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용한 대한노인회 경기 성남시수정구지회장 “법과 원칙에 따라 지회 운영…경로당 환경 개선이 가장 시급해”
황용한 대한노인회 경기 성남시수정구지회장 “법과 원칙에 따라 지회 운영…경로당 환경 개선이 가장 시급해”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10.10 10:07
  • 호수 8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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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별 이사회·노인대학 학칙 제정·여성소통위원회 구성 등 획기적 지회 운영

경로당 회장 활동비·경로당 운영비 인상, 프로그램 강사 처우 개선 등 성과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법과 원칙에 따라 지회를 운영한다.”

황용한(75) 대한노인회 경기 성남시수정구지회장에게 ‘앞으로 지회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묻자 나온 답변이다. 황 지회장의 이 같은 소신과 철학으로 수정구지회는 하루하루 일신(日新)하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 중 하나가 ‘권역별 이사회 및 간담회’이다. 

황 지회장은 “경로당 회장 시절 하루 시간을 내 이사회에 참석했지만 회의 내용이 반복되는데다 점심식사까지 겹치는 바람에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걸 느꼈다”며 “오후 시간에 이사 등 임원들이 관내에서 가장 큰 경로당에 모여 안건을 논의하고, 각종 현안에 대해 자유롭게 의사 개진을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효율성을 중시한 ‘선택’과 ‘집중’이다.

실제로 지난 8월 24일 산성역 포레스티아경로당에서 열린 제4차 이사회 및 제1권역(신흥동 지역) 간담회에선 12명의 이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노인대학 학칙 제정, 여성소통위원회 구성 등과 같은 안건이 심도 있게 논의되기도 했다.

경기 성남시 수정구 인구는 23만552명, 노인인구는 3만6000여명이다. 성남시수정구지회에는 95개 경로당, 회원 4700여명이 있다. 황용한 지회장은 경희대 법대를 졸업하고 국가안보기관에서 근무했다. 진천군 민간협력 서울사무소장, 성남시아파트입주자대표협의회 연합회장 등을 역임했다. 대한노인회 위례산마루경로당 회장을 거쳐 2023년 4월에 수정구지회장에 취임했다.

황용한 경기 성남시수성구지회장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임영완 사무국장.
황용한 경기 성남시수성구지회장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임영완 사무국장.

-노인대학 학칙도 만들었다고.

“노인대학을 사랑방 출입하듯 하는 건 용납이 안 된다. 초등학교도 학칙이 있는데 국가의 보조를 받는 노인대학이 학칙 없이 운영될 수 없다고 봤다. 정치학 박사인 경로당 회장에게 학칙 초안 작성을 부탁했고, 그것을 가지고 이사회에서 논의 중이다. 조직과 운영 등에 필요한 기본 사항 등을 정하고, 체계적이고 양질의 커리큘럼 제공에 대해서도 활발히 논의 중이지만 여전히 미진하다. 노인대학장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말을 하더라.”

-학칙 내용이 궁금하다.  

“퇴학 조치를 내릴 때 근거에 의해야지 무조건 나오지 말라고 하면 수긍을 안 한다. 예컨대 1개월 이상 무단 결근자, 품행이 단정치 못하거나 교육에 불성실한 자, 민원을 야기한 자에 대해선 퇴학 조치 할 수 있도록 규정을 두었다.”

-여성소통위원회는 처음 듣는 기구이다.

“경로당 회원 대부분이 여성이고 경로당 회장 중 상당수가 여성이다. 여성 회원만의 특별한 요구나 불편한 부분이 있을 것 같아 그런 부분을 해소하기 위한 취지에서 5명의 위원을 두고 분기별로 모임을 갖기로 했다.”

-위원장은 어떤 분이 좋을까.

“아무래도 경로당 경력도 있고 학력이 있는 분이 회원들에게 전달도 잘 할 것 같다.”

-경로당 프로그램 강사들의 간담회도 신선하게 들린다.

“요즘 학력도 높고, 새로운 생각을 가지고 경로당에 오시는 분이 많다. 과거 화투나 치던 경로당 분위기나, 프로그램 수준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경로당을 떠나게 마련이다. 건강보험 등 여러 기관·단체에서 노래·안마·컴퓨터 강사를 지원해주는데 (지회에)처음 와서 그분들 얼굴조차 몰랐다. 지난 9월 초 하반기 경로당 강사 간담회를 열어 소개하는 시간도 갖고 상반기 프로그램 결산 및 하반기 프로그램 진행 계획에 대한 토론을 했고, 프로그램 질도 높여줄 것을 부탁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올해 처음으로 시행 예정인 작품 발표회와 관련된 내용도 논의됐다. 황 지회장은 시에 건의해 프로그램 강사비도 올해부터 시간 당 5000원씩 인상해주었다고 한다.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아파트경로당이 35% 정도이고 나머지가 주택형경로당이다. 일부 경로당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 재개발에 묶여 천정에서 비가 새도 고쳐줄 생각을 안 한다. 선거공약에서 밝혔듯이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대한노인회와 인연은.

“아파트단지 주차장에서 우연히 길을 잃고 헤매는 노인과 마주쳤다. 요즘 새로 짓는 아파트는 지하로 차를 다니게 해 처음 방문자는 출입구조차 찾지를 못한다. 이분이 집을 찾아가는데 도와드렸고, 그때 노인을 위해 이런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나중에 보니 내가 한 일이 바로 ‘치매 파트너’였던 것이다(웃음). 물론 그분은 치매가 아니었지만. 새 아파트에 경로당을 개설하면서 회장을 맡았다.”

-경로당 회장 시절을 돌이켜보면.

“경로당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먼저 열악한 환경에 놀랐고, 다음으로 경로당 회장들이 무보수로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황 지회장은 일찍이 경로당 회장 시절부터 성남시청, 시의회,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경로당 급식도우미 처우 개선, 경로당 회장 수당 지급, 경로당 운영비 인상 등 경로당 환경 개선 및 복지 향상을 요구하는 내용의 질의·건의·민원서 등을 줄기차게 넣었다. 특히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보조금 경로당 회비 사용 등에 대해서 대한노인회 중앙회, 시청 등에 질의·건의하기도 했다.

황 지회장은 “시청과 구청에 똑같은 질의를 하자 서로 다른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며 “나중에는 ‘민원쟁이’라고 불리기까지 했다”며 웃었다.

성남시는 현재 경로당 회장 활동비를 지원해주고 있다. 수정구지회의 경로당 운영비도 월 10만원씩 인상됐다. 따라서 오늘날과 같은 앞선 노인복지가 있기까지 황 지회장의 남다른 노력과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지회장 취임식에 참석한 국회의원이 ‘황 지회장의 요구가 많을 것 같아 지금부터 준비 중’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 국회의원이 대학 후배라는 사실을 최근에 알았다. 선거 때만 되면 정치인들이 경로당에 얼굴을 비친다. 예로부터 빈손으로 어르신을 찾아뵙지 않는 법이라는 말을 해주기도 했다.”

-경기연합회 분할 문제가 종종 거론된다.

“지역이 광범위해 조직의 효율성에 문제가 많다. 예컨대 동두천에서 연합회가 소재한 수원을 다녀오려면 하루가 온전히 소요된다. 경기 북부와 남부로 나누는 게 바람직하다.”

황용한 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나태주 시인의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란 시 ‘풀꽃’을 인용하며 “어르신들이 세상을, 아래 사람을 그렇게 바라볼 때 비로소 노인이 존경 받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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