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암표와의 전쟁 선언한 공연계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암표와의 전쟁 선언한 공연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4.01.15 10:59
  • 호수 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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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작은 규모의 공연인데 암표가 너무 많이 생겼네요. 방법이 없으면 공연 티켓을 다 취소시키겠으니 표를 정상적인 경로 외에는 구매하지 말아주세요.”

지난 1월 1일 ‘벗꽃 엔딩’,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 등 히트곡으로 유명한 가수 장범준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이러한 글을 남겼다. 오랜 휴식기를 가졌던 그는 1월 3일부터 2월 1일까지 10회에 걸쳐 ‘ㅈㅂㅈ평일소공연’을 진행한다고 밝히며 신정부터 예매를 시작했다. 50명 밖에 들어설 수 없는 소극장공연이었기에 티켓은 삽시간에 매진이 됐다. 그런데 정가 5만5000원보다 몇 배 이상 가격을 붙인 암표가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에 장범준은 고민 끝에 모든 티켓을 취소한 후 추첨 방식으로 전환했다. 특히 매회 차 관객이 50명인 것을 활용해 일일이 본인확인을 하고 좌석도 무작위로 배정해 암표를 원천 차단했다. 공연에 임박해 내린 결정이었음에도 대중들은 그의 선택에 찬사를 보냈다. 

가수들의 콘서트뿐 아니라, 인기 뮤지컬 등 공연 관련 암표는 심각한 골칫덩어리로 떠오르고 있다. 티켓 판매 수익은 공연자에게 온전히 돌아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표를 선점했다는 이유로 몇 배의 차익을 보는 암표상들이 기승하며 수많은 팬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일례로 임영웅 콘서트 티켓은 18만원 좌석을 55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를 시도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은 예매를 불법으로 빠르게 할 수 있는 매크로 프로그램(지정된 명령을 자동으로 반복 입력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하면서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3월 22일부터는 이를 이용해 공연관람권 등을 부정 판매하는 행위에 대한 법적 제재가 가해진다. 다만, 매크로 예매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고 범죄 수익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다.

이에 가수들이 직접 암표상에 대한 대응에 나서기도 한다. 인기가수 아이유는 암표 거래를 신고할 경우 신고한 팬에게 콘서트 티켓을 증정하는 방식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성시경 등도 팬들이 암표 거래를 제보할 경우 해당 좌석을 역추적해 취소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암표상이 사라지게 하기 위해선 결국 암표를 파는 행위가 이득이 아닌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지하철의 경우 무임승차 시 운임의 30배를 강제 징수한다. 마찬가지로 암표 판매로 얻은 수익의 몇 배를 과태료로 물게 하는 방식도 활용해 볼 법하다. 여기에 신고포상금 제도까지 도입한다면 효과는 더 커질 것이다. 

암표 판매는 명백히 사회 질서와 정의를 교란하는 행위다. 특히 공연 암표는 예술가의 노력에 무임승차해 부당이득을 챙기는 심각한 범죄다. 이제라도 완전 차단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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