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좌우 혈관이 막히는 ‘경동맥 협착증’… 뇌경색 유발
목 좌우 혈관이 막히는 ‘경동맥 협착증’… 뇌경색 유발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11.13 14:19
  • 호수 8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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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맥 협착증 증상과 치료

고혈압·당뇨·흡연 등이 원인… 자각 증상 없어 치료시기 놓치기 쉬워

초음파 검사로 확인 가능… 70% 이상 막혀 있으면 즉시 치료 나서야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경동맥은 심장에서 목을 지나 얼굴, 두개골 내로 들어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주된 혈관으로 목의 좌우에 있는 혈관이다. 이 경동맥 벽 안에 지방이 축적되고 근육 세포들이 증식되면서 혈관이 좁아진 상태를 바로 ‘경동맥 협착증’이라고 한다. 

특별한 통증이나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뇌경색과 같은 긴급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환자 스스로 인식하기가 쉽지 않다. 보통 70대 이상에서 나타나는 퇴행성 질환이지만, 젊은층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경동맥 협착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17년 6만8760명에서 2022년 12만5904명으로 83%가량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60~70대가 66%가량 차지해 가장 많았다. 

고준석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노년층서 경동맥 협착증이 잘 발병하는 이유는 만성질환이 잘 관리되지 않은 결과가 60대쯤부터 나타나기 때문”이라며 “만성질환을 잘 관리하지 않아 혈관 손상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 경동맥 협착증이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림=게티이미지뱅크
그림=게티이미지뱅크

◇경동맥 협착증의 원인과 증상

경동맥 협착증의 원인이 되는 동맥경화는 주로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과 같은 만성대사질환과 흡연 때문에 발생한다. 만성 대사질환 환자가 늘면 자연스레 경동맥 협착증 환자도 늘어난다. 

경동맥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내경동맥과 두피와 얼굴에 혈액을 공급하는 외경동맥으로 나뉜다. 외경동맥은 좁아지거나 막히더라도 다른 혈관을 통해 비교적 풍부하게 혈액이 공급되므로 특별히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경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뇌에 혈액 공급이 감소하게 되어 다양한 증상을 일으킨다. 파이프에 이물질이 껴 좁아질수록 물 공급이 잘 안 되는 것처럼, 혈관이 좁아져 뇌에 공급되는 혈액량이 줄게 되면서 뇌 기능이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 있고, 심할 때는 뇌세포가 죽게 되면서 뇌경색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경동맥 협착증은 뇌경색에 이르기까지 자각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초기에 진단하기가 어렵고, 발견되었을 때도 특별한 통증이 없어 치료 시기를 놓치는 환자도 많다. 

하지만 간혹 경고등을 울리는 것처럼 특이한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특별한 병증이 없는데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지거나 어지럼증이 나타날 때, 또는 손과 발에 힘이 없어지고 안면 마비 등의 증상이 생길 때는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고준석 교수는 “특히 50대 이상 남성 중 오랫동안 흡연을 했다거나 음주를 즐기는 사람, 당뇨나 고혈압, 고지혈증 등 성인병을 치료하고 있다면 어지럼증이나 앞이 순간 안 보이는 증상이 나타났을 때 꼭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동맥 협착증의 진단과 치료

따라서 50대 이상이면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흡연자라면 위험군이므로 반드시 예방적 차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경동맥 혈관 초음파는 경동맥 협착증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가장 먼저 추천되는 검사로 협착의 정도나 협착 부위 등을 비교적 쉽게 평가할 수 있다.  

최근에는 대동맥으로부터 뇌혈관에 이르기까지 혈관 및 주변 조직에 대한 정보를 쉽게 알 수 있는 CT 검사도 많이 이용된다. 그러나 CT 검사를 할 때 투여하는 조영제에 부작용이 있는 환자이거나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는 주의가 필요하다.

만약 진단 후 경동맥 협착이 심하지 않거나 증상이 없으면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그러나 경동맥이 70% 이상 좁아져 있고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수술(경동맥 내막 절제술)이나 시술(경동맥 스텐트 확장술)이 필요할 수 있다.

경동맥 내막 절제술은 협착 부위의 동맥경화 찌꺼기를 직접 제거하는 수술이다. 대부분 전신마취를 하고 진행한다. 원인 물질을 직접 제거할 수 있어 수술 후 재협착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경동맥 내막 절제술은 ▲협착이 매우 심하거나 ▲스텐트 확장술을 시행하기에는 혈관 굴곡이 너무 심한 경우 ▲경동맥 협착증이 심해져 뇌색전증을 일으킨 경우 등에서 매우 유용한 치료 방법이다.

경동맥 스텐트 확장술은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은 고령 환자, 심장병을 동반한 환자, 전신마취가 부적합해 수술 위험성이 높은 경우 비교적 안전한 방법으로 선택할 수 있다. 

스텐트 확장술은 경동맥 내로 미세 도관과 미세 철사를 이용해 풍선을 위치시키고 풍선으로 협착 부위를 확장한 후 스텐트를 거치해 치료하는 방법이다. 전신마취가 필요 없고 회복이 빠른 편이지만 동맥경화 찌꺼기를 직접 제거하지 않으므로 재협착 가능성이 경동맥 내막 절제술보다는 높다.

고 교수는 “우리나라보다 경동맥 협착증이 더욱 흔한 미국의 경우 연간 10만 명 정도의 환자가 수술이나 시술을 받고 있는데, 그중 70% 이상이 경동맥 내막 절제술이다”면서 “어떤 치료를 받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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