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전서 참패… 실패 원인 정확히 반성하고 교훈 얻어야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전서 참패… 실패 원인 정확히 반성하고 교훈 얻어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12.04 09:39
  • 호수 8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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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지영 기자] 부산이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부산은 지난 11월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의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29표를 얻는 데 그쳐, 119표를 받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에 완패했다. 

당초 우리나라는 1차 투표에서 사우디의 완승을 저지한 뒤 결선투표에서 역전을 노린다는 전략이었지만 예상과 달리 사우디는 1차에서 3분의 2 이상의 큰 표를 얻으며 개최지로 확정됐다. 밤을 새워 투표 과정을 지켜보던 국민과 현지 한국 대표들은 아쉬움에 참았던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냈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엑스포 유치를 총지휘하고 책임을 진 대통령으로서 부산 시민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을 실망시켜 드린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다”며 “모든 것은 제 부족의 소치”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부산 엑스포 유치는 단순히 부산만의 발전을 위한 게 아니라 서울과 부산을 두 축으로 균형발전을 통해 비약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시도였다”며 “엑스포 유치는 실패했지만, 이러한 우리나라의 국토 균형발전 전략은 그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국무총리 산하에 민관합동유치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유치전에 나섰다. 후발주자지만 정부·부산시·재계가 ‘원팀’이 되어 총력전을 펼쳤다. 민관 대표단은 지구 495바퀴에 해당하는 거리를 움직이며 182개 BIE 회원국 정상과 고위 관계자들을 만났으며,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아프리카 오지를 찾아다니며 부산의 매력을 알렸다. 삼성, 현대차, LG, SK 등 주요 기업들도 전 세계를 돌며 총력전을 펼쳤다.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119 대 29’의 표차는 아쉬움과 허탈함을 넘어 민망할 정도다. 정부 관계자들은 “해볼 만한 수준으로 따라잡았다”고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대역전의 기대감을 키우다 두 말할 필요가 없는 완패로 끝났기에 충격과 허탈함이 더 커진 셈이다.

반면, 사우디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지난 2021년부터 사활을 걸고 유치전을 진두지휘했다. 네옴시티 1차 완성과 동계아시안게임(2029) 유치를 시작으로 엑스포(2030)를 거쳐 월드컵축구대회 및 하계아시안게임(2034) 개최로 이어지는 ‘포스트 오일’ 국가부흥 플랜과 왕위 계승이란 치밀한 그랜드 전략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이어 나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오일머니의 힘뿐만 아니라 중국·러시아와 미국·유럽 사이에서 실리를 추구하는 등거리 외교가 승리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결선에도 못 오른 참혹한 성적표에 당장은 아쉬움이 크지만 좌절할 필요는 없다. 유치전을 통해 얻은 것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제박람회기구(BIE) 182개 회원국과 구축한 네트워크는 잘 살려 나가야 할 소중한 외교 자산이다.

국제사회에 부산을 ‘글로벌 허브 도시’로 알린 것도 의미 있는 성과다. 경제적으로는 주요 그룹 총수들이 세계 각국 지도자와 만나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한 것 역시 유치 활동의 긍정적 효과로 평가할 만하다.

부산은 오는 2035년 엑스포 유치에 다시 나선다고 한다. 유치 성공을 위해서는 이번 엑스포 유치 실패의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고 교훈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외교 정보력이 문제인지, 행정부 분석이 문제인지 따지지 않는다면 외교 영역에서 이런 식의 오산이 계속될 수 있다. 

엑스포 유치가 불발된 것은 쓰라리지만,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어야 한다. 엑스포와 같은 메가 이벤트는 정확한 판세 분석이 이뤄져야 적절한 대응이 나오고, 유치에 성공할 수 있다. 정부의 유치 전략, 추진 과정, 상황 판단 등에 문제는 없었는지 냉정하고 꼼꼼하게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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