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LG 트윈스는 어떻게 우승했나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LG 트윈스는 어떻게 우승했나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11.20 10:43
  • 호수 8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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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지난 11월 13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LG 트윈스가 KT 위즈를 꺾고 29년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1990년 당시 럭키금성그룹이 프로야구 원년 구단인 ‘MBC 청룡’을 인수하며 탄생한 LG는 창단 첫해 우승을 차지하면서 인기 구단으로 발돋움한다. 1994년에도 첫 우승 멤버인 김용수‧정삼흠 등과 김재현‧서용빈‧유지현 등 역대급 신인 3인방, 에이스 투수 이상훈 등 젊은 선수들을 앞세워 또 다시 정상에 선다.

이때까지만 해도 LG를 응원하는 팬들은 다시 우승하는데 29년이나 걸릴 줄 몰랐다. 

이날 우승 현장에는 구단주이자 LG그룹 4대 회장인 구광모 회장이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시종일관 무뚝뚝한 표정으로 경기를 관람하던 그는 우승이 확정되자 환하게 웃으며, 팀을 다시 탄탄하게 만든 일등 공신인 차명석 단장과 뜨거운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2019년 구단주로 취임한 구광모 회장은 그보다 2개월 앞서 부임한 차명석 단장에게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간 차이’를 물었던 일화로 유명하다.

휴스턴은 2017년, 보스턴은 2018년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챔피언이다. 구 회장은 스포츠광으로 미국 유학 시절부터 미국 4대 스포츠(야구‧농구‧미식축구‧하키)에도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 단장은 “휴스턴은 오랜 기간 유망주를 키웠고, 보스턴은 적절한 타이밍이 오면 슈퍼스타를 영입했다”고 방식의 차이를 설명했다. 이에 구 회장은 재차 “왜 모든 단장과 감독이 바뀌면 3년 안에 우승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겁니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이 일화를 통해 구 회장은 자신의 원하는 구단의 비전을 명확히 제시했다. 당장 슈퍼스타를 영입하기 보다는 드래프트를 통해 선수를 선발해 육성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실제 LG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선수영입에 막대한 예산을 들이기보다는 유망주 육성에 공을 들였다. 2군들이 훈련하는 경기도 이천의 LG 챔피언스파크는 최고 시설을 자랑한다.

최대 규모의 실내 돔 연습장과 메인 야구장에는 천연잔디와 태양광과 흡사한 전광탑, 안전펜스 등 최신식 시설이 갖춰져 있다. 이곳에서 고우석‧정우영‧김윤식 등 유망주 투수들과 홍창기‧문보경‧문성주 등 타자들이 급성장하며 우승의 첨병 역할을 했다.

LG는 한때 외부 FA 영입으로 암흑기 탈출을 시도했다가 낭패를 본 시기가 있다. 이 과정에서 FA로 영입한 선수의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많은 유망주들을 내줬는데 이들이 타팀에서 슈퍼스타가 돼 우승을 이끄는 것을 수차례 목격하기도 했다.

물론 돈으로 우승을 사는 케이스도 있지만 일시적인 영광에 불과하다. 해태 타이거즈(현 기아 타이거즈), SK 와이번스 등 야구 왕조를 이룩했던 팀들이 그랬던 것처럼 LG도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뿌리부터 튼튼하게 하며 숙원을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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