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 ‘그때 그 서울’ 전, 케이블카 아래 스케이트 타던 창경원 풍경 ‘생생’
서울역사박물관 ‘그때 그 서울’ 전, 케이블카 아래 스케이트 타던 창경원 풍경 ‘생생’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4.01.08 14:39
  • 호수 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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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군기자 임인식 사진작가가 담아낸 1960년대 전후 서울 풍경 140여점

전쟁으로 폐허된 명동, 남대문시장 항공촬영, 옛 한강 등 고스란히 담겨

이번 전시에서는 종군기자로 활동하는 등 광복 직후부터 서울의 풍경을 담아낸 임인식 작가의 사진을 통해 옛 서울의 풍경을 살펴본다. 사진은 1962년 창경궁 케이블카 아래 눈 내린 춘당지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
이번 전시에서는 종군기자로 활동하는 등 광복 직후부터 서울의 풍경을 담아낸 임인식 작가의 사진을 통해 옛 서울의 풍경을 살펴본다. 사진은 1962년 창경궁 케이블카 아래 눈 내린 춘당지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일제는 1909년 11월 1일 창경궁의 격을 낮추기 위해 궁 안에 동‧식물원을 만들고 이름을 창경원으로 바꿨다. 광복 이후에도 창경궁 원형 복원(1983~1986)에 나서기 전까지 서울에서 가장 큰 유원지로서 주말마다 가족 나들이객으로 붐볐다. 1962년에는 케이블카가 설치됐고, 연못인 춘당지는 겨울에 시민들의 스케이트장으로 활용됐다.

지난 1월 2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그때 그 서울’ 전에서는 당시 풍경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이 관람객을 맞고 있었다. 종군기자로 활약했던 임인식(1920~1998) 작가가 포착한 사진에는 지금은 사라진 케이블카 아래서 눈 쌓인 춘당지를 즐기는 1960년대 시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제는 볼 수 없는 흑백 사진 속 풍경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오는 3월 1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임인식 작가의 유족이 최근 기증한 사진 1000여점 중 140여점을 선별해 한국 현대사의 격변기라 할 수 있는 광복 이후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서울의 모습을 소개한다.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난 임 작가는 중국과 무역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덕분에 일찍부터 카메라 등 신문물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20대 시절인 1944년 서울로 이주한 그는 용산 삼각지 부근에서 ‘한미 사진 카메라’점을 운영하면서 본격적으로 서울 곳곳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광복 직후 서울의 풍경과 대한민국의 정부수립기념식(1947) 등 역사적인 순간도 담아냈다. 또 1948년 육군사관학교 8기 특별 2반으로 입교해 소위로 임관한 후 한국전쟁 종군기자로서 전쟁 초기 서울시민의 피난 장면, 9·28서울수복 직후 서울의 모습, 1·4후퇴까지 전쟁의 모든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1952년 육군 대위로 예편한 뒤부터는 ‘대한사진통신사’를 설립해 정부 주요 행사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충실히 카메라에 담아 방대한 분량의 사진을 남겼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쟁의 상흔을 씻고 도시의 일상을 복구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삶에 대한 희망과 힘겨운 국난 극복 상황에서도 함께한 가족과 이웃의 따뜻한 이야기로 구성된다. 

먼저 ‘폐허가 된 서울’에서는 전쟁 당시 피난가는 시민들과 9·28서울수복 이후의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한 사진들을 만나 볼 수 있다. ‘포격으로 인해 폐허가 된 명동’의 경우 사진 제목이 없었다면 어디인지 짐작조차 어려울 정도로 처참한 당시 모습을 잘 담고 있다.  

이어지는 ‘하늘에서 본 서울’에서는 1954년부터 1956년까지 촬영한 항공사진이 전시된다. 이중 ‘신세계백화점과 남대문시장 주변 항공촬영’은 임 작가가 신설동 경비행장에서 L-19 비행기를 타고 직접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인이 촬영한 최초의 항공사진으로 전쟁의 상흔을 극복하고 되살아나는 서울의 희망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격동기 서울’에서는 국가 행사부터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까지 다양한 순간을 담은 사진을 전시한다. 대표적인 사진이 1956년 5월 15일 실시된 제3대 대통령 선거 개표 결과를 소개하는 ‘소공동 경향신문사 앞 선거발표 속보판’(1956)이다. 지금은 개표 과정을 전산으로 집계해 TV 등 다양한 매체로 실시간으로 전달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주요 거점에 설치된 속보판에 사람이 일일이 득표 숫자를 바꿔 전달했다. 사진 속에는 이승만 대통령 후보, 장면 부통령 후보의 이름이 적힌 속보판과 숫자를 바꾸는 관계자, 그리고 이를 보기 위해 인산인해를 이룬 시민들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한강 얼음 채취 후 휴식하는 인부(1954)
한강 얼음 채취 후 휴식하는 인부(1954)

또 지금은 한강 종합개발로 사라져 볼 수 없는 한강의 옛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백사장이 길게 형성된 뚝섬유원지에서 여름철 피서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과 겨울철 꽁꽁 언 한강에서 스케이트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또 1950년대만 하더라도 아직 수질 오염이 심하지 않아 겨울에 얼어붙은 한강의 얼음을 잘라 식용으로 썼다. ‘한강 얼음 채취 후 휴식하는 인부’는 이러한 옛 정취를 잘 느끼게 해준다.

태권도 대회, 야구 대회, 골프 대회, 사이클 경기 등 체육인들의 생동감 넘치는 사진도 전시된다. 전후 복구가 시작되고 일상으로 돌아가면서 여가와 스포츠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진 시기 전국체전을 비롯한 각종 경기대회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 공간인 ‘골목 안 아이들’에서는 현재 70대 어르신들의 어린 시절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볼 수 있다. 이중 인상적인 건 1953년 가회동 골목 아이들을 포착한 사진이다. 전쟁 직후 처참한 환경에서도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들의 미소에서는 ‘한강의 기적’ 등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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