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리소리박물관 ‘자장자장 도담도담’ 전… 전국 팔도 ‘자장가’, ‘아이 어르는 소리’ 한자리에
서울우리소리박물관 ‘자장자장 도담도담’ 전… 전국 팔도 ‘자장가’, ‘아이 어르는 소리’ 한자리에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12.04 14:13
  • 호수 8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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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강원‧충청‧전라‧경상‧제주서 전승된 자장가 6곡 등 관련 자료 소개 

‘쪼막쪼막’‧‘곤지곤지’ 등 동작 소근육 발달 효과… 자장가 청취 공간도 마련

이번 전시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전승된 자장가와 아기 어르는 소리를 통해 한국의 자장가 문화를 조명한다. 사진은 이번 전시에서 전국 팔도의 자장가를 한 자리에 모아놓은 공간의 모습.
이번 전시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전승된 자장가와 아기 어르는 소리를 통해 한국의 자장가 문화를 조명한다. 사진은 이번 전시에서 전국 팔도의 자장가를 한 자리에 모아놓은 공간의 모습.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자장 자장 자장 자장 우리 애기 잘도 잔다.”

어린 시절 충청도 출신인 어머니가 기자를 재울 때 자주 불러주던 자장가의 가사다. 그런데 어머니가 충청도가 아닌 타 지역 출신이었다면 ‘자장 자장 워리 자장 우리 애기 잘도 잔다’(경상도), ‘우리 애기 잘두 자네 자장 자장 자장’(강원도), ‘자랑 자랑 웡이 자랑 자랑 자랑 웡이 자랑’(제주도) 등 기억하는 가사가 달랐을 것이다. 

이처럼 전국 팔도에서 태어났지만 서울에 상경해 정착한 사람들에게 어머니가 들려주던 자장가의 추억을 되살려주는 전시가 서울 종로구 서울우리소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내년 4월 28일까지 진행되는 ‘자장자장 도담도담’ 전에서는 자장가, 아이 어르는 소리를 비롯해 육아와 관련된 전통 향토민요와 ‘제주도 아기구덕’, ‘조선민요선’, ‘조영배 기증 경기동요’, ‘육아수첩’ 등 자장가와 관련된 유물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크게 ‘자장자장: 자장가에 담긴 사랑’, ‘도담도담: 전통 육아법에 담긴 지혜’, ‘자장가의 전승과 미래’ 등으로 나뉜다. 먼저 ‘자장자장: 자장가에 담긴 사랑’에서는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 등에서 전승된 우리나라의 지역별 자장가 6곡을 비교해서 들어볼 수 있다. 

자장가는 아이를 재우기 위해 아이를 업거나 안고 또는 눕혀서 토닥여주며 부르던 소리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채록됐다. 전국에서 불렀던 소리인 만큼 가사가 다양하며 지역적 특색이 나타난다.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자장가’로 불렸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워리자장’이나 ‘애기 흥그는 소리’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자장(제주도는 자랑)이라는 단어를 반복하며 수면을 유도하고, 닭과 강아지가 짖어서 아이가 깨는 것을 경계하는 마음이 실려 있다. 또 국가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유교 사상’, ‘자식에 대한 사랑’과 ‘올바르게 자라길 기원하는 마음’, ‘아이의 부귀와 장수를 기원하는 마음’ 등이 담겨 있다.

이어지는 ‘도담도담: 전통 육아법에 담긴 지혜’에서는 ‘아이 어르는 소리’를 모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아이의 성장 과정에 맞춰 간단한 동작과 함께 ‘아이 어르는 소리’를 불러왔다. ‘쪼막쪼막’, ‘도리도리’, ‘곤지곤지’ 등 노래를 부르면서 다양한 손동작, 목 동작, 팔 동작을 통해 아이의 소근육 발달과 인지발달을 촉진시킬 수 있었다. 또 ‘둥개둥개’와 ‘달강달강’은 걸음마를 시작하기 전 아이의 다리 힘을 키워주고 몸의 중심을 잡는 훈련을 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가장 향수를 자극한 것은 ‘할머니손은 약손’이다. 아이의 배가 아플 때 아픈 배를 문지르면서 체기가 내려가길 바라는 노래로, 재미있는 가사를 통해 아픈 아이를 웃게 하는 지혜가 돋보인다. 

또 이 공간에서는 대표적인 ‘아이 어르는 소리’ 4곡을 새롭게 녹음한 음원과 과거에 채록된 향토민요 음원 두 가지 버전으로 비교해서 들어볼 수 있다. 

자장가는 대중들에게 가장 친숙한 향토민요 중 하나로 비교적 최근까지 불려왔다. 그간 민요 연구자들의 현지 채록 및 연구로 다양한 종류의 자장가가 전승될 수 있었다. 다만 대중매체의 발전과 음악의 다양성 등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향토민요로서 자장가는 점차 설 자리를 잃어 사라져가고 있다. 

전시의 마지막 공간인 ‘자장가의 전승과 미래’에서는 자장가를 전승하고 보존하기 위해 노력한 민요 연구가들의 노력과 자장가를 미래로 지속시키기 위해 현대의 감성을 추가해 새롭게 녹음한 자장가 음원 등 자장가의 소중함을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전시장 한쪽에는 친근한 목소리로 부른 자장가를 들으며 잠시 누워 있을 수 있는 ‘다시, 자장가’ 공간도 마련돼 있다. 소파에 앉으면 바로 머리 위의 스피커에서 자장가가 잔잔히 흘러나와 정말 누군가의 품에 안겨 듣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박물관 관계자는 “자장가는 비교적 최근까지 가장 친숙하게 불려 온 향토민요지만 매체와 음악 다양화로 점차 설 자리를 잃어 사라져가고 있다”며 “자장가를 보존하고 발전 시켜 미래 세대에 전하는 일에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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