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정 대한노인회 서울 종로구지회장 “경로당 수 적지만 행사장에서 서울 중심구로서의 예우 받아”
정용정 대한노인회 서울 종로구지회장 “경로당 수 적지만 행사장에서 서울 중심구로서의 예우 받아”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4.01.12 15:24
  • 호수 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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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나이, 시대에 안 맞아… 75세 이상은 경로당에서 편히 지내게 해줘야 

푼돈 수준의 경로당 회장 활동비 지원은 자존심 문제… 통·반장 정도 돼야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몸집은 비록 작지만 남다른 대접을 받는 노인회가 있다. 대한노인회 서울 종로구지회는 경로당 수가 64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노인회 행사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나타내며 가장 앞자리를 차지한다.

정용정(82) 종로구지회장은 “행사 주최 측에서 가장 먼저 인사를 시키는 등 우대를 한다”며 “지회의 존재 자체가 상징성이 있다”고 했다. 

즉 종로란 지역이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가장 중심에 위치하고,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서 중요 이슈의 거점이 돼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으론 정 지회장이 상대의 지위 고하에 구애 받지 않고 올곧은 소리를 해온 것도 배경 중 하나이다. 

종로구민은 13만9500여명, 노인인구는 2만8000여명이다. 종로구지회에는 64개 경로당, 회원 5000여명이 있다. 정용정 지회장은 고려대 산업대학원을 수료하고, 삼우특수강 대표와 방산시장 상인연합회 회장 및 고문을 지냈다. 대한노인회 종로구지회 부암경로당 회장, 부지회장을 거쳐 지난 2017년 18대 지회장에 무투표 당선됐고, 2021년 19대 지회장에도 무투표로 재선에 성공해 현재에 이르렀다. 

-올해 어떤 사업을 구상 중인가.

“전 경로당에 신발장과 한궁을 순차적으로 보급하려고 한다. 단순한 신발장이 아니라 건조, 살균 등 첨단 기능을 갖췄고 가격도 만만치 않다. 시범적으로 두 곳의 경로당에 마련했다. 그리고 어르신들에게 고스톱을 대체하는 운동으로 한궁을 권장하려고 한다.”

-하필 신발장인가.

“잔칫집에서 신발이 바뀌어 난처했던 경험을 누구나 갖고 있다. 10명이 신발을 벗어놓으면 20개가 된다. 가지런히 정리해 놓지 않으면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  

-관내 경로당 대부분이 노후 됐을 것 같다.

“맞다. 지회에서 구청에 개보수를 요청하면 바로바로 해결해주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 

-경로당 수가 적으면 관리하기 편하지 않을까.

“그렇지 만도 않다. (경로당 수가)많던 적든 하는 일은 똑 같다.”

-종로구지회가 갖는 상징성이 있다고 했는데.

“서울의 중심이란 지리적 위치로 중앙정치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김은경 민주당혁신위원장의 노인비하 발언 파문 계기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 최재형 국회의원 등과 관내 숭인동의 동원경로당을 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윤 원내대표가 제 얘기를 경청하고 전국의 경로당에 특별지원금(10만원)을 내려 보내겠다고 약속한 게 그렇다.” 

-어떤 말을 했는지.

“경로당을 무더위쉼터로 개방하는 건 좋지만 온종일 에어컨을 쉬지 않고 틀어대야 한다. 경로당의 한정된 운영비로는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관내 단체에서 노인회에 도움을 많이 주는 것 같다.

“최근에 종교단체가 경로당에 쌀 300포(20kg)를 지원해줬다. 우연한 기회에 한국 불교 조계종을 알게 됐고, 총무원장께 도움을 부탁하자 어르신들 떡을 해 드시라고 흔쾌히 응해주었다. 대한 불교 조계종과는 다른 단체이다.”

-그것으로 경로당에 쌀은 충분할 것 같다.

“도움이 많이 된다. 승용차에 쌀을 싣고 경로당 찾아다니며 전달하는 일이 요즘 제가 하는 주 업무다(웃음).”

정용정 종로구지회장(왼쪽 두 번째)이 지회에서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정 지회장 왼편이 김승희 사무국장.
정용정 종로구지회장(왼쪽 두 번째)이 지회에서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정 지회장 왼편이 김승희 사무국장.

-작년 노인의 날 기념식에서 식전공연이 신선했다.

“상명부속초 졸업생들이 어르신들을 위해 멋진 관현악 연주를 들려줬다. 국악(창)이 대세인 노인의 날 행사와 차별화가 된 셈이다. 대부분 지자체에서 노인의 날 행사를 주관하지만 우리는 지회에서 치른다. 그 점이 지회 자랑 중 하나이다.”

-구청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고.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관내 단체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지난해 노인의 날 기념식을 부암동 HW컨벤션센터에서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치렀다. 강북에서 가장 큰 연회장 중 하나로 대한노인회 중앙회도 간혹 중요 행사를 치르는 장소이다. 센터 설립자가 바로 종로구지회장을 지낸 남상해 지회 명예 회장이다. 그런 인연으로 회원들도 저렴하게 이용하고 있다.”

-선거 공약에 경로당 무료 중식을 약속했다.

“어린이부터 대학생까지 정부가 점심을 지원해주는 실정인데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룬 노인에게 그런 혜택이 없다는 건 도저히 납득이 안 간다. 제 취지는 경로당 회원들에게만 제공할 게 아니라 경로당이 위치한 지역의 어르신 모두에게 점심을 대접하는 것이다. 최근에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 지회장들의 간담회 자리에서 제가 오 시장의 과거 무상급식과 연관된 일을 상기시키며 경로당 무료 중식 지원을 요청했다. 시 예산으로는 어렵다는 말을 듣고 재차 요구한 끝에 적극 검토라는 답변을 들었다.”

-경로당 회장 활동비는.

“경로당 회장이 통·반장보다 더 많은 수고와 희생을 감내하면서도 활동비를 받지 못하거나 받아도 푼돈 정도이다. 노인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다. 제가 회장님들에게 ‘동정하듯 5만원 주는 거 받지 말고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을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다. 통·반장 수준(20만~30만원)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저 자신도 지회장 판공비를 받지 않는다.”   

-종로 출신의 많은 저명인사들이 퇴임 후 경로당에 나오는지.

“그런 분들은 경로당에 나오지 않는다. 설사 나온다 하더라도 봉사하고 어울리기보다는 대접 받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경로당에서도 (그런 분들을) 반기기가 어렵지 않겠나.”  

-과거 오래 동안 한 일은 무언가.

“방산시장에서 철을 다루는 회사를 운영했다. 1970년대 직원 30여명을 두고 수천만원대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방산시장협의회장 할 때 시장 어르신들 환갑잔치도 해드리곤 했다.”

-대한노인회와 인연은

“부친이 관내 부암경로당 회장을 지냈다. 봉사와 노인 공경의 삶을 사신 부친의 영향으로 저 역시 경로당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때마다 간식을 전달하곤 했다. 부친이 돌아가신 뒤 공석인 경로당 회장에 당시 남상해 종로구지회장께서 저를 지목했다.”

정용정 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65세를 기준으로 노인을 가르는 건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75세를 기준으로 구분해 그 이상은 정부에서 지원을 더 많이 해주고, 경로당에서도 편하게 지내게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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