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노인들, 정보격차에서 탈출하려면”
[백세시대 / 세상읽기] “노인들, 정보격차에서 탈출하려면”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4.01.08 11:03
  • 호수 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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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 기자] AI(인공지능) 시대에 ICT(정보통신기술) 기기 사용이 노인에게는 어렵기만 한 걸까. 두 노인의 일상생활을 통해 이 질문에 답하려 한다.  

첫 번째 케이스는 엄청난 스트레스의 해외배송 사례를 겪은 70대 초반의 지인 이야기이다. 그가 중국의 플랫폼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상품을 구입해 손에 쥐기까지 걸린 시간과 정력을 비유한다면 ‘천로역정’(天路歷程·천국으로 가는 길의 여정)이었다. 그만큼 힘들고 어려웠다는 말이다. 알리 익스페스는 어린이옷서부터 전기자전거까지 수천, 수만 점의 상품을 취급하는 온라인 쇼핑몰로 전 세계의 다양한 상품과 뛰어난 가성비 등으로 국내외 전 연령대가 이용 중이다. 

지인은 지난해 11월 초에 있었던 ‘광군제’(중국의 대규모 할인 행사) 때 ‘마샬 블루투스 스피커’ 한 대를 주문했다. 90만 원대의 스피커가 이 기간에만 60% 이상 대폭 할인돼 1년을 기다린 끝에 저지른 것이다.

주문 당시 배송 예상 날짜가 보름 후였다. 그런데 두 달 가까이 지난 시점에도 상품이 도착하지 않았다. 해외배송 지연과 관련 인터넷 상에 “해외배송은 보름에서 한 달 이상 소요 된다”며 “잊고 있으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다”고 떠있다. 잊고 지냈던 지인이 어느 날 이상한 느낌이 들어 배송조회를 확인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주문한 상품에 대한 데이터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지인은 당황했다. 배송 진행 확인은커녕, 거래 내역에 대한 어떠한 자료도 찾을 수 없었다. 알리 익스프레스에 올라있던 판매처 자체가 플랫폼에서 사라진 것이다. 지인은 숨을 고르고 찬찬히 생각했다. 

단 하나의 자료는 신용카드로 현금 44만여원을 결제한 것이고, 이 거래를 승인한 카드가맹점의 내역서 뿐이었다. 카드사에 문의해 카드가맹점을 확인한 바 서울 강남에 소재하는 00페이먼츠라는 회사였다. 

지인은 이때부터 피 말리는 시간을 거쳐야 했다. 가맹점에 전화해 상품의 배송 유무, 판매사 등에 대해 문의하자 ‘자기들과는 알 바가 없으니 알리 익스프레스로 연락하라’는 당연한 답변이 돌아왔다. 

알리 익스프레스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지만 발신음만 들리고 받지 않았다. 첫째 날은 그렇게 지났다. 둘째 날 오전 9시가 되자마자 전화기를 돌렸다. 간신히 연결이 됐고, 담당 여직원으로부터 통관을 담당하는 새로운 업체의 전화번호를 받았다. 그곳에서 상품 운송장 번호가 확인됐다. 

지인은 한숨을 돌렸다. 운송장 번호가 있는 한 판매자가 상품을 발송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사기는 아니었다. 지인은 그로부터 일주일 동안 관세청과 관세청에서 알려주는 또 다른 관세업자와의 지리한 전화통화를 거쳐 관세 4만여원을 냈고, 마침내 두 달여 만에 상품이 도착했다.

두 번째는 60대 후반에 아기인형을 구입한 지인의 경우다. 자식 둘을 출가시키고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집에서 보내는 전업주부이다. 2년 전 애완견이 죽자 외로움을 아기 인형으로 달랬다. 애완견과 아기에게서 상통하는 부분을 느꼈던 듯싶다.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출생 3개월 가량의 남아 인형은 살아있는 듯 했다. 가녀린 눈썹에, 이마 한쪽과 관자노리에 푸르스름한 실핏줄까지 내비쳤다. 지인은 아기 인형을 쓰다듬고 대화하면서 행복해 하곤 했다. 인터넷으로 새로운 디자인의 옷을 구입해 입혀보는 게 일상이 됐다.    

지인은 “아기 몸집이 작아 애완견 옷이 더 잘 맞는다”며 “백화점 등 오프라인보다 인터넷에서 3분의 1 정도 저렴하게 판매하다”고 귀띔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입하거나, 새로운 취미생활로 외로움과 상실감을 극복한 노인들은 ICT를 적극 활용하는 ‘신(新) 노인’이다. 이들에게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정보격차)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생활 속에서 접근한다면 어떠한 ICT도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노인들이 체득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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