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젊은 아프리카의 성공조건 / 서상목
[백세시대 금요칼럼] 젊은 아프리카의 성공조건 / 서상목
  • 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ICSW) 회장
  • 승인 2023.10.16 11:42
  • 호수 8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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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ICSW) 회장
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ICSW) 회장

보츠와나와 나미비아는

아프리카 국가 중 성공한 모델

타국과 달리 정치적 안정 이루고 

합리적 경제사회정책 추진

분배 개선이 향후의 최대과제

필자와 아프리카와의 인연은 1974년에 시작됐다. 국토 크기가 프랑스와 같으나 대부분이 사막이라서 인구는 250만명에 불과한 보츠와나는 1966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세계은행 회원국이 되었는데, 그 첫 번째 경제조사단에 당시 세계은행 신입사원이었던 필자가 참여하게 된 것이다. 

다이아몬드는 물론 석탄, 구리, 니켈 등 지하자원이 풍부하고 광활한 목초지에 소 사육으로 쇠고기와 우유, 가죽 등을 수출하는 보츠와나는 정치안정과 정부의 현명한 경제사회정책에 힘입어 꾸준한 경제성장을 달성함으로써, 지금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가 넘는 아프리카에서 몇 안 되는 중진국으로 발전했다.

그로부터 거의 50년 후인 지난 9월 말 필자는 국제사회복지협의회(ICSW)가 주최하는 ‘아프리카의 사회정책과 사회보장’에 관한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보츠와나와 경제사회적 여건이 거의 같고 지리적으로도 이웃인 나미비아의 수도 빈트훅(Windhoek)을 방문했다. 

나미비아는 원래 독일의 식민지였으나 1915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흡수됐다가 1990년에 독립했다. 나미비아는 국토면적이나 인구 크기는 물론 경제구조도 보츠와나와 쌍둥이라고 할 정도로 유사하다. 나미비아 역시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정부가 비교적 합리적 경제사회정책을 펼친 결과 1인당 국민소득이 거의 1만 달러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채택된 ‘빈트훅 선언’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첫째는 빈곤퇴치를 위한 사회안전망은 아프리카에서도 매우 중요한 사회정책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남아프리카 정치인 넬슨 만델라의 “빈곤퇴치는 자선이 아니라 정의의 문제이다”라는 연설과 맥을 같이한다고 하겠다. 

사회안정망 정책은 다른 사회정책과 연계되어 전 정부적으로 추진돼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또한 정책 수립 및 집행 과정에 시민들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번 국제심포지엄에서 두 번째로 강조된 사항은 사회복지 분야에서도 정책 및 사업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강조하는 ‘스마트복지’ 개념을 도입하고 이를 확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회복지 분야에서 ICT를 최대한 활용하고, 복지와 일자리를 연계함은 물론 효과적인 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데 참석자 모두가 합의했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는 ‘스마트복지’의 성공사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확산시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또한 복지전문가는 물론 복지수혜자 모두를 대상으로 ICT교육을 강화해 효율성 증대와 더불어 디지털 격차 축소를 동시에 도모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번 국제심포지엄에서의 세 번째 과제는 현재 유엔이 추진하고 있는 ‘2025년 세계사회개발정상회의(2025 Social Summit)’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선언하는 것이었다. 1995년 사상 처음으로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Social Summit’은 국제사회에서 국가경영 패러다임이 성장과 분배 그리고 경제발전과 사회개발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전환되는 역사적 전환점이 됐다. 

그 후 3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그간의 성과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향후 30년간 유엔이 지향하는 정책 방향을 재설정하는 것이 ‘2025 Social Summit’을 개최해야 하는 이유이다.

나미비아와 보츠와나의 성공사례를 지켜보면서, 그 원인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은 독립과 더불어 일찍이 법치주의에 대한 전통이 확립되었다는 사실이다. 수단, 에티오피아 등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집권세력의 독재와 인종 간 갈등으로 정치사회적으로 대혼란을 겪고 있지만, 나미비아와 보츠와나는 민주적으로 정권이 수립 및 교체되고 인종 간 갈등과 분쟁도 나름 평화적으로 해결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합리적 경제사회정책의 수립과 추진이다. 예를 들어, 나미비아 정부는 일찍이 모든 60세 이상 노인에게 무갹출 연금과 더불어 모든 가구에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이번 ICSW 국제심포지엄을 나미비아가 주관한 것 역시 합리적 사회정책을 추구하려는 나미비아 정부의 의지 표명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미비아와 보츠와나는 분배상황이 세계최악이라는 치명적 취약점을 안고 있다. 필자는 1974년 당시 보츠와나의 소득분배를 추계한 결과 심각한 분배상황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정책당국의 적극적 노력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광업 및 목축업의 주체가 백인들이고 다수의 원주민들은 생계에 필요한 농토나 기술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분배구조가 개선되기 어려운 취약점을 안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농지를 매입해 이를 원주민에게 무상으로 나누어 주고, 백인이 운영하는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하는 새로운 관행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머지않은 장래에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와 같은 경제적 기적이 젊고 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에서도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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