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집] 국내 최초 민간 ‘치매 도서관’… 2500여권의 치매 도서 자유롭게 열람
[신년 특집] 국내 최초 민간 ‘치매 도서관’… 2500여권의 치매 도서 자유롭게 열람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4.01.02 13:58
  • 호수 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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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수지구에 위치한 ‘디멘시아도서관’

신경과 전문의가 직접 선별한 도서… 요양보호사·치매가족이 많이 이용

치매 역사·예방·문학 등으로 구성… 치매 예방 학습지, 놀이 카드 구비

디멘시아도서관은 정기적으로 치매 환자와 보호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치매 강사이기도 한 임주남 관장이 ‘치매와 함께 가기’라는 주제의 치매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디멘시아도서관은 정기적으로 치매 환자와 보호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치매 강사이기도 한 임주남 관장이 ‘치매와 함께 가기’라는 주제의 치매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법정기부단체로 후원구조 만들었으면… 북카페도 꾸미고 싶어”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병을 말해보라면 누구나 치매를 꼽을 정도로 치매는 모두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정신을 잃어가는 상태’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치매는 정상적으로 생활하던 사람이 다양한 원인에 의해 뇌 기능이 손상돼 인지기능 저하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치매는 뇌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원인질환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많은 경험을 가진 전문의라 할지라도 치매와 관련한 모든 문제를 파악하기 힘들다. 치매 환자나 보호자들 또한 인터넷 검색이나 도서를 통해 치매의 다양한 정보를 알고 싶어도 정보량이 방대하다 보니 정말 알고 싶은 대답을 얻기가 힘든 게 현실이다.

이러한 와중에 치매 환자와 가족을 위해 정보공유를 목적으로 치매 관련 도서를 수집, 제공하는 디멘시아도서관이 지난 2021년 2월 용인시 수지구에 개관했다. 이는 전국 최초로 치매 도서만을 취급하는 민간 치매 전문도서관이다.

◇신경과 전문의가 직접 도서 선별

디멘시아(dementia)는 치매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로, 치매를 겪거나 치매 환자를 곁에 둔 사람들은 이 도서관에서 치매 원인, 종류, 진단, 증상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 

그동안 의료지원과 치유환경의 사각지대에 놓인 치매환자와 가족들이 관련 정보를 정확하고 지속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여건은 미흡한 실정이었다. 

이에 디멘시아도서관은 환자와 가족들이 혼란스럽고 그릇된 정보에서 벗어나 바른 치료와 돌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가 수록된 책과 자료들을 수집했다. 

특히 인터넷 검색으로 찾는 정보가 때로 부정확한 내용을 전달할 수 있으므로 신경과 전문의가 직접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도서들을 선별해 차별화를 뒀다. 

디멘시아도서관은 신경과 전문의인 양현덕 전 관장이 사비를 들여 만든 공간으로, 도서관이 지역 속에서 치유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치매로 인한 고통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개관했다. 

실제로 디멘시아도서관 바로 옆에 자리한 하버드신경과의원은 양현덕 전 관장이 운영하고 있는 의원으로, 치매나 알츠하이머 질환 등을 치료하기 위해 의원을 찾은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디멘시아도서관의 주 고객이다.

김유경 디멘시아도서관 사서는 “보통 환자의 보호자인 요양보호사나 가족들이 병원을 들렀다 우연히 오시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러다보니 간병에 도움이 되는 도서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날 부모님의 치매검사를 위해 의원을 방문한 이정숙(45)씨는 “신경과의원 바로 옆에 치매서적을 전문으로 다루는 도서관이 있어 놀랐다”며 “치매로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큰 힘과 위로가 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치매 어르신과 가족들을 위한 ‘치유 베이킹 수업’과 기억동아리가 진행한 ‘수묵화 그리기 수업’, 두뇌 운동에 도움이 되는 ‘치매 예방 학습지’와 ‘추억회상 놀이 카드’의 모습(왼쪽부터).
치매 어르신과 가족들을 위한 ‘치유 베이킹 수업’과 기억동아리가 진행한 ‘수묵화 그리기 수업’, 두뇌 운동에 도움이 되는 ‘치매 예방 학습지’와 ‘추억회상 놀이 카드’의 모습(왼쪽부터).

