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여행 역사의 길을 걷다 50] 조선의 생활백과사전 ‘소문사설’, “계란탕·외바퀴수레·쇠국자… 우리나라엔 없던 것들”
[인문학 여행 역사의 길을 걷다 50] 조선의 생활백과사전 ‘소문사설’, “계란탕·외바퀴수레·쇠국자… 우리나라엔 없던 것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11.13 13:35
  • 호수 8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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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의 어의 이시필이 북경서 접한 음식·도구·비법 등 수록

요강은 여성용, 남성용 구분… 술잔인 줄 알고 들이마시기도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조선시대에도 생활백과사전이 있었다. 소문사설(謏聞事說)이 그것이다. 숙종의 어의(御醫)였던 이시필(李時弼·1657~1724년)이 1710~20년 사이에 집필한 책이다. 소문사설이란 말은 ‘생각이 고루하고 견문이 좁은 저자가 보고 들은 이야기를 기록하였다’란 뜻이다. 그렇지만 실제로 저자의 견문이 좁지는 않았다. 

이시필은 사행단 일원으로 북경을 방문해 청나라의 발전된 문물을 접하기도 했다. 저자는 겸손하게 표현했지만, 이 책은 18세기 동아시아 지식의 매개자 역할을 했던 한 의관이 습득한 당대 최고 수준의 지식을 모아 편집한 것이다. 

이 책에는 두 가지 종류의 온돌을 만드는 법서부터 각종 기계 및 기구 제작법, 여러 가지 음식 조리법, 다양한 질병의 치료법 등이 담겼다. 

외바퀴 수레. 혼자서 편리하게 짐을 나를 수 있다
외바퀴 수레. 혼자서 편리하게 짐을 나를 수 있다

◇외바퀴수레(獨輪車)

이시필은 외바퀴 수레를 소개하면서 “내가 중국에 갔다가 외바퀴 수레로 물건을 운반하는 것을 보았는데 매우 편리해보였다 그러나 북경에는 도랑이나 구덩이가 같은 험한 곳이 없으니 이것을 사용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아 열 걸음 안에 도랑이 네댓 군데가 넘으니 어찌 수레를 사용할 수 있겠는가”라고 적었다. 

◇쇠국자(鐵杷子)

쇠로 만든다. 사람의 손바닥 모양처럼 조금 오목하고 다섯 손가락이 있으니 모든 물건을 이것으로 뜰 수 있다.

요강. 남성용(오른쪽)과 여성용이 있다. 여성용은 뚜껑과 꼭지가 있는 것도 있다.
요강. 남성용(오른쪽)과 여성용이 있다. 여성용은 뚜껑과 꼭지가 있는 것도 있다.

◇요강(夜壺)

황옹(黃瓮·황토로 만든 질그릇)을 만드는 흙으로 만든다. 우리나라의 주합(酒盒·쇠붙이로 만들어 술을 담는 그릇)처럼 생겼다. 바닥에 두면 주둥이가 위로 향하게 되어 자라가 머리를 내놓은 모양과 같다. 이것이 숫야호이니 남자가 사용하는 물건이다. 암야호는 장분 주둥이 같은 주둥이가 있어 나팔구멍처럼 밉게 생긴 것도 있고 또는 등에 종지 주둥이 같은 둥근 구멍이 있고 뚜껑과 꼭지가 있는 것도 있다. 여자가 사용하는 물건이다. 더러운 그릇이기에 잠잘 때는 꺼냈다가 새벽에 일어나면 감춘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이 이것을 처음 보고 술그릇으로 알고 들이마시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비누.석회를 바른 구덩이에 잿물을 넣고 말리면 굳어서 비누가 된다
비누.석회를 바른 구덩이에 잿물을 넣고 말리면 굳어서 비누가 된다

◇비누(石鹼·석감)

땅을 파서 구덩이를 만들어 석회를 바르고 말린다. 여회(藜灰·명아주를 불에 태운 재)즙을 만들어 석회가루를 탄 물과 섞고 저절로 말라서 덩어리가 되기를 기다렸다가 분합에 보관해둔다. 뜨거운 물에 타서 때 묻은 옷을 빨면 오래된 것이라도 옥처럼 하얗게 된다.

◇마늘장아찌

중국인이 전해주었다. 법초(法醋·식초의 일종)한 말을 항아리에 넣는다. 큰 마늘의 껍질을 벗겨 그 안에 담근다. 몇 달 또는 1년이 지나도록 오랫동안 땅속에 묻어놓고 마늘 냄새가 없어졌을 때 먹으면 매우 좋다. 초맛도 좋다. 예전에 영원위 사장의 집에서 그의 아내가 사씨의 병을 고쳐준 일이 있는 일에 사례하며 대접해주었는데 과연 맛이 좋았다.

◇호떡(造壺煎)

멥쌀가루로 만든다. 흰떡을 만들어 설탕물을 섞고 설탕가루를 소로 넣어 배가 약간 볼록하게 한다. 향유(香油·참기름)에 부쳐 뜨거울 때 먹으면 달콤하고 부드러우며 빛깔도 특이하다. 일찍이 병부낭중(兵部郎中) 상수의 집에서 그의 아내가 앉을 새도 없이 음식을 내놓았다.

◇계란탕(鷄蛋湯)

내가 북경에 갔다가 이 음식을 맛보았는데 부드럽고 담백하여 우리나라에서 만든 것과 비할 수 없을 듯하다. 북경의 음식은 모두 돼지기름으로 볶는데 향유는 담박한 돼지기름만 못한 듯하다. 계란은 많든 적든 상관없다. 먼저 흙 화로에 자당을 올리고 향유가 끓어오를 때 계란을 풀어 넣으면 그 모양은 두부가 막 굳을 때와 같다. 부드럽고 맛이 달다. 듣자니 복창군 이정(인평대군 아들)이 중국에서 돌아와 만들어보았는데 거기에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시장에 많이 있다.

◇머리 기르는 법(長髮法)

양의 똥을 붕어 뱃속에 넣어 질그릇에 넣고 밀봉하여 태운 다음 그 재를 머리카락에 바르면 머리카락이 잘 자라고 검어진다. 기러기 기름과 섞어 발라도 좋다. 쌀뜨물을 발효시켜 그것으로 자주 머리를 감아주어도 좋다.

◇쑥의 효험

5월 5일 닭이 울 무렵 사람 모양 같은 쑥을 캐서 이것을 태워 쬐이면 병에 효험이 좋다. 이날 쑥을 캐서 사람 형상을 만들어 문에 걸어두면 독기를 몰아낼 수 있다. 그 줄기를 말려서 삼씨기름에 적신 후 쑥뜸 심지에 불을 붙이면 자창에 윤기가 돌면서 나을 때까지 아프지 않다. 

이 기사는 ‘소문사설, 조선의 실용지식연구노트’(이시필·백승호 외 옮김·휴머니스트)에서 발췌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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