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에 3000평 규모 1970년대 마을 ‘돈의문박물관마을’ 가보니
서울 서대문에 3000평 규모 1970년대 마을 ‘돈의문박물관마을’ 가보니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9.11 14:37
  • 호수 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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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문박물관마을은 1970년대 서울 풍경을 재현해 놓은 다양한 공간을 통해 옛 향수를 일으키게 한다. 사진은 박물관마을에 재현해 놓은 옛 주택
돈의문박물관마을은 1970년대 서울 풍경을 재현해 놓은 다양한 공간을 통해 옛 향수를 일으키게 한다. 사진은 박물관마을에 재현해 놓은 옛 주택

철거대상 옛 마을 보존… 2019년 새단장 후 누적 100만 관람객 방문

1970~80년대 이발소‧오락실‧만화방‧문방구‧여관 등 도시 풍경 재현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지난 9월 5일, 서울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4번 출구로 나오자 고층빌딩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나온 방향 그대로 걸어 4‧19혁명기념도서관을 지나쳐 200미터 갸랑을 더 걸어가니 왼쪽에 ‘돈의문박물관마을’이라는 간판과 함께 계단이 나왔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토끼굴을 연상시키는 계단을 올라가니 마침 빌딩숲이 사라지고 1970년대 서울의 마을 풍경이 나타났다. 마치 시간여행을 하듯 어르신들의 청년 시절 서울 풍경을 재현한 ‘돈의문박물관마을’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색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서대문의 옛 명칭인 ‘돈의문’에서 따온 이곳은 3000평(약 1만㎡) 규모의 마을을 통째로 박물관으로 만들었다. 한양도성의 서쪽 큰 문이었던 돈의문은 새문안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1915년 일제에 의해 철거돼 이야기로만 전해져 왔다. 당시 ‘새문안 동네’(돈의문박물관마을의 옛 이름)는 196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 과외방 밀집지역이었다가 이후 골목식당들로 유명세를 떨친 곳이기도 하다.

2003년 뉴타운으로 지정되면서 철거 예정이었던 새문안 동네는 모든 건물을 허물고 근린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015년 오래된 주택과 좁은 골목 등 옛 새문안 동네의 모습을 그대로 남겨 두고 동네의 원형을 유지하는 서울형 도시재생방식을 선택하면서 마을 전체가 박물관으로 재탄생했다. 

현재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한옥 시설과 옛날 드라마처럼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한 복고풍 공간 등 다양한 체험 시설과 볼거리가 있다. 마을전시관, 한옥체험관 등으로 구성돼 있고 1년 내내 전시, 행사, 체험 등이 열리는 시민참여형 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건물이 30여개에 달해 헷갈릴 수 있지만 곳곳에 마을지도를 부착해 현위치를 알려줘 불편함을 줄였다.

지난 7월에는 여름방학을 맞아 어르신 세대가 어릴 때 뛰어놀던 추억의 공간인 초등학교 교실과 학교 앞 문방구를 콘셉트로 한 전시관 ‘돈의문학교 3-1반’과 ‘돈의문방구’를 새롭게 개관했다. ‘돈의문학교 3-1반’에는 어르신 세대에게 친숙한 양은 도시락과 연탄난로 그리고 그 시절 작은 의자와 옛날 가방 등 추억의 물품이 가득차 있다. 

‘돈의문방구’에는 역시 어렸을 적 등굣길 문방구에서 봤을 추억 속 간식과 문구류를 볼 수 있다. ‘아폴로’, ‘꾀돌이’, ‘논두렁’ 등 불량식품으로 불렸던 추억의 간식부터 ‘행글라이더’, ‘과학상자’, ‘리코더’ 등 학창시절에 문방구에서 구매했던 물품이 전시돼 있다.

또 생활사전시관에서는 1960 ~1980년대에 서민들의 삶을 재현해 놓았다. 요즘에 볼 수 없는 그 당시의 자개장, 부뚜막, 달력, 벽시계, 벽에 걸린 교복과 교련복, 교과서와 잡지 등을 볼 수 있다. 

추억의 영화를 볼 수 있는 새문안극장도 눈길을 끈다. 이제는 완전히 사라진 그림 간판 등 옛 영화관의 모습을 재현한 데다가 실제 영화관 2층에서는 그 당시 유명했던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매표소에 붙은 1980년대 전후 영화 관람 요금인 600원은 옛 향수와 함께 물가 변화를 체감하게 한다.  

또한 새문안 만화방과 ‘돈의문 콤퓨타게임장’도 관람객들이 많이 찾는 장소다. 1층 오락실에서는 1980년대 테트리스, 갤러그, 스트리트 파이터 등 추억의 게임을 무료로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또 만화방으로 꾸며 놓은 2층에서는 1950년대 출시된 ‘코주부 삼국지’ 만화부터 1990년대 영심이까지 추억의 만화책이 진열된 것을 볼 수 있다. 

석호필이라는 한국 이름으로 더 유명한 선교사 프랭크 스코필드 박사를 기념하는 공간도 있다. 스코필드기념관은 1919년 3.1만세운동 장면을 사진으로 담아 해외에 알려, 민족대표 34인으로도 불리는 스코필드 박사 관련 자료를 소개한다.

이와 함께 1960~1970년대 이발소를 재현한 삼거리 이용원, 결혼식장 분위기의 스튜디오로 꾸며진 서대문 사진관, 서민들이 자주 애용했던 숙박시설인 서대문여관 등도 옛 정취를 느끼게 한다. 

한편, 돈의문박물관마을은 가을을 맞아 9월 격주 토요일(2일, 16일, 30일)에 총 3회에 걸쳐 ‘돈의문골목시장’을 진행한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의 특색있는 골목과 공간을 거닐며 다양한 상품과 공연 등 풍성한 이벤트를 만날 수 있다. 수공예품과 먹거리 등 20여 팀의 전문 판매자와 사전 신청을 받아 시민들이 직접 물건을 판매할 수 있는 중고 장터인 ‘다시 장터’가 함께해 돈의문박물관마을의 골목 곳곳을 가득 채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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