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장수사진’의 진화… ‘인생화보’ 시대로 간다
어르신 ‘장수사진’의 진화… ‘인생화보’ 시대로 간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11.20 15:17
  • 호수 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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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메이크업‧의상‧장소 등 지원해 전문 모델처럼 사진 촬영 

배달의민족, ‘배민 어르신 인생화보’ 촬영 봉사… 수익금도 기부 

충남 ‘내봄눈’, 지난해부터 어르신‧장애인 대상 화보 촬영해 선물

최근 어르신을 대상으로 모델처럼 ‘인생화보’를 찍어주는 시도가 늘면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충남에서 활동하는 사단법인 ‘내생에봄날 눈이부시게’가 진행한 화보 프로젝트에 참여한 어르신 부부의 모습.
최근 어르신을 대상으로 모델처럼 ‘인생화보’를 찍어주는 시도가 늘면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충남에서 활동하는 사단법인 ‘내생에봄날 눈이부시게’가 진행한 화보 프로젝트에 참여한 어르신 부부의 모습.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나는 그런 옷은 안 어울릴 줄 알았어요”

지난 10월 4일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영상 하나가 올라온다. ‘78.1세의 화보촬영 비하인드’란 제목의 영상에서 7명의 어르신들은 베레모도 쓰고, 화려한 색감의 세련된 옷을 입고 모델처럼 사진을 찍었다. 영정사진에 가까운 ‘장수사진’이 아닌 노년의 아름다움을 남기는 데 집중한 ‘인생화보’를 찍은 어르신들은 모두 “참 행복해”라며 만족해 했다. 

이처럼 최근 어르신들에게 인생화보를 찍어주는 시도가 늘어나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어르신 대상 인생화보는 기존 장수사진과 달리 노년도 젊은 시절 못지 않게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에 포커스를 맞췄다는데 큰 의미를 갖는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늘어난 주름과 체형의 변화가 추한 것이 아니라 치열하게 살아온 인생의 훈장이며 그 자체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인식을 담고 있는 것이다. 기존 장수사진처럼 어르신들이 본인 옷을 입고 증명사진처럼 앉아서 정적으로 찍는 것이 아니라, 헤어‧메이크업은 물론 멋을 강조한 의상 등을 제공한 후 자연스러운 포즈로 최대한 아름다운 모습을 담는데 집중한다.

대표적으로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0월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와 함께 지역 복지관의 어르신 7명을 선정해 사진을 찍는 ‘배민 어르신 인생화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경기 성남시 수정중앙노인종합복지관, 중원노인종합복지관의 어르신들을 모델로 선정, 헤어·메이크업·의상 등 전문가를 섭외해 화보 촬영 시간을 마련했다.

촬영은 우아한형제들 포토팀 구성원들의 재능기부 방식으로 이뤄졌다. 촬영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결혼식 이후 처음으로 메이크업을 받아본다”며 “내 인생에서 이렇게 좋았던 날이 없었던 것 같다”고 촬영 소감을 전했다.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진행한 ‘배민 어르신 인생화보’에 참여한 어르신들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진행한 ‘배민 어르신 인생화보’에 참여한 어르신들.

우아한형제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응원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지난 10월 4일부터 15일간 배민 앱 이벤트페이지를 통해 어르신들의 화보 촬영 결과물을 공개, 고객이 응원 버튼을 클릭하면 배민에서 1000원을 기부하는 이벤트를 열어 총 3000만원의 금액을 모았다. 화보 촬영 비하인드 영상도 조회수 10만회를 돌파하며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중 2000만원은 10월 24일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에 포토북, 전자레인지, 식품 꾸러미 세트와 함께 전달됐으며, 남은 1000만원은 ‘사단법인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에 기부할 예정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우리는 어르신들이 잘 닦아온 길 위에서 누리고 살고 있다”면서 “어르신들이 든든하고 따뜻하게 지내실 수 있게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어르신과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인생화보를 찍어드리기 위해 모인 단체도 있다. 지난 8월 설립된 사단법인 ‘내생애봄날 눈이부시게’(대표 김은혜, 이하 ‘내봄눈’) 2022년 초부터 재능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충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내봄눈’ 프로젝트는 김은혜 대표가 시부모의 리마인드 웨딩 촬영 사진을 찍어 드린 후 그 결과물에서 시작됐다. 시부모님의 화양연화(花樣年華)에 감명받은 김 대표는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사진 촬영 기회가 적은 어르신들과 장애인에게도 추억을 드리기 위해 나섰다. 이후 ‘내봄눈’은 메이크업부터 스타일링, 그리고 사진촬영과 음악공연까지 진행하며 노년의 추억으로 남을 특별한 하루를 사람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지난 11월 5일에도 충남 당진시 정미면 수당리를 찾아 결혼 72년을 맞은 이석병·김상례 어르신 부부를 비롯한 4쌍의 부부에게 인생화보를 촬영해 선물하며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또 어르신 인생화보 촬영에 나선 대학생들도 있다. 명지전문대학교 뷰티매니지먼트과 학생들은 김미영 교수와 함께 지난 10월부터 서울 서대문구에서 진행하는 ‘메이크오버 - 눈부신 탄생’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메이크오버’란 ‘변모’, ‘변신’을 뜻하는 용어로, ‘개개인의 외모는 물론 취향이나 버릇 등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명지전문대 학생들은 어르신들이 각자의 패션 스타일을 찾는 것을 돕고 이렇게 완성된 새로운 모습을 촬영해 화보집 제작을 지원한다. 화보집에는 프로그램 참여 전후 사진을 함께 담아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7월에는 경성대학교가 ‘인생사진 프로젝트’ 사진전‘을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사진학과 인물사진실기 과목의 수강생 중 9명의 학생이 수업에서 배운 전공지식을 재능 기부의 형태로 지역사회에 공헌하고자 진행됐다. 사진전에서는 학생들이 촬영한 어르신의 개인 화보, 흑백사진 등을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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