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시상식이 권위를 얻으려면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시상식이 권위를 얻으려면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12.04 11:01
  • 호수 8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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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지난 11월 23일 서울 강남구 SETEC(세텍)에서는 전국 노인회 취업지원센터장들을 대상으로 한 취업왕 시상식이 개최됐다. 관심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취업왕 시상식은 새 얼굴보다는 매년 봐온 얼굴들이 더 많다. 시상의 기준은 스포츠에서처럼 ‘성과’를 기준으로 한다. 올해 취업지원센터장들에게 할당된 목표인원은 140명인데 이 기준을 훌쩍 넘긴 센터장들이 수상했다. 취업왕은 크게 복지부장관상과 대한노인회장상으로 나뉜다. 그런데 장관상을 수상하면 3년간 수상할 수 없는 규정 때문에 실적이 더 많더라도 대한노인회장상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번 시상식에서는 목표인원보다 2배, 3배 이상 실적을 올린 센터장들이 이 기준에 따라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반면 같은 날 열린 제3회 대한노인회 노인복지대상 시상식에선 수상자가 단상에 오를 때마다 머릿속에 물음표가 하나씩 붙었다. 전국의 기초자치단체장이 200명이 넘는데 어떤 기준으로 ‘대상’이란 이름으로 22명에게 전달했는지 알 수 없었다. 시상식 이후 중앙회 홍보지에 공적내용이 실리긴 했지만 누가 심사를 했는지, 점수는 어떻게 부여했는지 등의 내용이 없었다.

또 1회부터 3회까지 중복 수상한 단체장도 없다. 경기 의정부시장과 충북 영동군수가 1, 3회 에 수상했지만 1회 때는 안병용 전 시장과 박세복 전 군수가 받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다른 인물이 수상한 것이다. 취업왕 시상식과 달리 매번 상 주인이 바뀐다는 것은 상 받았던 사람이 갑자기 일을 못했거나, 아니면 나눠주기식에 불과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일각에서는 “특정 목적 때문에 주는 상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한다.

물론 보다 많은 지자체장이 노인 복지에 힘써주길 독려하는 차원에서 가급적 같은 사람에게 주는 것을 지양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이유가 명분을 얻으려면 수상자가 극히 적어야 한다. 하지만 20명씩 주는 상임에도 매번 다른 지자체장이 상을 받는다면 나눠주기식에 불과한, 권위 없는 시상식이란 얘기다. 

취업왕 시상식에서 필자는 여러 수상자들과 인터뷰를 했다. 센터장들은 성격, 개성도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취업 알선이라는 자신의 역할에 대한 사명감과 자부심이 가득했다. 매년 절반 이상이 같은 얼굴이어도 인정받는 시상식으로 자리잡은 것은 철저히 센터장들이 이룩한 성과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몇 해 전 대종상영화제는 불참자에게 상을 주지 않겠다고 했다가 거센 역풍과 함께 그 권위를 완전히 상실했다. 상은 입맛에 따라 주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납득할 기준과 원칙을 세워 실행하고 이를 끝까지 유지하면 자연스럽게 권위도 생기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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