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섭 대한노인회 전남 곡성군지회장 “경로당 현실 체험하는 명예지회장제 운영…복지지원 대안 될 지도”
심정섭 대한노인회 전남 곡성군지회장 “경로당 현실 체험하는 명예지회장제 운영…복지지원 대안 될 지도”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4.01.05 15:25
  • 호수 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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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충혼탑 참배 통해 젊은 층에 노인 존재 부각시키고, 국가관도 정립 

독거노인 생일 축하, 학생들 예절교육, 취약계층에 도움의 손길 등 펼쳐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자랑스런 전통을 잇고, 경로효친을 되살리기 위해 애쓰는 지회장이 있다. 심정섭(82) 대한노인회 전남 곡성군지회장에게 ‘어떤 일을 했는지’라고 묻자 “취임하자 첫 행사로 임원과 읍·면 분회장들과 함께 곡성읍 충의공원 내 충혼탑을 참배했다”고 말했다. 

심 지회장은 “이승만 대통령이 친필로 쓴 충혼탑에 노인회가 별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다”며 “(참배가) 별 일 아닌 것 같지만 노인이 불필요한 존재가 아니란 사실을 젊은층에 각인 시키고, 우리로선 국가관을 정립하고, 겸손한 마음을 갖고 시작하자는 뜻도 있다”고 밝혔다.

심 지회장은 또, “노인공경은 우리가 하는 게 아니라 남이 해주어야 하는 것”이라며 “곡성군수께서도 진심으로 노인을 잘 모신다”고 덧붙였다. 곡성군 인구는 2만7000여명, 노인인구는 1만500여명이다. 곡성군지회는 11개 읍면 분회, 324개 경로당, 회원 1만여명을 두고 있다. 심정섭 지회장은 40여년 군청 공무원 생활을 했다. 곡성군 선거관리위원회 위원, 곡성군 노인복지기금 심의위원, 곡성군 지방보조금 심의위원을 역임했다. 곡성군지회 노인대학장(13년)을 거쳐 지난 2022년 4월에 곡성군지회장에 취임해 현재에 이르렀다. 

-곡성군수가 노인공경에 앞장 서고 있다고.

“곡성군수 취임식 초청을 받고 군민회관에 갔는데 그 자리에서 뜻밖의 대접을 받고 놀랐다. 노인회장을 불러 나오게 하더니 군수께서 (노인회장을 앞에 세워두고) 취임 선서를 한 것이다. 역대 어느 군수도 하지 않았던 일이다. 그날 좌석 배치도 읍면 분회장을 맨 앞줄에 일렬로 앉혔다. 노인을 어른으로서 그만큼 대우하겠다는 뜻이 있다고 본다.”

이상철 곡성군수는 새해 1월 2일 곡성군지회를 방문하기도 했다. 작년 5월 어버이날에는 이 군수를 비롯 국회의원, 군의장, 경찰서장 등이 지회를 방문해 임원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기도 했다. 

심 지회장은 탁자 위에 놓인 신년 축하화분을 가리키며 “주민복지과장이 생일, 어버이날, 노인의 날 등 일 년에 3번은 꽃을 들고 지회를 찾는다”고 말했다. 

심 지회장은 “말로만 경로효친 하지 말고 실천해야 한다”며 “읍·면장들이 군청 행사에 참석 할 때 ‘노인회장도 같이 가시렵니까’하고 모시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장 큰 사업이라면.

“2023년 전라남도사회혁신 공모사업에 선정돼 사업비 1500만원을 받아 ‘아(름답고) 따(뜻한) 어르신 행복배달 왔다!’ 사업을 실시했다.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해 생필품 꾸러미를 전달하고, 88명의 홀몸 어르신에게 생일 축하 선물도 드렸다. 7개 지역아동센터에 학용품을 지원했다.” 

심정섭 곡성군지회장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사진 왼쪽부터 문용수 사무국장, 선종철 총무부장, 고영길 노인대학장, 심정섭 지회장, 오승미 경로부장, 황상연 센터장.
심정섭 곡성군지회장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사진 왼쪽부터 문용수 사무국장, 선종철 총무부장, 고영길 노인대학장, 심정섭 지회장, 오승미 경로부장, 황상연 센터장.

