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P ‘럭스:시적해상도’ 전…미술 창작의 세계로 성큼 들어온 인공지능
DDP ‘럭스:시적해상도’ 전…미술 창작의 세계로 성큼 들어온 인공지능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10.30 13:28
  • 호수 8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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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다양한 미디어아트 작품을 선보인다. 사진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시각효과 감독으로 유명한 중국 작가 카오 유시의 ‘AI 산수화’.
이번 전시에서는 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다양한 미디어아트 작품을 선보인다. 사진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시각효과 감독으로 유명한 중국 작가 카오 유시의 ‘AI 산수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시각효과 감독 카오 유시 등 12명 작가 16점 

8폭 디스플레이에 표현한 ‘AI 산수화’, 머신러닝 활용 ‘인공식물학’ 눈길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산수화는 ‘자연의 경치를 주제로 그린 동양화’를 말한다. 그런데 여기는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에 빠진 문장이 하나 있다. 바로 ‘사람이 붓으로’라는 표현이다. 간혹 그림을 그리는 동물도 있지만 대부분 추상화에 가깝고 산수화, 정물화 등은 인간 고유의 분야였다. 적어도 지난 10월 22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중국작가 카오 유시의 ‘AI 산수화’( Shanshui by AI)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대형 디스플레이로 구현해 놓은 8폭 병풍을 통해 ‘송출되는’ 자연의 모습은 산수화를 그리는 주체를 확대하고 있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통해 미디어아트의 현주소를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DDP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12월까지 열리는 ‘럭스: 시적 해상도’ 전에서는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 시각효과 감독으로 주목 받은 카오 유시의 ‘AI 산수화’를 비롯해 12명(팀)의 아티스트그룹의 시청각 설치 작품 16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2021년 영국 런던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된 미디어 전시의 두 번째 해외 순회 전시로 전시 부제인 ‘시적 해상도’는 보이지 않는 빛과 소리와 같은 비물질적 요소를 해상도와 주파수로 수치화해 한 편의 시와 같은 시청각 매체 즉, 예술로 표현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전시장에 들어서먼 먼저 카스텐 니콜라이의 ‘유니컬러’(2014)가 관객들을 맞는다. ‘유니컬러’는 초대형 스크린을 통해 텔레비전의 조정화면을 연상시키는 주파수에 따라 만들어진 색과 음향, 파장을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24개의 모듈을 통해 여러 색감을 경험하게 한다.

피필로티 리스트의 ‘겨울 풍경’(Winter Landscape)은 제54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극찬을 받은, 회화 위에 작품을 영사하는 작품이다. 비디오 아트와 유화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붓과 유화 물감 대신 비디오 아트의 빛으로 캔버스에 색을 입혀 과거의 다양한 예술 작품을 재해석한다.

퓨즈의 ‘인공 식물학’(Artificial Botany)도 관람객의 시선을 빼앗는다. 이 작품은 머신러닝(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자연의 창조성을 식물의 변화로 표현한 작품이다. 암술, 꽃, 줄기의 색과 형태는 식물 자체의 성장 과정에 깃든 정보의 흐름을 나타내며, 지속적인 변화와 흐름의 결정화 사이의 긴장의 순간을 포착한다. 즉, 하나의 형태에서 그다음 형태로 변이하는 짧은 순간에 함축된 내재적 아름다움을 다룬다. 

이와 함께 마시멜로 레이저 피스트의 ‘발견되지 않은 숲의 성역’(Sanctuary of the Unseen Forest)은 콜롬비아 아마존 우림 속 거대한 양목면 나무(열대에서 자라는 키가 큰 나무)의 존재를 알게 됐을 때 느낀 경외의 순간을 표현한 대규모 비디오 설치 작품이다. 

인간은 나무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어떻게 보면 나무는 ‘폐’의 확장이라 할 수 있다. 나무가 내뿜는 산소는 다시 나무처럼 생긴 우리의 폐로 흘러 들어온다. 이는 심장의 중심부에서 바깥쪽으로, 프랙탈 형태의 나뭇가지를 닮은 동맥을 통해 우리 몸 전체 세포에 전달된다. 작가는 이러하 과정을 영상으로 공개해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다룬다. 

네덜란드 미술가 로네케 호르데인과 랄프 나우타가 2007년에 설립한 ‘드리프트’의 ‘메도우’(Meadow)도 인상적이다. 

드리프트가 꽃을 소재로 선보인 키네틱 아트 작품 ‘메도우’.
드리프트가 꽃을 소재로 선보인 키네틱 아트 작품 ‘메도우’.

‘메도우’는 천장에 꽃처럼 생긴 조형물을 매달아 놓은 키네틱 아트(작품 속에 동세를 표현하거나 작품 자체가 움직이거나 움직이는 부분을 포함하는 예술작품) 작품이다. 기계로 만들어진 꽃송이들은 시적인 리듬에 맞춰 관람객의 머리 위에서 피고 지는데 이를 통해 무생물이 어떻게 자연계의 진화를 모방하면서 감정과 특성을 표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 특히 전시 공간 내에 놓인 쇼파에 누워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어 관람객의 인기를 얻고 있다. 

다양한 인터랙티브 작품으로 모든 연령층의 관심을 끄는 ‘유니버설 에브리씽’의 작품은 전시에 재미를 더한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많은 ‘인투 더 썬’(Into the Sun), ‘커뮤니온’(Communion), ‘퓨쳐 유’(Future You) 등 세 작품을 선보이는데 이중 ‘퓨쳐 유’는 관람객마다 새로 생성되는 이미지가 관람객의 움직임에 맞춰 함께 춤을 추다 사라지는 작품으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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