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사람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평생 발달한다 / 최성재
[백세시대 금요칼럼] 사람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평생 발달한다 / 최성재
  •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4.01.08 11:13
  • 호수 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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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나이 들면 모든 게 퇴화한다지만

인간 발달 연구에서 얻은 결론은

지능이 계속 올라갈 수 있다는 것

나이 탓 말고 학습 노력을 계속해

뇌가 살아나는 걸 체험해보시길

‘발달’과 ‘발전’은 같은 뜻의 말인데도 일상생활에서 ‘발달’이라는 말보다 ‘발전’이라는 말을 훨씬 더 많이 사용한다. 발달은 주로 학술적으로나 이론적으로 사용하고, ‘발전’은 이 외의 일상생활에서 두루 많이 사용하고 있다. 여기서는 ‘발달’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로 한다. 

발달이라는 말에는 성장, 성숙, 유지 및 적응의 의미가 같이 담겨있다. 성장은 양이 증가하거나 바람직한 특성이 새로 생겨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키가 커지고, 몸무게가 늘고, 물건의 위치나 관계를 파악하는 능력이나 부모-자녀 간 관계를 판단하는 능력 등이 새로 생겨나는 것을 말한다. 

성숙은 새로 생겨난 능력이나 기능의 수준이 질적으로 높아지고, 정밀해지며, 능숙해지고, 복합적으로 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숫자를 이해하고 다루는 능력이 더 명확하고 상세하고 복합적으로 되는 것, 어떤 문제를 종합적 상황을 고려하여 해결하는 것 등이다. 

유지는 성장시켜 온 신체적 및 정신적 기능을 계속 잘 지켜나가는 것이다. 신체적 및 정신적 기능은 끝없이 계속 성장할 수는 없으므로 최고 수준이나 원하는 어떤 수준에 도달하면 그 상태를 계속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신체적 힘을 잘 유지하는 것, 기억력을 계속 유지하는 것, 특별한 기술을 계속 유지하는 것, 글쓰기 능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적응은 변화되는 개인 내적 요인(신체적 및 정신적) 및 외적 요인(사회, 경제, 문화적)을 잘 다루어 나가는 것이다. 예를 들면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갑작스러운 신체적 특성과 성적 욕구를 잘 다루어 나가는 것, 취업하여 조직의 일원으로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 배우자와 부모로서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 중년을 지나 약해지는 시력, 청력, 기억력 등에 잘 적응해 나가는 것, 퇴직이나 배우자의 죽음을 잘 다루어 나가는 것 등이다. 

사람은 신체적 및 정신적으로 대체로 20세 전후까지 발달하고, 발달한 상태를 유지해 오다가 40대부터 모든 면에서 계속 퇴화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난 60~70년 이상 인간 발달에 관한 많은 연구에서 얻은 결론은 인간은 생애의 시기나 기능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요람에서 무덤까지 평생 발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년을 지나면서부터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장과 성숙이 멈추거나 느려지는 경우가 많이 늘어나지만, 성장과 성숙이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노력 정도에 따라 계속되는 것도 상당히 있다. 여기서는 40대 이후 나이를 먹으면서도 성장하고 성숙하는 것으로 학습과 관련된 3가지만 소개하려고 한다. 

첫째, 지능이 올라갈 수 있다. 지능은 일상생활의 가장 중요한 바탕이 되는 것이다. 나이 들면 지능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새로운 것을 배우기도 어려워진다고 판단하여 배움을 두려워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지능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지능(유동적 지능)과 후천적으로 ‘교육과 훈련과 경험’(이 3가지를 이후 ‘학습’이라 함)을 통해 습득하는 지능(결정화 지능)으로 구분되며, 선천적 지능보다는 후천적 지능이 전체 지능 중에 더 큰 부분을 차지한다. 

선천적 지능은 20대 이후 계속 떨어지지만, 후천적 지능은 나이 들수록 노력 정도에 따라 계속 올라가거나 유지될 수 있다. 후천적 지능 발달과 유지의 가장 효과적 방법은 학습이다. 흔히들 나이가 들면서 머리가 둔해져(지능이 떨어져) 배울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배우려고 노력하지 않기 때문에 머리가 둔해진다고 할 수 있다. 

둘째, 나이 들수록 지혜(슬기)가 늘어날 수 있다. 지혜는 사물의 이치를 빨리 깨닫고 사물을 정확하게 처리할 방도를 생각해 내는 재능을 말한다. 그런데 이 지혜의 많은 부분이 학습을 통해 얻어진다.         

셋째, 뇌의 기능은 노력하면 없어진 기능도 다시 생겨나고, 전에 없던 새로운 기능도 생겨날 수 있다. 뇌는 5~6세면 성장을 멈춘다고 알고 있으나 계속 학습하려고 노력하면 뇌의 기능이 새로 생겨날 수 있다. 즉, 나이 들어 새로운 것을 학습하려는 노력 정도에 따라 뇌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뇌의 이러한 특성을 가리켜 ‘뇌의 가소성’이라 한다.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와 같이 발전된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는 크게 비용 안 들이고 가능하다. 사람이 무덤까지 계속 발달하는 데 필요한 환경과 여건이 잘 갖춰져 있어도 그것을 이용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학습하는 노력이 중년기 이후 생애의 여러 면에서 가장 중요한 활동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이제 또 한 해를 맞았다. 계속 발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나이 탓 말고, 작년보다 더 발달(발전)된 한 해를 만들어 나가는 노력에 매진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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