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연례행사 총동원하고도 썰렁… ‘제1회 시니어라이프스타일박람회’ 무얼 남겼나
대한노인회 연례행사 총동원하고도 썰렁… ‘제1회 시니어라이프스타일박람회’ 무얼 남겼나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12.04 09:11
  • 호수 8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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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 200석 중 절반 ‘텅텅’… 시니어라이프 관련 부스 관람객 ‘실종’

이사회, 총회에 보고도 없이 행사… 노인복지대상도 ‘퍼주기 시상’ 전락

총회 및 이사회도 거치지 않고 진행된 이번 박람회는 취업왕 시상식 등 대한노인회 연례행사를 총 동원하고도 흥행에 실패하면서 무리한 행사 진행이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준비된 좌석의 절반밖에 채우지 못한 개막식 모습.
총회 및 이사회도 거치지 않고 진행된 이번 박람회는 취업왕 시상식 등 대한노인회 연례행사를 총 동원하고도 흥행에 실패하면서 무리한 행사 진행이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준비된 좌석의 절반밖에 채우지 못한 개막식 모습.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1. 11월 23일 오전 10시 58분. 서울 강남구 SETEC에서 열린 시니어라이프스타일박람회 개막식 진행을 맡은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다급해진다. 개막식은 특별홍보관으로 꾸며진 2관에서 진행됐는데 행사 2분 전까지 200석 규모의 행사장에 10명도 채 앉아있지 않았던 것. 아나운서의 참석 요청에 따라 부랴부랴 다른 곳에 있던 내빈과 관계자가 개막식장으로 들어왔지만 절반 정도 채우기에 급급했다.

#2. 11월 24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제2회 경로당 예술제. 대회 참가자 200여명을 비롯, 이들을 인솔한 연합회‧지회 관계자, 응원차 방문한 가족까지 500명을 훌쩍 넘는 인원이 행사장을 찾았다. 그런데 마련된 좌석은 전날과 같은 200석에 불과해 300~400명의 인원이 3시간 가량 이어진 경연 내내 서서 지켜봐야 했다.

이 두 사례는 ‘2023 시니어라이프스타일박람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경로당 예술제’, ‘취업왕 시상식’ 등 대한노인회 연례행사를 들러리로 내세우지 않으면 관람객 동원조차 어려운 행사였던 것이다. 

주요행사를 흥행 들러리로 세워

이번 박람회는 대한노인회 중앙회가 주최‧주관하는 첫 번째 박람회로 주목을 받았다. 반대로 박람회 개최 경험이 전무한 데다가, 전시 업무를 해온 단체가 아니라는 점에서 ‘왜 이 행사를 밀어붙이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많았다. 

기대와 우려 속에서 베일을 벗은 행사는 개막식부터 준비된 자리를 채우지 못하면서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통상 박람회는 부스 참가 업체가 비즈니스 차원에서 많은 업체와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일반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판매‧홍보하기 위해 마련된다. 참가 업체는 박람회에서 제품을 판매한 수입으로 부스 임차 비용을 충당하거나, 제품을 판매하지 않더라도 여러 업체와 교류해 향후 사업 확대를 모색하기 위해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수천만원의 비용을 내고 참가한다.

대부분의 박람회는 이러한 참가 업체의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위해 관람객을 ‘비즈니스(업체) 관계자’, ‘일반 방문객’으로 구분해 명찰을 제공한다. 부스 참가 업체가 명찰만 보고 일반 소비자인지 비즈니스 업체인지 빠르게 구분해 응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서울 카페쇼’처럼 인기 박람회는 일반 방문객도 근무하는 회사를 기재할 수 있게 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그런데 이번 박람회에서는 전부 ‘비지터’(방문객)로 표시하며 경험 부족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이번 박람회는 대한노인회 전체 구성원의 의사와는 아무 관련이 없이 개최됐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한노인회는 지난해 제1회 박람회를 급박스럽게 추진하다 취소한 바 있다. 

