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민 덕희’ 세탁소 운영하다 보이스피싱 소탕에 나선 까닭은?
영화 ‘시민 덕희’ 세탁소 운영하다 보이스피싱 소탕에 나선 까닭은?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4.01.22 13:59
  • 호수 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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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여성 ‘덕희’가 팀을 결성해 조직 일망타진하는 과정 담아

생활연기의 달인 라미란, 절정의 연기력 염혜란 등 주·조연 활약  

이번 작품은 세탁소를 운영하던 평범한 여성이 실제 보이스피싱 범죄를 일망타진했던 실화를 모티브로 삼아 제작됐다.
이번 작품은 세탁소를 운영하던 평범한 여성이 실제 보이스피싱 범죄를 일망타진했던 실화를 모티브로 삼아 제작됐다.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지난 2016년 세 자녀를 키우며 작은 세탁소를 운영하던 김성자 씨는 보이스피싱을 당해 큰 피해를 입는다. 한 달 뒤, 상심에 빠져 있던 그녀는 자신을 속인 피싱범으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피싱 조직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두목격인 총책에 대한 정보를 넘긴 것이다. 그녀는 즉각 총책의 본명과 인적사항, 한국 입국 예정 날짜와 비행기 시간까지 경찰에 알렸다. 하지만 경찰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믿지 않았다. 오기가 발동하는 그녀는 직접 나서 총책의 사진과 은신처 정보, 중국 사무실 주소, 피해자 명부 등 단서를 입수해 경찰에 제출한다. 그제서야 경찰이 나섰고 보이스피싱범 일당을 검거할 수 있었다.

이 드라마틱한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영화 ‘시민덕희’가 1월 10일 개봉했다. 작품은 김성자 씨가 겪은 놀라운 실화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미와 통쾌함을 선사한다.

작품은 세탁소에 불이 나는 아픔을 겪은 덕희(라미란 분)가 대출을 알아보던 거래은행의 손 대리(공명 분)로부터 대출 상품을 제안받으면서 시작된다. 손 대리는 덕희에게 여러 이유를 대며 송금을 8차례나 요구했다. 돈이 간절히 필요했던 덕희는 손 대리를 의심하지 않은 채 시키는 대로 응한다. 

하지만 철석같이 믿었던 손 대리는 보이스피싱범이었다. 덕희는 바로 경찰에 신고하지만, 경찰은 범행 수법이 간악하고 주소도 알 수 없어서 수사가 어렵다는 핑계를 대며 “좋은 인생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라는 분통 터지는 답변을 내놓는다.

그때 그녀에게 다시 손 대리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그리고 손 대리는 예상 못한 제안을 한다. 보이스피싱 사기에 대해 아는 것을 다 알려줄 테니 제발 조직에서 꺼내 달라는 것. 손 대리는 사실 중국 청도를 본거지로 삼아 활동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이무생 분)에게 착취당하고 있었다. 손 대리는 총 3번의 목숨 건 제보를 하고, 이를 들은 덕희는 경찰이 재수사에 나서지 않을 것을 직감하고 자신의 동료이자 큰 의지가 돼주는 ‘봉림’(염혜란 분), ‘숙자’(장윤주 분), ‘애림’(안은진 분) 등과 함께 조직의 총책이 있는 중국으로 향한다.

보이스피싱을 소재로 한 영화는 이 작품이 처음은 아니다. 전직 형사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가족을 대신해 응징에 나서는 ‘보이스’(2021)를 통해 다뤄진 바 있다. ‘보이스’ 또한 보이스피싱을 당하는 모습으로 영화를 시작하지만 범죄액션극으로 보이스피싱 조직의 세계와 수법을 다뤘다. 반면 이번 작품은 평범한 여성이 동료 여성들과 함께 나서고, 주‧조연 간 완벽한 호흡을 통해 곳곳에서 큰 웃음을 선사하며 차별화에 성공한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은 보이스피싱을 일회성 소재로 접근하지 않고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실체를 밝히고,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극중 덕희는 “사기 당한 게 내 잘못이냐”라며 당당하게 말한다. 그녀의 말처럼 누구나 당할 수 있는 범죄임에도 대중들은 “왜 속냐”고 질타하며 가해자만큼이나 피해자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날리곤 한다. 

이와 함께 보이스피싱을 미온적으로 대하는 공권력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선을 보낸다. 영화 초반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에 시큰둥하게 응대한 부분 외에도 덕희가 보이스피싱 관련 제보를 하면 포상금이 1억원이라고 언급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영화 마지막에 ‘실제 1억원이 지급된 적 없다’는 자막을 삽입한다. 실제 사건의 주인공인 김 씨가 받은 포상금도 겨우 100만원에 불과했다.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 건 믿고 보는 코믹 배우로 자리잡은 라미란 등 주‧조연 배우들의 호연이다. ‘걸캅스’, ‘정직한 후보’의 주연을 맡아 영화 흥행을 이끈 라미란은 이번 작품에서도 남다른 생활연기를 선보이며 극을 이끈다. 

라미란과 함께 피싱 조직 일망 타진에 나서는 염혜란, 안은진의 활약도 신선하다. 안은진은 연변 말투를 찰지게 구사하는 막내 ‘애림’을 연기하며 물오른 매력을 발산한다. 영화‧드라마 흥행보증수표로 자리잡은 염혜란은 이번 작품에서도 중국어와 연변 말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절정의 연기력을 보여준다. 

또한 잔혹무도한 ‘총책’을 연기한 이무생은 극의 긴장감을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초반 무기력한 형사에서 서서히 변화하는 박형사로 분한 박병은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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