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전통색이야기 52‧끝] ‘오방색’은 5가지 방향과 관련될 때 쓰는 용어
[한국의전통색이야기 52‧끝] ‘오방색’은 5가지 방향과 관련될 때 쓰는 용어
  •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 승인 2024.01.22 10:34
  • 호수 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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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색의 오해와 남용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통색에 대한 오해와 남용이 빈번하다. 첫째, 미술과 디자인에 대해 오방색을 관련시키는 일, 둘째 오행과 건강을 연결 짓는 일이다. 

평창올림픽 엠블럼은 디자인 전문가로서 평가해도 우수한 작품이다. 

천지인(天地人) 사상에 관련시킨 한글 ‘ㅍ’의 청-흑-녹-적색과 오륜기의 청(유럽)-흑(아프리카)-적(아메리카)-황(아시아)-녹(호주)색을 눈꽃 모양으로 추상화한 형태에 흑-녹-청-적-황색으로 배색한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과 세계를 잘 형상화한 디자인이다. 

오방색 자체가 한국적인 건 아냐

그러나 공식 유인물과 인터넷에 “한국전통의 오방색을 활용했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평창올림픽 엠블럼에는 오방색이 없다. 오방색은 오방의 색(五方之色)의 준말로서 흑-적-청-백-황색이 반드시 북-남-동-서-중앙의 다섯 가지 방향에 관련될 때 사용하는 용어로서 한국사에는 거의 대부분 방색(方色)으로 기록되어 있고, 주로 군사용어로 사용되었다. 

오방색은 한국적인 색은 아니다. 동서고금 모든 사람은 빨강-노랑-파랑 삼원색(유채색)과 흑-백(무채색)을 공통적으로 지각하는 감각을 가지고 있어 어떤 특정한 나라의 색은 아니다.

400년 전 우리의 지식인(이항복)도 1만여 가지의 채색도 그 근본은 다섯 가지 색(五色)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색깔은 어떤 특정한 배색을 통해서 특정한 나라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오방색 그 자체만으로 한국적 특성을 나타내지 못한다. 다섯 가지 방색(方色)은 반드시 동‧서‧남‧북‧중앙으로 배색되었을 때 한국적 이미지를 환기한다. 그 대표적인 한 가지 예가 오행낭자(五行囊子)이다. 

2000년대 초 일간지에 실린 글에 “체질별 옷을 선택할 때, 신장(腎) 기능이 약한 소양인은 특히 신장의 기운을 살리는 검은색(黑) 계통이 좋고, 노란색(黃) 계통은 피한다. (중략) 폐(肺)가 안 좋을 때에는 흰색(白), 노란색(黃) 속옷을 입도록 한다. 방광이 약할 때 흰색(白) 팬티, 검은색(黑) 브래지어, 변비가 있을 때는 장(腸)에 도움이 되는 노란색(黃) 속옷을 입는다. 불면증에는 푸른색(靑) 계통의 속옷을, 기미나 주름으로 고민을 하고 있다면 흰색(白) 속옷을 입는다”고 적고 있다.

오행은 인간의 모든 것과 상응한다는 이론으로서 신장은 흑색, 심장은 적색, 간은 청색, 폐는 백색, 비장은 황색과 서로 상응한다는 것이다. 

체질에 맞는 옷 색깔은 근거 없어

서양에는 색채를 과학적으로 연구해 온 색채요법(color therapy)의 분야도 있고, 오늘날 음식재료에 포함된 특정한 색소가 특정한 건강에 좋다는 정보는 잘 알려지고 있다. 과연 오늘날처럼 의학이 발달한 시대에 그 어떤 과학적인 검증도 없이 오방색이 특정한 신체에 좋다,나쁘다는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정확하게 말하면, 전자는 잘못된 전통색채 지식으로 사적 이익(디자인료)을 취한 것이고, 후자는 과학적 검증도 없이 잘못된 건강정보를 퍼트렸으니 혹세무민한 것이다.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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