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정부, 종이컵 사용 등 ‘일회용품 규제’ 철회… 자발적인 참여 정책 고민해야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정부, 종이컵 사용 등 ‘일회용품 규제’ 철회… 자발적인 참여 정책 고민해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11.20 09:32
  • 호수 8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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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지영 기자] 정부가 식당이나 카페에서 종이컵 사용을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비닐봉투 사용도 단속하지 않는다. 규제 시행을 불과 보름가량 남기고 내린 전격적인 조치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식당·카페의 종이컵 사용,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 중소형 매장의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했다. 지난 2021년 말 개정된 자원재활용법 시행령에 따른 조치로, 대형매장 규제 도입에 이어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대신 1년간 계도기간을 뒀다. 계도기간이 끝난 11월 24일부터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본격 시행될 예정이었다. 어기면 3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런데 환경부가 돌연 규제 철회를 발표했다. 제도 시행을 불과 17일 앞두고 사실상 없던 일로 되돌린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 11월 7일 이 같은 내용의 ‘일회용품 관리방안’을 내놓으며 일회용품 규제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비용과 인력 부담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면서 종이컵 사용 금지 규제를 철회하는 대신 일회용품 줄이기에 동참하는 매장에 다회용컵, 식기세척기 등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 규제도 연기됐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금지된 이후 커피전문점 등을 운영하는 사업자 측은 종이 빨대 같은 대체품을 사용했지만 음료 맛을 떨어뜨려 소비자 불편을 키운다고 토로해 왔다. 이에 환경부는 대체품 품질이 개선되고 가격이 안정될 수 있도록 계도기간을 연장한다고 전했다.

환경부가 이같은 방안을 발표한 이후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는 환영 입장을 냈다. 소공연은 입장문을 통해 “소상공인도 환경보호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현시점에서 일회용품 규제는 필요 기반이 전혀 구축돼 있지 않아 소상공인의 애로가 컸다”고 전했다.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고전하는 이들의 고충 토로에 귀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 그렇다고 일회용 컵 쓰레기만 연간 300억개 가까이 쏟아지는 상황을 마냥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실제로 현재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종이컵 사용량은 166억개이며, 소비량은 오는 2024년까지 연평균 6% 증가가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대형커피전문점에서 사용된 일회용 종이컵의 회수비율은 약 15%밖에 되지 않고, 제대로 된 회수 시스템이 없는 종이컵은 종이와 함께 섞여 들어가 재활용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 허용은 또 다른 폐기물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는 게 환경단체의 지적이다. 또한 종이컵 내부는 플라스틱 코팅으로 되어 있어 종이컵 사용은 또 다른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일관성 있게 지속해야 할 환경 정책이 상황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건 무책임한 일이다.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 감축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다. 환경을 보호하는 데는 약간의 불편함이 따른다. 애당초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예상 못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적절하고 적당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행정의 제일 큰 숙제이기도 하다.

정부의 이번 조치를 두고 내년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 일회용품 규제 포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엄격한 규제를 포기했다면 이번 기회에 자발적 참여를 적극 유도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종이컵, 비닐봉지, 플라스틱 용기 등 일회용품을 대신할 수 있는 다회용품 사용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 종이컵 재활용 확대, 친환경 활동에 참여하는 자부심 고취 등의 노력 말이다. 

더불어 정책 번복으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된 친환경 소비재 제조업체들에게 납득할 만한 수준의 보상을 하고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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