 않으니 이것이야 말로 이른바 난리(亂)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부인으로부터 생긴다는 것이다. 비록 존귀한 정실이라도 아래로 덕을 베푸는 것이 당연한데, 소인 무리처럼 질투하는 마음을 가져서야.<연산 10년> 

◎성색(聲色: 여색)을 경계하시고 요행을 멀리해야 합니다. 『시경』에 ’녹의(綠衣)-황상(黃裳)’이라 하였는데 예로부터 보드랍고 아름다운 것이 사람의 마음을 쏠리게 하는 것은 비천한 것 중에서 많이 나왔으며 거기에 탐닉하여 돌아오지 못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 신분이 천한 여자도 또한 제왕의 거처에 올랐습니다. (......) 상의(衣: 저고리)와 하상(裳: 치마)의 질서가 혼미해져도 깨닫지 못해 끝내 없어지게 되니 어찌 깊이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중종 12년> 

◎녹의(綠衣: 녹색 옷)-황리(黃裏: 황색 안감)는 군신(君臣)의 도리도 부부 사이와 다르지 않음을 말합니다. 가령 현자가 재야에 있고 소인이 관직에 있다면 어찌 뒤바뀐 것을 한탄하지 않겠습니까.<영조 7년> 

◎천한 첩이 지위가 높고 이름이 드러나는 것은 천한 첩의 죄가 아닙니다. 장공(莊公)이 덕을 잃은 것입니다. (......) 의(衣)-상(裳)의 제도로 역시 귀한 것은 정색(正色), 천한 것은 간색(間色)임을 알 수 있습니다.<순조 10년> 

◎녹의(綠衣)-황리(黃裏)는 존비의 위치가 변한 것을 비유한 것으로서 처와 첩이 뒤바뀐 것인데 그 기본을 헤아려 보면 실제로 장공(莊公)이 지아비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 데에 기인합니다. 대체로 제가치국(齊家治國)의 요체는 오직 각각 그 도리를 다하는 데에 있습니다.<순조 13년> 

녹의황상(綠衣黃裳)은 오늘날에도 귀담아 들어야 할 경구가 아닐 수 없다.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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