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폴레옹’, 사랑 앞에서는 쩔쩔맸던 정복자 그려
영화 ‘나폴레옹’, 사랑 앞에서는 쩔쩔맸던 정복자 그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12.11 13:53
  • 호수 8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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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디에이터’ 등 시대극 연출한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의 신작 

 마리 앙투아네트 죽음부터 세인트헬레나로 유배되기까지 과정 담아

이번 작품은 나폴레옹이 세인트헬레나 섬으로 유배되기 직전까지 조세핀과의 사랑과 파란만장한 삶을 역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사진은 극중 스스로 황제에 오른 나폴레옹이 조세핀에 직접 황비 관을 씌워주는 모습.
이번 작품은 나폴레옹이 세인트헬레나 섬으로 유배되기 직전까지 조세핀과의 사랑과 파란만장한 삶을 역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사진은 극중 스스로 황제에 오른 나폴레옹이 조세핀에 직접 황비 관을 씌워주는 모습.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1769년 프랑스 변방인 코르시카에서 출생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라는 정신으로 수많은 전투를 승리로 이끌며 주변의 신임과 인기를 얻으며 승승장구한다.  

이후 국민 영웅이 된 나폴레옹은 6세 연상인 이혼녀 조세핀과 결혼한 뒤 쿠데타로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의 신화는 트라팔가 해전 참패 후 급격히 무너졌다. 결국 세인트헬레나 섬으로 유배돼 1821년 초라하게 눈을 감는다. 그의 유언은 ‘프랑스, 군대, 조세핀’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나폴레옹의 파란만장했던 삶을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프랑스, 군대, 조세핀’ 등 세 개의 키워드로 재조명한 영화 ‘나폴레옹’이 12월 6일 개봉했다. 특히 이번 작품은 로마 검투사의 이야기를 다룬 ‘글래디에이터’(2000)와 십자군 전쟁을 담은 ‘킹덤 오브 헤븐’(2005) 등 시대극을 통해 평단에 극찬을 받은 거장 리들리 스콧이 연출을 맡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화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단두대에서 사형당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두려움에 거칠게 숨을 내쉬는 마리 앙투아네트와 성난 시민들 사이에서 한 젊은 군인이 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변두리 섬 코르시카 출신의 장교인 ‘나폴레옹’은 끝내 머리가 잘린 그녀를 바라보며 묘한 표정을 짓는다. 아직 하급장교였던 그는 ‘앙시엥 레짐’이 무너진 그 순간 자신에게 기회가 올 것임을 직감한 것이다. 

나폴레옹은 툴롱에서 영국군을 침몰시키며 한순간에 프랑스를 지켜낸 스타가 되고, 이어지는 전투에서 연전연승하며 국민 영웅으로 떠오른다. 또 한 사교 모임에서 운명의 여인 ‘조세핀’을 만나면서 자신의 내면 속에 잠들어있던 야심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나폴레옹의 긴 구애 끝에 조세핀과 결혼하고 마침내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의 성공 신화는 조세핀과 충돌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번 작품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처형부터 나폴레옹이 유배지에서 세상을 떠나기까지 약 30년의 시간을 그린다. 프랑스 혁명 직후 로베스피에르의 공포 정치, 공화국 수립과 소멸, 나폴레옹에 의한 제국 건설, 그의 실각과 왕정복고에 이르는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이 순서대로 펼쳐진다. 

그 과정에서 정복자 또는 전쟁광으로 평가받는 군인이자 전략가로서 나폴레옹의 모습을 부각시킨다. 영화의 백미는 각종 전투 장면이다. 영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전투 장면은 엄청난 스케일과 실감나는 연출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나폴레옹이 진두지휘했던 툴롱, 아우스터리츠, 마렝고, 보로디노, 워털루 전투 등이 섬세하면서도 압도적인 스케일로 재현됐다. 

이중 오스트리아·러시아 연합군과 격돌한 아우스터리츠 전투에서는 얼어붙은 호숫가에 대포를 쏴 적들을 수장시키는 지략가의 모습이 엿보인다. 영국·오스트리아 연합군에 맞선 워털루 전투는 나폴레옹의 패배로 끝났지만, 시대극 액션 특유의 역동감을 선사한다. 방진(병사들을 사각형으로 배치하여 친 진)을 세운 영국군 주위를 프랑스 기마병들이 뱅뱅 돌고 멀리서는 오스트리아 기마 부대가 몰려오는 모습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또한 이번 작품의 또 다른 축을 담당하는 것은 나폴레옹과 조제핀의 사랑이다. 남편을 잃고 두 아이를 키우던 조세핀은 단숨에 나폴레옹의 마음을 사로잡지만, 처음엔 나폴레옹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지속적인 구애를 펼친 끝에 1796년 결혼에 골인하지만 두 사람은 지속적으로 엇갈린다. 

나폴레옹은 전장에서도 아내에게 편지쓰는 일은 잊지 않았지만 조제핀은 바람을 피우다 걸린다. 그런 조세핀을 용서할 정도로 나폴레옹은 광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그러나 본인이 황제에 오른 후에는 조세핀이 후계자를 낳지 못해 끝내 이혼하고 만다. 그럼에도 죽는 날까지 두 사람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지지자로서 존재한다.

그리고 두 사람의 운명적인 관계는 나폴레옹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와 조세핀을 연기한 바네사 커비의 열연으로 빛이 난다. 호아킨 피닉스는 정복자이자 수많은 전투를 승리로 이끈 장군으로서 카리스마를 내뿜는 동시에 사랑하는 여자 앞에선 초라할 정도로 어쩔 줄 모르는 인간적인 면모를 현실적으로 그린다. 화려한 의상과 아름다움으로 무장한 커비는 당대 최고의 미인이었던 조세핀으로 분해 나폴레옹을 애태우는 팜므파탈로서 매력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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