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신호, 도로 불법적치물이 노인 교통사고 키운다
짧은 신호, 도로 불법적치물이 노인 교통사고 키운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12.18 14:57
  • 호수 8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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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노인이 절반… OECD 평균의 2.7배  

행안부, 사고 많은 60곳 점검… 보행신호 시간 연장 등 개선책 마련

그림=연합뉴스
그림=연합뉴스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지난 12월 11일, 노인들이 많이 찾는 경기의 한 전통시장 앞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자 한 어르신이 사람들과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지만 아직 반대편에 도착하기 전 보행자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었다.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운전자 시야가 좁아 차량신호만 보고 있었다면 아찔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었다. 또 점포에서 모퉁이 도로에 내놓은 물건 탓에 시야가 가려져 어르신들이 차와 오토바이에 부딪힐 뻔한 상황이 여러 번 노출되기도 했다.    

이처럼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시장, 종교 및 노인복지시설 앞 도로에 대해 행정안전부가 대대적인 교통환경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각 현장 여건에 맞추어 불법적치물 정비, 보행공간 확충 등을 실시한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1991년 최고점인 1만3429명을 기록하고 2013년 이후부터는 10년째 매년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2022년도 교통사고 사망자수도 전년대비 6.2%(181명) 감소한 2735명으로 교통사고 통계관리(1970년) 이후 최저 사망자수를 기록했다. 

보행사망자도 933명으로 전년도(2021년)보다 8.3%(85명) 감소하며 지속적인 감소추세를 유지했다. 이중 노인 보행자 사망자 수는 558명으로 전년대비 7.2%(43명) 줄었지만 전체 보행자 중 절반 이상(59.8%)을 차지하는 등 비중은 높아졌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노인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6.5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인 5.9명의 2.7배나 된다.

이에 행안부는 도로교통공단과 함께 지난 10월 25일부터 11월 10일까지 교통사고 데이터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사거리 부근, 경기 의정부시 마운티아 의정부제일점 부근, 경남 마산어시장 부근 등 60개소에 대한 합동점검을 실시했다. 

이번 점검에서는 대상지에 대해 노인 보행환경 위험요인인 △도로환경 △안전시설 △운전자 요인을 중심으로 살폈고 그 결과 총 455건의 위험요인과 개선사항이 발견됐다. 

먼저 도로환경 요인은 보도·보행공간 등 도로자체에 보행자를 위한 환경이 미흡한 것을 말하는데, 위험요인이 202건(44.4%)으로 가장 많았다. 보행로가 단절돼 있다거나 보행신호 잔여시간 표시장치 미설치 등 횡단보도 안전성 부족, 도로 중간에 펜스 등을 설치해 무단횡단을 봉쇄하는 방지시설 미설치 등이 지적됐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횡단보도 신설, 보행신호 시간 연장을 위한 신호체계 개선, 차로 축소를 통한 보행공간 확충, 방호울타리 등 무단횡단 방지시설 설치 등을 통해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안전시설 요인은 교통안전을 위한 시설이 노후화되거나 미흡한 경우로 위험요인이 163건(35.8%) 확인됐다. 대표적인 사례는 횡단보도 도색이 지워지는 등 교통안전시설 노후화, 보행공간에 불법으로 쌓아둔 적치물, 안전시설 위치 부적합 등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면표시 재도색 등 노후 교통안전시설을 보수하고, 수목 정리·불법적치물 제거, 안전표지·신호기 재설치 등을 통해 안전도를 높일 계획이다.

운전자의 법규 위반 등으로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운전자 위험요인은 90건(19.8%)이 발견됐다. 불법 주정차, 차량 과속, 신호위반 등이 대표적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행자 횡단보도를 자동차가 통과하는 도로면 보다 높게해 감속을 유도하는 고원식 횡단보도와 과속 방지턱을 설치할 예정이다. 또 운전자의 법규 준수를 위한 불법주정차 및 과속 단속장비 설치 등을 추진한다. 

행안부는 노인보행환경 위험요인으로 확인된 총 455건을 지자체에 전달하고, 위험요인이 개선될 수 있도록 독려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노인보호구역 확대, 보행자 우선도로 지정 등 노인 보행자 보호 강화를 위한 대책 수립도 해당 지자체에 적극 권고할 예정이다.

이용철 행안부 안전예방정책실장은 “고령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노인들의 사회활동도 증가함에 따라 노인 교통사고 위험은 높아지고 있다”면서 “정부는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 감소를 위해 교통사고 빈발지역과 고위험지점에 대해 지속적인 진단과 정비를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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