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경 보아스골든케어 원장 “부모님 간병할 공간 찾다 직접 요양원 지었다”
임수경 보아스골든케어 원장 “부모님 간병할 공간 찾다 직접 요양원 지었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10.23 10:16
  • 호수 8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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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민간 요양원… 160명 간호사·요양보호사가 237명 어르신 돌봐 

물리치료실·노래교실·텃밭 등 노인 운동·인지·정서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불친절하고 비위생적이라 여겨 직접 식당 개업을 하는 사람이 있듯이 원하는 노인 돌봄 환경을 찾지 못해 요양원을 차린 화제의 인물이 있다. 

10월 13일, 임수경(62) 보아스골든케어 원장은 “2018년 퇴직하고 대학병원과 요양병원, 재활병원을 옮겨 다니며 부모님 간병을 해왔다”며 “부모님을 편하게 모실 수 있는 공간을 찾지 못해 고심하던 끝에 내가 한 번 그런 환경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요양원을 지었다”고 말했다. 

이어 “네 형제가 월 700~800만원씩 들어가는 비용을 분담하는 것도 부담이 되긴 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일산동구 견달산에 자리한 보아스골든케어는 리조트처럼 규모가 크고 고급스러워 보였다. 2020년 4월에 문을 연 요양원은 연건평 3000평에 4층 건물 3동이 일렬로 붙어 있다. 침상이 250개로 민간으로선 국내 최대 규모다. 임 원장의 부모를 비롯 67~104세의 노인 237명이 160명 간호사, 요양보호사들의 돌봄을 받고 있다.

임수경 원장은 여성으로선 보기 드문 IT(정보통신) 전문가이다. 고려대 산업공학과를 나와 KAIST에서 산업공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전산원, LG CNS, KT 등에서 일했다. 국세청 첫 여성국장, 한전KDN 첫 여성사장, 광주과학기술원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요양원 내부도 널찍하고 깨끗하다.

“입소 어르신들이 옥상공원에서 견달산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책하고 텃밭을 일구며 건강하게 하루를 보내고 계신다. 노인의 건강과 정서 상태에 따라 운동·인지·정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색칠놀이를 하거나 노래교실에서 율동도 하고 노래도 부른다. 반찬은 공동조리실에서 제공하지만 내 집이라는 느낌을 갖도록 밥은 거실마다 따로 짓는다. 입맛이 없는 분은 밥 짓는 내음과 소리에 식욕이 돋기도 한다.”

-요양원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아 좋은 것 같다.

“여러 요양원을 찾아가보고 우리 나름대로 컨셉트를 잡고 만든 곳이다. 어르신들의 운동량,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 물리치료실(100평)을 크게 만들었고, 휠체어 두 대가 교차할 수 있게 복도를 넓게 했다. 천정을 높게 해 공기순환이 잘 되고, 어디서나 햇빛이 들어오도록 했다. 그리고 신앙을 가진 분들을 돕기 위해 예배당도 만들었다.”

완벽을 추구하느라 설계만 14번을 고쳤다. 남자마을, 여자마을로 구분해놓았고 부부가 함께 거주하는 공간도 있다.

-부모님도 이곳 생활에 만족해할 것 같다.

“부모님이 같이 계신 것만도 좋고, 딸이 만든 공간에서 지내시게 된 것에도 감사한 마음이다. 부모님은 하루에 두 번 산책하시고, 한 번 물리치료 받으시고, 때때로 노래교실에도 나가신다.”

-어떻게 이렇게 큰일을 벌이게 됐나.

“부모님을 잘 모셔야겠다는 간절함 때문이다. 15년 전 어머니(당시 72세)가 뇌경색이 되고 갈만 한 곳을 찾았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다. 아버지는 ‘괜찮다’고 하셨지만 어머니가 저렇게 되니까 아버지는 삶을 다 포기해 버리시다시피 하셨다. 4년 뒤 아버지마저 뇌출혈로 쓰러지셨다. 예전처럼 두 분이 손을 잡고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드리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부모님을 보면서 ‘우리는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부모님은 우리 형제들이 있어서 그래도 괜찮았지만 우리가 그렇게 되면, 어차피 아이들에겐 못 맡길 텐데, 갈 곳이 있어야 했다.”

