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이재명 민주당 대표 피습… 정치 테러 촉발시키는 ‘극단 대결’ 해소에 힘 모아야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이재명 민주당 대표 피습… 정치 테러 촉발시키는 ‘극단 대결’ 해소에 힘 모아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4.01.08 09:28
  • 호수 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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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지영 기자] 4·10 총선이 치러지는 갑진년 새해 이튿날 부산을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습격당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는 일이 벌어졌다. 제1야당 대표가 대낮에 테러를 당하다니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월 2일 오전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하던 중 충남에 거주하는 60대 남성 김모 씨로부터 왼쪽 목 부위를 공격당해 피를 흘린 채 쓰러졌다.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범인은 ‘내가 이재명이다’라는 종이 왕관을 두르고 군중에 둘러싸인 이 대표에게 “사인해 주세요”라며 접근해 흉기를 휘둘렀다고 한다. 우발적 범죄가 아니라 의도적 테러 행위임을 엿볼 수 있는 현장 정황이다. 

이 대표는 사건 발생 20여 분만에 도착한 구급차에 실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됐다. 이후 경정맥 손상과 출혈이 우려돼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 수술을 받았다.

이 대표의 수술을 집도한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민승기 교수는 “목 부위에 1.4㎝ 칼에 찔린 자상이 있었고, 많은 양의 피떡이 고여 있었다”면서 “내경정맥이라고 불리는 속목정맥 둘레의 약 60%가 예리하게 잘려져 있었는데, 다행히 동맥 손상이나 뇌신경·식도·기도 손상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날 이 대표에게 흉기를 휘두른 용의자는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수사본부는 3일 “용의자가 이 대표를 급습할 때 사용한 흉기는 길이 17㎝, 날 길이 12.5㎝ 크기의 등산용 칼이었고 손잡이 부분이 테이프로 감겨 있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입원한 서울대병원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 대표에 대한 정치 테러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민주당은 야만적인 테러와 어떠한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국민과 함께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도 이재명 대표 피습사건을 둘러싼 각종 음모론과 가짜뉴스가 확산하는 상황을 규탄하고 강력한 대응 의지를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번 피습사건은 대한민국 법치주의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심대한 위협”이라면서 “그럼에도 각종 음모론을 유포하며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혼란스러운 모습이 곳곳에서 보인다. 국민의힘은 현 상황을 엄중히 직시하며 모든 음모론과 가짜뉴스에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누구를 상대로 하든,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특히 유권자와 가까이 접촉해야 하는 정치인에 대한 물리적 공격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범죄다. 

용의자의 범행 동기는 앞으로 사법기관의 수사에서 밝혀지리라 본다. 정치적인 이유가 있었는지, 아니면 단순 범행인지에 따라 그 파장도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이번 사건은 그동안 여야 정치권이 직·간접적으로 조장한 증오와 분열의 정치가 낳은 소산이라는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2006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박근혜 대표의 피습, 2022년 3월 대선 때 송영길 대표의 둔기 피해 등에서 보듯이 극단적인 진영 대결의 정치가 완화되기는커녕 갈수록 더해만 가고 있다는 점이 이번 사건의 배경으로 꼽힌다. 

지금처럼 여야가 극단적인 대결 정치로 일관하면 선거 과정에서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매우 염려된다. 여야는 이제라도 극한 대립을 자제하고 이번 사건을 어떤 정치 테러도 용납할 수 없다는 걸 확인하는 계기로 삼는 데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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