◇국내 발간된 치매 도서 대부분 소유

디멘시아도서관은 모든 주제의 도서를 소장하고 있는 다른 도서관과 달리, 대부분이 치매 관련 도서로 이뤄졌다는 게 특징이다. 현재 2500여권의 치매 관련 서적을 보유 중인데, 시중에 발간된 치매 관련 도서를 모두 소장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치매의 역사, 예방, 진단, 치료, 재활프로그램, 돌봄, 연구, 제도와 정책, 수기 및 문학 등 치매에 관한 모든 책들을 만나볼 수 있으며, 인지능력 향상과 두뇌운동에 도움이 되는 치매예방 학습지와 추억회상 놀이 카드 등 치매안심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자료 또한 모두 구비 중이다.

모든 자료는 자유 열람이 가능하며 도서를 대출하고자 할 때는 회원가입 신청서를 작성하고 신분증을 제출해야 한다. 도서는 최대 1개월 기간 동안 4~5권의 대출이 가능하며, 열람을 원하는 책이 도서관에 없을 경우에는 도서관 홈페이지 희망도서 게시판을 이용해 신청할 수 있다. 이용요금은 무료다.

치매 환자 간병인인 정인자(64) 씨는 “간병인으로서 치매 관련 책과 신간 도서 등 관련 도서를 한눈에 찾을 수 있어 디멘시아도서관이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치매 가족뿐만 아니라 요양보호사 더 나아가 의료진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 위해 개관

디멘시아도서관은 치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고자 하는 양현덕 전 관장의 소망을 담은 곳이기도 하다. 치매는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는 불치병이라는 불안감과 함께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사회적 편견이 있기 때문이다.

임주남 디멘시아도서관 관장은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부정적인 것이 대부분”이라며 “그러다보니 치매 환자가 가족으로 있다는 사실을 주변에게 알리는 것조차 꺼려하는 경우 많다”고 말했다.

이에 디멘시아도서관은 지식과 정보만을 제공하는 역할을 넘어 치매 환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도서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 치매안심센터와 연계해 각종 사업을 추진하는 것뿐만 아니라 근처 초등학교 학생들을 초청해 치매에 대한 인식 개선 교육도 계획 중이다.

어르신들에게 교복을 입혀주고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주는 ‘청춘사진관’도 분기마다 진행하고 있으며, 중앙치매센터의 치매파트너 교육을 이수한 분들과 함께 ‘기억동아리’라는 이름으로 경도인지장애 어르신들의 그림책 만들기, 수묵화 그리기 등의 활동도 하고 있다.

김유경 사서는 “지난해엔 대학생이나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며 “앞으로도 치매 환자와 가족들이 타인과의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법정기부단체 되길 희망

치매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애로점은 없을까? 무엇보다 재정을 확보하는 게 가장 힘들다는 게 임 관장의 주장이다. 

임주남 관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서관이라는 장소를 공공재로 여기는 것이 현실”이라며 “ 도서관이 도서를 판매하거나 수익구조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도서관이 사비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고 아쉬워했다.

그나마 용인시에서 작은도서관으로 선정된 이후 연 600만원의 도서관평가지원금을 받고 있어 도서를 구매하는 데 보탬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작은도서관이란 지역 주민들이 생활 주변에서 편리하게 책을 볼 수 있도록 돕는 민간주도의 독서 문화공간을 말한다. 이외에도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후원금을 받고 있다.

임 관장은 앞으로 작은도서관에서 발전해 특화도서관 더 나아가 전문도서관까지 가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임 관장은 “최종적으로는 일본처럼 북카페 형태의 디멘시아카페를 만들어 치매 환자들과 가족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커피 한 잔 할 수 있고 책도 판매할 공간을 만드는 게 꿈”이라며 “더불어 현재 기업들이 기억다방 등에 사회환원 활동을 하듯이 디멘시아도서관도 법정기부단체가 되어 후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디멘시아도서관 정보

주소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광교중앙로 294 엘리치안빌딩 3층

이용 시간 월~금요일(오전 9시~오후 6시), 토요일(오전 9시~오후 1시)

대출 가능 권수 1인 4~5권(최대 1개월)

홈페이지 주소 dementia.winboo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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