노래교실에서 흥겨운 시간을 갖고 있다. 노래, 그림그리기, 간식먹기 등 나름대로 시간을 보내는 어르신들.

요양원 운영해보니 어떠신가.

“매일 아침 어르신들과의 소통이 즐겁기만 하다. 노후에 할 일도 생겼고, 우리 가족이 마지막에 돌아와 살 곳도 얻었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형제나 친구들도 ‘더 나이 들고 아프면 갈 곳이 있어 든든하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입소한 노인이 총 몇 명인가.

“400여 명 어르신을 돌봤다. 개원 당시 입소했던 여성 어르신이 아직 계신다. 여기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 치매가 확산되면서 나이 어린 분도 오고 90세 어르신도 온다. 여기 계시다 병원에 가신 분도 있고, 여기서 돌아가신 분도 있다.”   

-기억에 남는 노인은.

“99세 여성 어르신이 두 번 들어오셨다. 두 번째는 못 오실 줄 알았다. 여기 계시다 담석 제거 수술을 받으러 병원에 갔으나 연세가 많아 수술을 받지 못하고 그냥 돌아오셨다. 그날 밤 고열과 통증이 심해져 다시 병원에 들어가 수술을 받았다. 다시 이곳에 들어오고 싶어 했으나 우리로선 쉽지 않았다. 여기는 의사가 없어 받을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르신이 ‘여기가 내 집인데 어딜 가느냐, 지금 죽어도 여기서 죽겠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고, 아드님도 수용해 모시게 됐다. 회복도 됐고 잘 계신다.”

경기도 일산동구 견달산 아래에 위치한 보아스골든케어.
경기도 일산동구 견달산 아래에 위치한 보아스골든케어. 연건평 3000평에 4층 건물 3동으로 규모가 크다.

-통제하고 결박도 한다는 등 요양원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기도 한데.

“다양한 질병을 가진 분들이 공동생활을 하는 곳이라 안전을 위해선 어느 정도 통제가 불가피하다. 결박은 아니고, 예를 들면 골절된 어르신이 그 사실을 잊은 채 침대에서 내려오다 2차 사고를 당한다. 그런 걸 막기 위해 보호자에게 알리고 침대 식탁과 난간을 묶어놓는 것이다.”  

-‘백세시대’ 신문 독자에게 조언한다면.

“요양원에 안 가는 게 가장 좋다. 70대는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나는 평생 안 아플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아플 때를 대비해야 한다. 자식이 어떻게 해주겠지 하겠지만 그건 아니다.”

-여성 CEO 등 경력이 화려하다. 

“한전KDN은 한전그룹 11개 계열사에 IT서비스 운영을 총괄하는 회사다. 아주 어려웠던 시절에 입사해 매출을 두 배(6000억원) 이상 만들어놓고 나왔다.”

-앞으로의 바람이라면.

“노년의 삶이 삶인 채로 존재할 수 있는 ‘보아스’라는 공동체가 여기 실재하고, 그 공동체의 가능성에 관해 얘기하기 위해 최근에 책(‘우리 부모님은 요양원에 사십니다’)을 펴내기도 했다. 침대에서 휠체어로 식탁으로 물리치료실로 다목적실과 옥상으로 예배당으로 하루에 6000보 이상을 걷고 뛰면서 어르신들의 다리가 되고 팔이 되어 드리는 이야기다. 한계와 희망은 공존한다. 한계가 있기에 그걸 뛰어넘고자 하는 희망이 있다. 보아스가 일군 이 공동체가 그 희망의 위로가 되어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란다.” 

임수경 원장은 인터뷰 말미에 “식사를 안 하시는 어르신께 ‘식사하는 부모의 모습이 자식에겐 복’이라며 ‘자식에게 복을 주고 싶지 않느냐’고 하면 숟가락을 드신다”며 “자식을 위해 일생을 바치고, 그런데도 아픈 몸으로 여전히 자식 행복만을 바라는 어르신들은 대단한 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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