심 지회장은 “학생들에게 곡성의 역사를 가르치고, 어린이집 9개소를 찾아 아이들에게 예절 교육을 시켰다”며 ”많은 얘기를 하면 잊어버릴 것 같아 딱 하나, 학교를 오갈 때 부모에게 반드시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왔습니다’라고 인사해라, 인사만 잘 하면 나중에 크게 된다고 가르쳤다”고 말했다.

-‘명예지회장 제도’란 무엇인가.

“경로당 현안 해결에 여러 사람의 손과 머리를 빌리고자 한다. 지역의 유지, 단체장을 하루 명예지회장으로 임명해 경로당을 순회하며 경로당 실태를 체험할 기회를 갖게 하고, 그분들을 중심으로 노인복지지원협의체를 만들어 대안을 찾아볼 생각이다.”

-경로당 회장 활동비 지급이 화두이다. 

“저 역시 그 문제를 심도 있게 연구했다. 전체 경로당 회장 수당 지급은 열악한 군 재정으로선 무리라는 계산이 나온다. 군청 예산을 다뤘던 저로선 그 같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아 무턱대고 달라고만 할 수는 없는 처지를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노인일자리는 어떤가.

“60명이 ‘깨끗한 경로당 만들기’에 참여하고 있다. 곡성의 여러 기관에서 하고 있는 일자리 중 노인일자리는 지회가 전담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파크골프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지난해 파크골프를 열심히 했다. 도지사기대회에도 나가고, 양평에서 열린 전국대회에도 참가하고, 보령서 개최한 노인건강대축제에도 나갔다. 제가 곡성의 파크골프 1세대이다. 우리 직원들도 나를 따라 파크골프 시작해 지금은 프로급이 됐다.”

-‘곡성 세쌍둥이 출산’이 화제였다.

“말로만 인구 문제를 걱정할 게 아니라 노인도 뭔가 기여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취지에서 임원들과 함께 지난해 1월 30일, 옥과면에서 태어난 세쌍둥이 가정을 방문해 출산축하금과 육아용품을 전달했다.”

-대한노인회와 인연은.

“공직 생활 마친 뒤 전전 지회장의 권유를 받고 지회 노인대학장으로 13년을 봉사했다.”

심 지회장에게 ‘40여년 공무원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일’을 묻자 인터뷰 자리에 배석했던 문용수 사무국장이 “과거 지회장님 모시고 군청에서 근무했다”며 “전국적인 관광명소가 된 곡성기차마을이 지회장님 기획실장 재직 시 중앙부처에 건의해 확정 받은 사업이었다”고 소개했다. 

문 국장은 “전라선 곡성역을 철거할 당시 13km 구간의 철도를 살려 레일바이크용으로 활용하고, 일대에 장미꽃을 심고 증기기관차 등을 전시해 아름다운 추억의 공간으로 조성했다”고 말했다.    

-어떤 경로당으로 만들고 싶은지.

“노인들이 날마다 나가고 싶은 장소, 나가면 즐겁고, 동네 노인들을 하루에 한 번씩 만나보는 장소, 서로 웃고, 같이 즐기고, 노는 경로당으로 만들려 한다.”

-경로당이 청결하고 좋아야 하는데. 

“궁극적으로는 324명의 경로당 회장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 경로당 관리도 하고 소외된 노인을 찾아가 말벗도 돼주면 좋을 것이다. 사회복지사 자격을 가졌더라도 젊은 층은 말벗 상대로는 적합하지 않다. 노인 정서에 맞지 않고, 소통에도 문제가 있다. 역시 세대가 같은 노인이 케어하는 게 합리적이다.”

심정섭 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새해 역점을 둘 사업은 18억원의 예산 지원을 받아 노후한 사회복지회관을 리모델링해 곡성군 노인회관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바둑, 장기 등 프로그램실도 마련하고, 어르신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도 확보하고, 노인대학도 활성화시켜 곡성 노인복지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예산 지원을 해준 김영록 전남지사와 이상철 곡성군수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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