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둘 ‘노년의 역할이 살아 있는 사회 특위’ 위원장 “청년세대 위해 윗세대가 무얼 해줄까 관심 가져 주기를”
정순둘 ‘노년의 역할이 살아 있는 사회 특위’ 위원장 “청년세대 위해 윗세대가 무얼 해줄까 관심 가져 주기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11.17 13:30
  • 호수 8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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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사회적 기여와 다른 세대와의 공존 등을 연구하는 기구 이끌어

나이 장벽 없는 ‘연령통합’의 사회가 돼야… 노인 고독·빈곤도 해결돼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노인이 자꾸 요구만 하면 젊은 세대가 같이 갈 수 없다.”

정순둘 국민통합위원회 노년의 역할이 살아있는 사회 특별위원회 위원장(이화여대 교수)이 ‘백세시대’ 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노인단체가 정부에 대고 노인회장에 대한 판공비 지원을 비롯해 각종 사업의 예산 증액 등을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 이 같이 말했다. 

이어 “그러면서 정치권을 자꾸 흔드니 그걸 막으려고 주변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너무 힘들어 한다”며 “거기서부터 좀 내려놓기 해주셨으면 좋겠고, 부모 세대보다 못살게 되는 청년세대를 위해 윗세대가 무엇을 해주어야 할지 관심 가져 주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노인회가 추진 중인 대한노인회 특별법에 대해 타 노인 단체들이 형평성을 내세우며 보이는 저항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한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위원장 김한길)는 지난 10월 20일 ‘노년의 역할이 살아 있는 사회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위원장으로, 14인의 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수여했다. 

지난 11월 13일, 정순둘 위원장을 이화여대 포스코관에서 만나 위원회 창설 배경과 앞으로 하는 일 그리고 노인의 역할 등에 관해 물었다. 정 위원장은 이화여대 사회복지대학원 원장이다. 한국노년학회 회장, 이화여대 연령통합고령사회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노년의 역할이 살아 있는 사회 특별위원회’는 어떤 기구인가. 

“국민통합위원회가 올해 ‘청년과 약자’라는 주제를 가지고 특별위원회를 만들었다. 노년도 약자로 볼 수 있다. 노인이 사회에 좀 기여할 수 있고, 다른 세대하고 좀 공존하고 연대할 수 있는 방면에 대해 연구한다. 영역별로 교수, 연구원, 현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참여하고 있고, 건강 분야를 위해 의사도 있다. 매주 금요일 아침에 정부서울청사에서 모임을 갖는다. 지난주에는 교육 부문에 대해 논의했다.”

특별위원회는 노인 1000만 시대를 맞아 노인의 역할과 세대 간 존중이 살아 있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대안 모색으로 ▷다세대 공존사회 ▷배우고 기여하는 노년 ▷건강한 노년 ▷함께 일하는 사회 등을 연구 과제로 삼았다. 

-노년의 역할이란 무엇인가.

“자원봉사가 좋은 예이다. 선진국의 자원봉사 참여율은 20%인 반면 우리는 여전히 10%대에 머문다. 다는 아니지만 위에서 내려오는 돈이 아니면 잘 안하는 것 같다. 자원봉사는 스스로 원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래도 계속 (봉사를)해야 한다. 청년세대와 더불어 갈 수 있는 역할도 좀 하셔야 한다. 저는 노년기를 특별히 다르게 생각하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노년기를 살아가시기를 바란다.”

-대한노인회는 어떤 역할을 하나.

“필요에 따라 자문을 구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시니어클럽등도 마찬가지다. 복지부, 교육부, 노동부도 (위원회에)들어와 있다.”

-어떻게 이런 자리를 맡게 됐나.

“제가 그동안 ‘연령통합’을 쭉 연구해왔다. 특별위원회가 저희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작하는 셈이다(웃음).”

-‘연령통합’은 생소한 말이다.

