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 | 준비됐나요? ➋] 미로같은 지하철 환승역, 헤매기 일쑤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 | 준비됐나요? ➋] 미로같은 지하철 환승역, 헤매기 일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4.01.15 09:06
  • 호수 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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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도 쉽게 알아보도록 바닥의 환승 안내선 등 설치 확대해야

저상버스 도입률 낮아 승·하차 불편… 택시앱에도 전화예약 도입을

지하철뿐 아니라 버스도 노인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점차 확대되는 추세지만 불친절한 안내 정보, 저상버스 도입 지연 등으로 인한 불편함도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 사진은 최근 종로3가역에 설치된 엘리베이터 바닥 안내선의 모습.
지하철뿐 아니라 버스도 노인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점차 확대되는 추세지만 불친절한 안내 정보, 저상버스 도입 지연 등으로 인한 불편함도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 사진은 최근 종로3가역에 설치된 엘리베이터 바닥 안내선의 모습. 사진=서울교통공사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어르신 건강하세요.”

안부를 묻는 이 친근한 인사는 지난해 6월 서울지하철을 이용하는 노인들의 심기를 건들였다.  노인이 아닌 다른 가족들이 경로우대 교통카드로 부정승차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개찰구를 통과할 때마다 이 멘트가 나오는 서비스를 시범 운영했는데 어르신들의 즉각 반발을 산 것이다. 

대구지하철도 지난해 9월 같은 시스템을 도입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닷새만에 중단했다. 이는 대중교통 시스템이 어르신을 대하는 단면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지하철뿐 아니라 버스‧택시 등도 일정 금액 내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확대하는 추세지만, 정작 이용 시 불편함을 줄이려는 노력은 미흡한 편이다.

지하철의 경우 65세 이상이면 누구나 요금을 내지 않아 가장 큰 지지를 받는 대중교통이지만 넓은 역사 안에 노인들을 배려한 시각 정보가 미흡한 점은 개선이 시급하다. 실제로 여러 노선이 교차하는 환승역의 경우 환승 안내 및 출구 별 버스정류장 위치, 엘리베이터와 화장실 위치 등에 대한 안내가 부족하다. 이로 인해 노인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 조차도 여러 노선이 교차하는 지하철역에서 환승할 때 열차를 잘못 타거나 화장실‧엘리베이터를 찾느라 상당 시간을 허비한다. 

물론 지하철노선도 등 지하철 이용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어플이 있고 이를 활용하면 환승 시 어려움을 줄일 수 있지만 스마트폰 활용이 서툰 어르신 대부분은 벽면에 부착된 안내판 등 역사 내 정보에 의존한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일부 지하철역에서는 바닥 안내선인 ‘세이프로드’를 설치해 이용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지하철 1~9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1월 어르신 등 교통약자가 많이 이용하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1‧4호선) 등 9개 역에 ‘엘리베이터 이용유도 안전동선 세이프 로드’를 설치했다. 

바닥에 군청색 띠를 만들어 출구별 엘리베이터로 유도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인천도시철도를 운영하는 인천교통공사도 일부 지하철역을 대상으로 ‘환승길 안내표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버스정류장에서 지하철역으로 이어지는 인도 바닥에 눈에 잘 보이도록 조명이 설치된 싸인블록을 깔아 역 방향과 거리 등을 안내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다만 여전히 많은 역에는 이러한 시각 정보가 미흡해 개선이 필요하다. 

버스의 경우 2021년 노인‧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편의를 위해 모든 노선버스에 저상버스 도입이 의무화됐지만 아직까지 도입률이 저조하다. 저상버스는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계단이 없어 휠체어를 타고 탑승할 수도 있다. 실제로 노인들의 경우 계단이 높은 버스 승하차 중 넘어져 다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충남 태안군, 부여군 등은 버스 승하차 도우미를 투입해 안전한 버스 이용을 돕고 있다. 

노선버스 운송사업자가 향후 시내·마을버스 등을 대·폐차하는 경우 차체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경사판이 설치된 저상버스를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하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교통약자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국토교통 통계누리 저상버스도입현황에 따르면 2022년 현재 도입률은 34%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서울 시내는 4711대(전체 7390)의 저상버스를 운영하며 도입률 63.7%를 넘어섰다. 하지만 인천(16%), 울산(11.9%), 충남(13.1%), 전남(18.6%), 제주(18.8) 등은 20%도 못 넘고 있다. 고령인구 비율이 26%를 넘은 전남의 경우 신안을 비롯한 16개 군에서 단 한 대의 저상버스도 운행하지 않는다.

남수현 한국교통안전공단 대전세종충남본부 연구교수는 “교통약자의 이동권 확대를 위해 저상버스의 도입 확대와 함께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이동 가능한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택시의 경우는 더욱 힘들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카카오T’ 등 호출 어플을 사용하지 못하면 이용 조차 못하거나 1시간 넘게 기다리는 등 이동권에 큰 침해를 받고 있다. 

실제로 2021년 9월 기준 전체 택시 중 카카오T에 등록된 택시기사 비율이 92%를 넘어서며 사실상 어플을 원활하게 사용하지 못하면 택시에 탑승하는 것이 어렵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되는 것이 전화로 택시를 호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전화 예약 기능이 들어간 택시 호출 어플을 개발하기도 했다. 

경남 창원시는 지난해 창원지역 5개 브랜드 택시콜센터(가고파콜, 창원콜, 우리콜, 창원영콜, 진해브랜드콜)를 통합해 창원통합콜을 출범하고 ‘티머니onda(온다)’를 도입해 기존 전화콜을 모바일콜(티머니onda 앱)과 통합해 배차하고 있다. 그 결과 창원시내 택시 중 70% 가량이 가입했다. 

전북 전주시도 지난 12월부터 전화호출 기능이 추가된 전주사랑콜을 운영하고 있다. 전주지역 등록 택시 3700여대 가운데 개인택시 1800대와 법인 택시 400대 등 60% 가까이 가입하며 노인들의 이용 편의성을 높였다.

전주시 관계자는 “지속적인 홍보로 ‘전주사랑콜’을 정착시켜 어르신 등 시민들이 편리하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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