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드라마 좀먹는 PPL과 연장방송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드라마 좀먹는 PPL과 연장방송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11.06 10:03
  • 호수 8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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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얼마 전 아내가 2021년 tvN에서 화제리에 방영된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이하 슬의생)를 뒤늦게 보기 시작했다. 필자도 다른 일을 하면서 힐끔힐끔 같이 보다 크게 당황했다. 필자를 황당하게 한 건 극중 김대명이 연기하는 산부인과 의사인 ‘양석형’이 산모의 잇따른 출산으로 퇴근을 하다 두 차례나 병원으로 돌아가는 장면이었다. 

영화‧드라마는 ‘편집’을 통해 불필요한 장면을 걷어내면서 극의 완성도와 밀도를 높인다. 시(詩)처럼 불필요한 표현은 최대한 버리는 대중예술이다. 가령 어떤 영화에서 배우가 “우리 김치찌개나 먹으러 가자”고 제안하고 상대방이 좋다고 했을 때 그 다음에는 곧바로 식당에서 찌개를 먹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식당까지 가는 과정은 특별한 이유(내용 전개상 필요한 에피소드)가 없다면 생략된다. 만약 배우들이 식당에 가기 위해 택시를 잡고, 요금을 지불하고, 다시 식당까지 걸어가는 장면을 모두 보여준다면 극은 늘어지고 지루해진다. 

그런데 ‘슬의생’에서는 양석형이 전화를 받고 병원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수술실까지 가는, 불필요한 장면을 무려 두 번이나 반복해 보여준다. 초보자도 하지 않을 엉성한 연출의 원인은 곧 드러났다. 자동차 PPL(제품간접광고) 때문이었다. 제작비 충당을 위해 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해는 됐지만 작품성을 훼손하는 것에 씁쓸함이 느껴졌다.

최근 화제리에 방영되고 있는 MBC ‘연인’이 연장 방송을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이에 ‘연인’을 애청하는 많은 시청자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장 방송이 마지막까지 환호를 받으며 끝난 경우는 사실상 전무하다. 애초에 지상파‧케이블에서 제작하는 드라마는 제작 편수도 많아 후반부로 갈수록 질질 끄는 경향이 크다. 여기에 추가로 더 편수를 늘리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시청률이 어느 정도 나오길래 연장방송을 하는지 궁금해 찾아봤더니 최고 시청률이 12%대였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하는 안쓰러움을 느낌과 동시에 지상파 드라마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방송가에서 PPL과 연장방송은 수입 확보를 위한 필요악이라 해명하지만 실상은 ‘제 살 깎아 먹기’에 불과하다. 현재를 위해 미래를 포기하는 아둔한 짓이다. 시청자들이 완성도 높고 PPL 없는 OTT에 보다 더 익숙해지면 지상파 드라마는 더욱 빠른 속도로 외면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세상은 변했고 더욱 빠르게 바뀌고 있다. 방송가도 이제는 그 속도에 맞춰 구시대적 사고를 버리고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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