“우리가 잘 아는 세대통합은 서로 다른 세대가 같이 상호작용하고, 교류하고, 정보도 나누고…그런 것이 아닌가. 한 마디로 말하자면 나이가 기준이 되지 않는 사회를 말한다. 연령의 장벽을 허물고 같이 어울리자는 것이다. 우리는 나이를 묻는 사회이다. 처음 만나면 이 사람이 나보다 위인가 아래인가 이런 걸 따지는데 그런 걸 좀 벗어나자는 얘기다. 노인복지만 내세우면 진정한 연령통합이 어려워진다.”

-실생활 면에서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대학 졸업하면 더 이상 공부 안하는 시스템이다. 그러지 말고 은퇴 후 다시 교육을 받고 취업해 제2의 인생을 사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이 나이에 공부를 시작하기엔 너무 늦어’ 이런 생각을 무너트리자는 거다. 연령통합이 구현되면 노인 고독 문제도 해결된다.”

-노인의 고독 문제도 해결이 된다니.

“은퇴하면 분리가 된다. 다른 연령대의 사람들하고 떨어져 지내면서 고독이 발생한다. 그러다보니 노인들이 갈 수 있는 장소가 경로당, 노인복지관 등 노인들만 모이는 곳이다. 그런 곳이라도 가면 외로움, 고독이 덜할 텐데 아예  출입조차 하지 않는 이도 있다. 이런 걸 극복하고 함께 어울려야 한다.”

-노인의 빈곤 문제는 어떻게 보나.

“연령통합의 시각으로 보면 그것도 해결된다. 노인이 일을 계속하면 건강도 유지 되고 경제적인 자립도 해결이 된다.”

정 위원장은 은퇴 후에도 다시 공부해 재취업을 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나이가 들어 쇠퇴해지니까 근로시간도 좀 줄이고, 급여에도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며 “내가 정점에서 얼마를 받았으니 계속 그렇게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정부가 노인복지를 책임져야 하는가.

“정부가 해줄 수 있는 데에 한계가 있고, 젊은이들도 그런 부분에 불만이 있을 수 있다. 얼마 되지 않는 청년 인구가 그보다 훨씬 많은 노인세대를 부양하면서 생기는 문제를 같이 연구해야 한다.”

-해결 방법은.

“서로의 처지를 이해해야 한다. 젊은이는 노인의 처지를, 노인은 젊은이의 처지를 이해해야 한다. 지금 노년기에 진입하는 분들은 과거의 노인들보다는 좀 더 많이 가졌고, 배운 분들이기 때문에 이분들이 사회에 좀 더 기여하고, 생산 가능 인력이 부족한 곳에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국가는 이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면 된다.”

-노인일자리에 대해선.

“노인 빈곤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만, 질 낮은 일을 너무 많이 하게 만들고 있다. 소득이 적은 노인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젊은 노인들이 계속 그런 일을 맡아서 하면 안 된다. 그런 것들을 바꿔나가야 한다.”

-경로당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복지부, 지자체 등에서 경로당 변신을 위해 연구를 많이 하고 있지만 옛날의 모습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기존의 사랑방 같은 경로당은 그대로 놔두고, 새로 짓는 경로당은 카페나 도서관 형태가 돼 많은 세대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장소가 됐으면 좋겠다. 제안을 여러 번 했지만 반영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노인복지를 선진국과 비교하면.

“전체적인 그림으로 봐선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얼마나 충족이 되느냐가 문제다. 연금 같은 경우도 우리는 시작이 늦었기 때문에 만족할 정도는 아니다.” 

정순둘 위원장은 인터뷰 끝으로 “더 이상 노인을 의존적인 존재, 사회에 짐이 되는 존재로 여기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조금 쇠퇴한 부분에 대해 도움을 주는 여러 기술들이 발전함으로써 독립적인 삶이 가능하고, 나아가 노인도 젊은 세대와 같이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인식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순둘 위원장 프로필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화여대 사회복지대학원 원장

▷이화여대 연령통합고령사회연구소 소장

▷한국노년학회 회장

▷국민통합위원회 노년의 역할이 살아있는 사회 특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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