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용근 대한노인회 부산 동래구지회장 “복지관보다 나은 거점경로당 만들어야… 젊은 노인들도 찾아올 것”
곽용근 대한노인회 부산 동래구지회장 “복지관보다 나은 거점경로당 만들어야… 젊은 노인들도 찾아올 것”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4.01.26 14:30
  • 호수 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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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로 전 경로당에 ‘미디어게시판’ 설치… 스마트경로당 초석 놓아

부산서 첫 경로당 회장 활동비 지원… 시·군지회장협의회 통해 인상 계획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일찍이 스마트 경로당의 초석을 마련한 지회가 있다. 대한노인회 부산 동래구지회는 전국 최초로 경로당 미디어게시판을 운영하고 있다. 경로당마다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노인 생활정보와 상식을 전달하고, 치매예방 등 각종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 1월 22일 동래구지회 미디어게시판은 혹한에 대비해 노인이 각별히 주의해야할 건강 및 재산 피해와 야외에서의 행동 요령 등을 지속적으로 방영하고 있었다.

부산시 동래구 충렬대로에 위치한 동래구지회에서 만난 곽용근(75) 동래구지회장은 “지회의 전달 사항, 경로당 우수 사례, 건강 프로그램 등을 미디어게시판을 통해 경로당에 알린다”며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대단히 높다”고 설명했다.

부산시 동래구민은 27만여명, 노인인구는 5만7000여명(21.3%)이다. 동래구지회에는 145개 경로당, 회원 5000여명이 있다. 곽용근 지회장은 34년여 공무원 생활을 했다. 방송통신대 법학과를 나와 평생교육진흥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사회복지사 1급). 대한노인회 부산연합회 경로당광역지원센터장, 전국경로당광역센터협의회장과 사무처장을 지냈다. 동래구지회 수석부회장을 거쳐 2021년 6월 11일에 제23대 동래구지회장에 취임해 현재에 이르렀다. 녹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2회, 부산시장상 등 많은 상을 수상했다.

-‘경로당 미디어게시판’이 아주 유용한 것 같다.

“그렇다. 우리가 관련 자료만 중앙센터에 넘겨주면 모든 걸 편집해 실시간으로 방영한다. 저의 신년인사도 미디어게시판을 통해 회원들께 드렸다. 언제든지 요가, 체조 등 건강 프로그램을 편하게 따라할 수 있다고 회원들이 좋아한다.”

-어떻게 설치하게 됐나.

“SK협력회사(캔코)에서 총 8000여만원을 들여 모니터와 수신케이블을 경로당에 무상으로 설치해주었다. 그쪽 회사가 화면의 5분의 1을 광고판으로 할애해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지회장실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지회 건물 1층에 있던 지회장실을 개방해 경로당종합상담실과 어르신쉼터로 활용하고 있다. 어르신이 방문했을 때 사무국장 옆에 앉을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장기, 바둑도 두면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것이다. 그리고 4층으로 옮긴 지회장실에 책상과 의자, 마이크 시설을 갖춰놓아 지회 이사회는 물론 부산의 16개 구·군 지회장이나 사무국장, 경로부장들도 간담회 등을 할 수 있다.”

곽용근 동래구지회장(사진 중앙)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곽 지회장 왼편이 송난호 사무국장.
곽용근 동래구지회장(사진 중앙)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곽 지회장 왼편이 송난호 사무국장.

-경로당종합상담실에선 어떤 일을 하나.

“고문 변호사와 고문 법무사를 위촉해 생활법률을 조언해준다. 어르신들이 상속에 민감하지만 상세히는 모른다. 상속보다 증여가 세금을 덜 내는 줄 알지만 실상은 그렇지만도 않다. 주택연금,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등을 알려주기도 한다.”

-노인일자리에 690명이 참여 중이다. 주로 어떤 일인가.

“경로당알림이, 청소도우미, 교통안전지킴이 등 8개 사업단이 있다.”

-‘경로당알림이’는 무엇인가.

“노인일자리 중 하나로 한 사람이 10개 경로당을 담당한다. 긴급히 알려야 할 특별한 공문의 경우 전화, 팩스 대신 이분들이 경로당을 방문해 직접 전달한다. 중간에 전달사고가 날 일도 없고, 2~3시간 안에 전 경로당에 정확히 알리는 효과가 있다.”

-경로당 회장 활동비 지원이 대세이다.

“우리는 경로당 회장을 지역봉사지도원으로 위촉해 월 5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하고 있다. 부산에서 가장 먼저 실시한 것으로 안다.”

곽 지회장의 지회 운영에 ‘최초’라는 수식어가 여럿 붙는다. 스마트경로당의  초석을 마련했고, 10개 노인자원봉사단을 창단했고, 위에 언급한대로 경로당 회장 활동비를 지역에서 가장 먼저 지급했다. 그리고 지회장들과 함께 부산의 시·군지회장협의회도 만들어 노인사회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곽 지회장은 협의회의 장점과 관련해 “지회장이 서로 모르는 사안을 직원이나 다른 사람에게 묻기 곤란한 경우가 생겼을 때 협의회 내 지회장들에게는 편하게 물을 수가 있으니 좋고 우수사례도 서로 공유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시·군지회장협의회의 또 다른 장점이라면.

“튀르키에 지진 피해 당시 부산의 시·군 지회가 성금 8500여만원을 모았다.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서로 이견이 있었지만 협의회에서 의논한 결과를 연합회가 적극 수용해 좋은 성과를 낳았다. 그리고 연합회에 내는 지회분담금 문제도 협의회에서 먼저 의견 조율을 함으로써 쉽게 해결되기도 했다.” 

-오랜 공무원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일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당시 휘장사업과 관련해 시와 민간업자 사이에 라이센스 분쟁이 벌어졌다. 청산업무 수행 시 법학 상식을 활용해 어렵게 승소해 시에 600억원의 이익금이 돌아가게 했고, 그 돈이 16개 시·군의 체육시설 확충에 도움이 됐다.”  

-대한노인회와 인연은.

“퇴직 후 문우택 부산연합회장님과 전전 지회장님의 권유로 노인회에 들어왔다. 동래구지회 노인대학 창설과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노인대학팀이 부산실버노인종합예술제에서 여러 차례 종합 우승, 금상을 수상해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임기 중 꼭 실현하고 싶은 사업은.

“장준용 동래구청장으로부터 지회 회관 신축 약속을 받아냈다. 200여명을 수용하는 강당에 복지관 수준의 프로그램을 갖춰 어르신들을 행복하게 해드리고, 시·군지회장협의회와 지방자치단체장들과의 협조를 통해 경로당 회장 활동비 10만원 인상에도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곽 지회장은 “지회와 구청 등 관계 기관과의 협력 관계가 잘 이뤄지고 있다”며 “구청장을 비롯해 국회의원, 시의원, 구의원들이 어르신을 잘 섬기고, 노인복지 증진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장 구청장이 온 이후로 동장들이 매월 경로당을 순회하고 정례회의 때 보고하는 등 적극적인 관심과 배려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곽용근 동래구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경로당 수를 늘리기 것보다는 복지관 보다 낫게 ‘유니버셜 디자인(범용디자인)’의 거점경로당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러면 젊은 노인들도 자연스레 찾아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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