올해에도 대한노인회는 공식 의결기구인 총회와 이사회에서 ‘시니어라이프스타일박람회’ 건에 대해 의제로 올린 적도 없고 추진 일정, 진행 상황을 보고하지 않았다. 그래서 철저히 김호일 회장 자의로 진행된 행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철저히 김 회장 자의적인 행사”

한 노인회 관계자는 “중앙회가 수억원이 투입되는 박람회를 개최하면서 이사회, 총회를 거치지 않은 점에 대해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한노인회가 김호일 회장의 개인 소유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 박람회의 추진 과정, 수입‧지출 등 결과까지 백서를 만들어 공개하고, 적자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는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다른 문제점은 대한노인회 행사를 들러리 및 관람객 동원용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보통 박람회에서는 여러 부대행사를 마련,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관람객 유치에 활용한다. 

시니어라이프스타일박람회 역시 특별홍보관을 마련해 이러한 부대행사를 진행했다. 문제는 ‘시니어라이프스타일’ 관련 부대행사가 아닌, ‘대한노인회 연례행사’로 도배했다는 점이다. 

첫날 23일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참가기업 제품설명회를 진행한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관심행사가 안보였다. ‘대한노인회 노인복지대상 시상식’, 취업왕 시상식, 경로당 예술제 등은 시니어라이프스타일과 무관하고, 일반 관람객에겐 관심이 먼 대한노인회 연례행사였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특산물을 판매하는 부스 외 대부분이 한산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특산물을 판매하는 부스 외 대부분이 한산했다.

매 행사마다 마이크를 잡고 진행을 맡은 중앙회 관계자들이 “박람회장 부스를 관람해달라”고 요청했고 경로당 예술제 행사에서는 좀더 노골적으로 “자리가 협소하니 서 있지 말고, 본인 공연 외 시간에는 박람회장을 둘러봐 달라”고 요청했다. 이로 인해 “흥행 실패와 무리한 행사 진행에 대해 비판받을 것 같으니 관람객동원용으로 대한노인회 행사를 배치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박람회가 최근 대내외적으로 비판받으면서도 홍보지를 통해 자화자찬하는, 어수선한 중앙회의 행보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노인복지대상 시상식이다. 

수상자 22명 중 9명만 참석

중앙회는 과거부터 대한노인회 발전에 공헌해 온 사람들에게 비정기적으로 ‘노인복지대상’을 수여해왔다. 이때도 수상자는 여럿이었지만 대상은 1명이었고 그 외는 노인복지상이 전달됐다. 그러다 김호일 회장 취임 후인 2022년부터 ‘대한노인회 노인복지대상’이란 이름으로 광역‧기초자치단체장들에게 상을 수여하고 있다. 

문제는 많게는 30명 가까운 자치단체장에게 상을 수여하는데 모두 ‘대상’이라는 것이다. ‘대상 남발’은 일부 수상자들에게는 영광이 될 수 있지만 결국 ‘권위 실추’로 이어진다. 국내 방송 3사 연말 시상식을 비롯해 공동 수상을 남발했던 수많은 시상식처럼 말이다. 

중앙회는 올해 2월 정기총회에서 이미 ‘2회 노인복지대상 시상식’을 개최했고 12명의 지자체장에게 대상을 전달했는데 9개월 뒤 ‘3회’ 시상식을 무리하게 강행하며 22명에게 추가로 ‘대상’을 전달했는데 이중 한 명은 기초자치단체장도 아니었다. 또 시상식에는 김경호 서울 광진구청장 등 9명만 참석했고 주광덕 남양주시장 등 12명은 ‘대리수상’을 했다. 

올해 박람회 최고 인기 부스는 3전시실 우측 사이드에 마련된 지역 특산물 부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천토굴, 거제천년초, 벌꿀 등이 판매됐는데 ‘경로당 예술제’ 등 참가차 전국에서 모여든 어르신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실제로 여러 어르신들이 저렴하게 판매되는 특산물을 한 바구니씩 사들고 행사장을 빠져 나갔다. 

문제는 이번 행사가 ‘5일장’이 아닌 ‘시니어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는 박람회라는 점이다. 

그런데 시니어라이프와 관련된 부스들은 대체적으로 썰렁했다. 또 일부 업체는 둘째 날 도중 어떤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부스를 철수하기도 했고,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 부스에서는 경기 안성에 위치한 장사시설을 홍보해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했다. 둘째 날 만난 한 업체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마지막 날까지 이어진다면 다음 박람회에는 참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시니어라이프박람회와 관련해, 본지가 김호일 회장에게 어떤 과정을 거쳐 박람회를 개최하게 됐는지 등 입장을 물었지만 마감 시간까지 답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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