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특별기고] 경로당에서 즐거운 점심 드시도록 해드리자
[백세시대 / 특별기고] 경로당에서 즐거운 점심 드시도록 해드리자
  • 김상혁 대한노인회 서울 은평구지회장
  • 승인 2023.11.06 10:26
  • 호수 8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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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혁대한노인회            서울 은평구지회장

[백세시대 / 특별기고] 김상혁 대한노인회 서울 은평구지회장

오드리 헵번의 ‘티파니에서 아침을’ 즐겨봤던 세대가 이제 ‘경로당에서 점심을’ 먹는 세대가 되었다.

오늘 점심 메뉴는 뭘까. 경로당으로 가는 노인들 거의가 궁금해 한다.

오늘도 월 27만원 받는 할머니 식사도우미는 땀을 뻘뻘 흘리며 밥하랴 반찬하랴 정신이 없다.

수저 놓고 밥상차려 놓으면 가만히 돌부처같이 앉아있던 노인들이 식사를 시작한다. 몇몇이 투정부리기 시작한다. “반찬이 짜다”, “밥이 꼬두밥이다”면서.

식사도우미는 보통 같은 동네 친구도 있고 이웃동네 노인들이다. 그래 서로 말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런 일은 전국 경로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노인일자리 사업은 공익활동, 사회서비스와 시장형 등이 있지만  그중에서 제일 힘들고, 주위에서 타박을 많이 받는 일꾼들이 식사도우미이다. 그러나 이들은 전국 6만8000여 경로당에서 제일 필요한 노인들이기도 하다.

식사도우미는 노인일자리 중 노인들이 가장 기피하는 직종이다. 여러 경로당이 식사도우미를 구하지 못해 식사를 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그래서 몇몇 지회에서는 지자체의 도움으로 27민원에 10여만원을 보태 40만원의 수고비를 주는 곳도 있다.

어떻게 복지부나 중앙회에서는 매일 경로당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일을 모르고 있는 건지, 알면서도 모른척하는 건지 참으로 답답하다.

식사도우미 구하기 힘든 게 현실

경로당이 많다보니 멋지게 운영되는 지역도 있다. 그 지방 유지들의 지원으로 1주 6일 잔칫집 같이 매일 50여명이 점심 식사하는 곳도 있다.

이런 멋진 경로당에서는 독거노인들이 점심을 들고 눕기도 하고 쉬다가 점심에 남은 밥으로 저녁식사까지 하는 곳도 여럿 있다.

반면 회원 간의 불화나 회장과 회원 사이의 싸움으로 아예 식사도 못하고 서로 고소, 고발이 끊이지 않는 경로당들도 있다.

각 지자체는 관내 경로당에 운영비를 차등 지급한다. 서울 은평구의 경우 42~70여만원이다. 그 운영비에서 부식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리고 카드 사용을 원칙으로 영수증을 첨부, 내역을 지회에 제출하게 한다. 카드 사용이 서툴러 처음에는 현금만 쓰던 경로당 총무들이 한동안 헤맸지만 이제는 안정되었다.

부식비 현실화, 묵은 쌀 활용을

요즈음 부식비가 폭등, 경로당에 지급하는 운영비로는 반찬이 너무 부실해졌다. 이 부분도 현실화가 시급하다.

매달 쌀이 공급된다. 보통 쌀은 조금씩 남아, 묵은 쌀이 몇 부대 남으면 벌레가 생기고 밥맛도 나빠져 회원들이 비용을 걷어 떡국 떡을 만들어 나누기도 한다. 이런 방법은 규정위반이라 암암리에 행해지는데 요즘은 방앗간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런 경우는 규정을 수정, 두 달에 1번은 떡으로 전용을 허용하여 낭비를 방지하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요즘 일부 경로당은 회장들의 학력이 높아지고 경력도 점차 화려해져 경로당을 경영하는 능력도 뛰어나고 회원들 역시 합리적인 사고를 갖는 추세로, 경로당 모습이 예전과 많이 달라지고 있다. 

TV연속극 제작자들이 노인 시청률이 높은 연속극으로 다양한 소재가 풍부한 경로당 관련 드라마를 왜 만들지 않는지 궁금하다.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선진국으로 약진, 일찍부터 고령화를 경험한 선진국들만큼 노인을 위한 사회보장제도가 발전되지 못해, 독거노인들은 재정적, 정신적으로 사회에서 고립되는 존재가 되었다.

경로당에 오는 80세 이상 노인들 2/3이상이 독거노인이고 그중 2/3가 여성이며 10명중 7명이 빈곤상태이다. 이들은 독거기간이 길수록 더욱 빈곤이 심해진다. 

전문가들의 소견으로는 독거노인 대부분이 균형 잡힌 식사를 못해 영양결핍상태에 있고 시력과 청력에 문제가 있는 경우 지병이 악화되거나 가벼운 치매증세가 와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또 이들은 의사가 처방한 치료지시를 따르는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거노인은 자기관리에도 소홀하다. 필요한 음식과 약 등 필수품을 구하지 않고 개인위생에도 무관심하고 타인을 기피하게 된다. 그러나 이분들이 경로당에 나와 규칙적인 신체, 정신적 활동에 참여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지속하면 건강에 크게 도움이 된다. 

경로당에 의료진 방문 확대해야

경로당으로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들이 방문하여 독거노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가 어느 세월에 현실화 될까. 

이제 우리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노인을 위한 멋진 제도인 경로당을 활성화시킬 시점에 와있다. 귀가 닳도록 들은 OECD 국가 중 한국이 가장 높은 노인 자살율과 빈곤율을 지닌 국가라는 오명을 벗는 것이 우리 세대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경로당은 대한노인회의 기초조직이다. 꿈같은 이야기 같으나 노인들이 노쇠해도 고려장 같은 요양원에 안가고, 살던 집과 동네에서 친지들과 지내며 의사의 진료를 받으며 여생을 마치는 세상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본다.

◆필자 약력=▷성균관대 사학과 졸업   ▷한국일보사 영문부장, 전산제작실장 ▷한국인쇄기술 사장  ▷서울 은평구지회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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