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정상 사회’에서 정상적인 사람들과 살고 싶다”
[백세시대 / 세상읽기] “‘정상 사회’에서 정상적인 사람들과 살고 싶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11.20 11:24
  • 호수 8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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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 기자]

“도저히 들어줄 수가 없어 다른 방송으로 돌리거나 아예 클래식 음악을 듣곤 했다.”

출근길 KBS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을 청취하던 한 샐러리맨의 말이다. 그는 TV로 뉴스를 볼 여유가 없어 집에서 회사까지 가는 동안 라디오를 통해 대신 궁금한 뉴스를 해소하곤 했다. 

그런데 ‘최경영의 최강 시사’라는 프로를 들으면서 기분이 불쾌해졌고, 날이  갈수록 분노마저 쌓였다. 이 프로의 진행자(최경영)가 거의 매일 좌편향의 국회의원들을 초대 또는 전화로 인터뷰하면서 대통령을 비난하고, 조롱하고, 심지어 생방송에도 불구하고 자기들끼리 농담짓거리를 하며 키득거리곤 했던 것이다. 

그는 “아침 기분을 망치는 것 같아 KBS를 멀리했다”며 “그러던 10월 어느 날 그 시간대에 새 진행자가 새 프로를 진행해 다시 듣는다”고 말했다. ‘최강 시사’ 진행자는 지난 10월 27일 마지막 방송을 하고 KBS를 떠났다. 

이와 때를 같이 해 KBS 노동조합은 “회사를 망친 편파방송의 주역들은 책임부터 지고 나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 따르면 대표적인 편파방송의 주역이 최경영이다. 

KBS 성명은 “지난 6년간 지속적으로 편파 방송을 해 회사를 망쳐온 주역들이 슬그머니 도망가려하고 있다”며 “특히 최경영 편파방송 진행자는 과거 스스로 KBS를 떠났다가 문재인 정부 시절 만들어진 불법방송장악기구 ‘진실과미래위원회’를 통해 특별 채용됐다”고 했다. 

KBS 성명은 “최경영은 최강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수년 동안 편파방송에 매진하게 된다. 편파방송을 잘한 탓(?)인지 거기에다 KBS 사상 최단기간 특별승진에다 올해는 KBS를 빛낸 50인에 선정될 정도로 특혜란 특혜는 다 받아왔다. 최경영 편파방송 진행자는 공영방송의 중요한 기능인 공정하고 객관적 토론을 할 수 있는 공론장 기능을 깡그리 무시하고 특정정치세력의 패널을 불균형하게 배치하거나 가짜뉴스를 확대 재생산하기도 했으며, 생방송 중 심지어 본인의 정치 성향과 반대되는 출연자와 목소리를 높이며 싸우기도 해 큰 비난을 받아왔으며, KBS가 불공정 편파방송 불명예를 얻게 되는 큰 원인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KBS의 불공정 보도 사례는 차고 넘친다. 2021년 4월 재보궐 지방선거 직전 이른바 오세훈 시장 생태탕 의혹을 집중적으로 보도해 당시 선거판에 영향을 끼쳤고, 지난해 대선 투표 직전 김만배의 조작된 녹취록을 사실 확인 없이 보도해 ‘선거조작’(KBS 노조) 행위란 비판을 받았다. 

정권 응원단 역할도 톡톡히 했다. 조국 수호 집회는 헬기를 띄워 보도하고, 그의 위법을 비판하는 시위는 뉴스 맨 끝에 배치했다.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후보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대장동 특집 보도를 50분간 방송하며 주요 해설을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민주당 지지 성향의 주진우 씨가 맡게 했다.

이랬던 KBS가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여 하늘이 도왔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새로 임명된 KBS 박민 사장은 최근에 KBS가 저지른 이런 불공정한 보도들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했다. 박민 신임 사장은 “KBS는 지난 몇 년 간 불공정 편파보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면서 “공정성을 훼손해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국민 여러분께 정중하게 사과 드린다”고 했다. 그리고 불공정 보도에 앞장 선 책임자와 진행자들을 대거 갈아치웠다. 

국민 대다수는 ‘KBS의 양심고백’을 환영한다. 국회의원을 지낸 전여옥 전  KBS 기자는 “김정은을 사모하는 사람들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난 정부에서 KBS가)북한의 기관방송, 민주당의 기관방송 노릇을 했다”며 “마치 불량청소년들이 주택에 침입해 양주 마시고 집안을 초토화시켰듯 (방송도 그렇게)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중립을 지키며 공정한 방송을 한다는 한 임원의 말을 듣는 순간 저도 그렇고 동료들도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로 사회 구석구석에서 정상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 KBS의 대대적인 물갈이도 그 중 하나다. 앞으로 더 많은 곳에서 ‘제2의 KBS’ 행렬이 이어지길 간절히 바라는 심정이다. “제발 정상 사회에서 정상적인 사람들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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