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혹세무민(惑世誣民)의 끝은 어딘가”
[백세시대 / 세상읽기] “혹세무민(惑世誣民)의 끝은 어딘가”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12.11 11:33
  • 호수 8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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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 기자] AI(인공지능) 시대를 반기면서도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허위·가짜 세상을 두려워한다. 즉 인공지능이 거짓말을 하는 것을 어떻게 판별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를 걱정하는 것이다. 앞으로 닥쳐올 수 있는 끔찍한 AI 시대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가짜뉴스가 끊임없이 생성되고, 세상을 혼란에 빠트리고, 우리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있다. 

오죽하면 미국의 사전 출판사 메리엄 웹스터가 2023년 올해의 단어로 ‘진짜’라는 뜻의 ‘어센틱’(authentic)이란 단어를 선정했을까. 이 사전은 “학생이 실제 논문 저자인지, 정치인이 해당 발언을 정말로 했는지 믿을 수 없다. 눈과 귀로 보고 들은 것조차 믿을 수 없게 됐다”며 “진실성의 위기를 목도하고 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그러니까 학생서부터 정치인까지 거짓말하고, 조작하고, 가짜뉴스를 퍼트리기 때문에 그만큼 진실이 더욱 소중해져 올해의 단어로 선정됐다는 얘기다. 

대한노인회도 ‘가짜 소동’의 회오리에 휘말려 있다. 올해 노인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됐던 사건 중 하나가 대한노인회 회장의 가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 파문이다. 처음 이 사실이 한 언론인이 운영하는 인터넷 신문에 올랐을 때 다들 설마 했다. 3선 의원 출신에 산수(傘壽·80세)를 맞이한 ‘어르신’이 그 같은 파렴치한 행위를 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매체가 가짜박사 학위 검증단을 구성해 다각적인 조사를 한 끝에 실제로 박사학위에 문제가 많다는 점이 드러났다.

결국 대한노인회 회장은 ‘학교의 행정착오’라는 식의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하다 전국의 지회장들에게 배포한 논문집을 돌려달라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가짜박사 학위 파문으로 인해 노인회장의 체면과 위신은 추락했고, 더불어 노인회 위상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말았다. 

가짜뉴스만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다. 혹세무민(惑世誣民)·감언이설(甘言利說)도 가짜뉴스만큼 사회질서를 흐트러트리고, 요행을 바라는 인간 심리를 교묘히 이용해 구성원과 조직에 혼란을 부추긴다. 주로 정치인이나 사이비 교주가 이런 행동을 한다. 

대한노인회장의 혹세무민은 거의 습관화되다시피 하다. 최근 대한노인회 사무국·처장 직무교육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김호일 회장은 이날 마이크를 잡고 “사무처장과 사무국장들에게 월500만원을 받게 하겠다”고 했다. 이날 김 회장은 사무국·처장들에게 ‘대한노인회법 통과를 위해 국회의원 방마다 찾아가 엄포를 놓고,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압력도 가하라’는 등의 부탁을 하면서 다음과 같이 과장된 발언을 했다.   

김 회장은 “다음 지방선거 때 도의회, 시의회에 제가 비례대표를 확보해놓겠다”며 “우리 사무국장이나 사무처장 하신 분이, 정년이 가까운 분들이 비례대표로 도의원에 나간다든지 또는 시의원 비례대표로 나간다든지 하면 그걸로 한 달에 한 500만원을 받고 엄청 파워가 커진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대한노인회장의 말 한 마디에 시·도 의회가 비례대표 몫을 할당해줄까. 쉽지 않은 일이다. 설사 받았다고 해도 당선되기 위해선 빠른 순번이어야 한다. 후순위로 한참 밀려나 있으면 당선은 요원하다. 그런데도 이런 고비들이 자기가 말 한대로 술술 풀려 군의원, 시의원이 돼 고액의 수당을 받을 수 있을 것처럼 호도하는 것이다. 공무원 생활을 수십 년 한 사무국·처장을 도대체 어떻게 보고 하는 말인지….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더욱 황당한 발언을 이어갔다. 대한노인회 체육회 건이다. 김 회장은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노인회 체육회를 등록하면 대한체육회 예산을 끌어다 쓸 수 있다”며 적극적인 호응을 요구했다. 김 회장은 “내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하고 의논했다. 당신은 64세 이하만 담당하고, 노인 체육은 대한노인회가 담당하겠다. 자기도 얘기하겠다(고 했다)”며 “대한체육회 1년 예산이 4680억원이다, 우리가 노인 체육을 담당하면 대한체육회 예산 중 1년에 한 1000억원 정도 예산을 확보할 수 있고, 그걸 가지고 각 종목마다 운동을 활발히 하고 문화활동도 활발히 한다”고도 했다.

대한체육회가 소중한 예산을 대한노인회에 뭉텅이로 떼어줄 것이라고 가정한 채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는 이런 행위가 전형적인 혹세무민이 아니고 무엇인가. 대한노인회장이 이런 식의 혹세무민을 계속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300만 대한노인회 회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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