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카럼] 잘 살기 위해서는 잘 먹어야 한다 / 김광일
[백세시대 금요카럼] 잘 살기 위해서는 잘 먹어야 한다 / 김광일
  •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 승인 2024.01.15 11:22
  • 호수 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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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몸에 좋은 음식이라고

한두 가지만 먹으면 영양 불균형

골고루, 적게, 싱겁게 먹는 게 중요

노년기 ‘근감소증’ 예방 위해선

적당량의 단백질 꼭 섭취해야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무엇을 꼭 챙겨 먹어야 하는지 주위에서 자주 물어보신다. 몸에 좋다는 음식은 무엇인지, 또 건강기능식품 중 빼먹지 말고 복용해야 하는 것은 어떤 것이 있는지 관심이 많으신 듯하다. 

방송과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식단과 건강기능식품도 자주 바뀌는데 항균, 항암, 항산화, 면역기능 증가, 노화방지 등에 도움이 된다는 식품이 너무 많아 어느 것이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혼란스러울 정도이다. 

반면에 기름진 음식, 육류, 짠 음식, 가공육, 밀가루 음식 등은 건강에 해롭기 때문에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약을 안 먹고는 살 수 있겠지만, 음식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기 때문에 이왕이면 몸에 좋은 음식을 골라 먹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건강에 이로울까? 

나이가 들수록 식욕은 줄어든다. 그러다 보니 어르신들 중에는 반찬 한두 개 정도, 주로 김치나 밑반찬만으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노인들끼리만 살거나 독거하는 경우 이런 식사 패턴이 더 흔하다. 

자녀 혹은 다른 식구들과 함께 식사할 때보다 반찬의 가짓수가 적고 냉장고에 있는 반찬으로 대충 때우는 일이 잦게 된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어르신들의 영양 상태를 평가해보면 전체 열량의 대부분을 탄수화물로부터 섭취하고 단백질 섭취량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또한 염분 섭취량이 높고 비타민D 등의 미세영양소 섭취는 부족하다. 따라서 한국영양학회에서는 밥, 빵, 면 등의 탄수화물, 고기‧생선‧달걀‧콩류 등의 단백질, 비타민‧무기질‧식이섬유소를 섭취할 수 있는 채소류와 과일류 그리고 우유‧유제품류 등을 통해 섭취할 수 있는 칼슘을 포함한 5가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특히 한끼 식사를 통해 섭취하는 음식의 양이 많지 않을수록 각 식품군의 영양소가 결핍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에 섭취하는 열량을 30% 감소시킴으로써 당뇨병, 심혈관질환, 치매와 같은 노인성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하는 열량 제한 식이법, 즉 소식(小食)은 노화를 방지하고 질병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여 관심을 가지고 계시거나 실제 실행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음식을 적게 먹을 때 꼭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전체 열량은 줄이지만 앞서 말한 5대 필수 영양소 중 무엇이든 결핍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한 가지 음식만을 먹거나 육류 또는 탄수화물을 전혀 섭취하지 않는 방법은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단백질을 합성하는 능력이 저하되기 때문에 점점 더 단백질 섭취 요구량이 증가될 수밖에 없다. 단백질 섭취가 충분하지 않으면 근육이 감소하는 ‘근감소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근육 감소는 신체 활동이 줄어드는 것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당뇨병, 심혈관질환, 그리고 암 발생과 예후와도 관련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어 적절한 단백질 섭취가 매우 중요하다. 

노년기에는 하루 기준으로 체중 1kg당 1.0~1.2g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 영양불량 또는 기저질환을 앓고 있다면 체중 1kg당 1.2~1.5g까지 단백질 섭취를 늘려야 한다. 보통 100g당 단백질 함량은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의 경우 20~25g정도며 계란 흰자‧두부는 약 10g, 우유는 약 3g이다. 매 끼니 때마다 단백질을 챙겨 먹는 것도 중요하다. 아침 식사로 채소 위주의 가벼운 식단만을 고집한다면 단백질 부족으로 근육량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 

탄탄한 근육을 위해서는 단백질 중에서도 ‘류신’이라는 필수아미노산을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류신은 근육 단백질의 합성을 돕고 근육 단백질의 분해는 막아주는 만큼, 근육량 증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류신은 대두, 검정콩 등 콩류에 많으며, 육류, 가금류, 생선, 유제품 등의 섭취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건강한 노년생활을 위한 ‘특별한’ 영양비법을 찾기 보다는 골고루, 적게, 싱겁게, 그리고 육식을 포함해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유행하는 식품이나 식단을 따르며 한 가지 음식만 먹는다거나 육류‧탄수화물을 전혀 섭취하지 않으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꼭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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