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현대 건축물의 문화재 지정 필요성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현대 건축물의 문화재 지정 필요성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4.01.29 11:19
  • 호수 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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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1000년 뒤에 동대문(흥인지문)과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중 존재할 확률이 더 큰 것은?”  

얼마 전 친구가 필자에게 이러한 흥미로운 질문을 했다. 명실상부 보물 1호인 동대문과 여성 건축가 최초로 ‘건축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자하 하디드(1950~2016)가 설계한 DDP 중 후대인들이 더 높이 평가할 건축물은 무엇이냐는 물음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건축물 사이에 거리는 300미터에 불과하다.

또 두 건축물은 단순 비교가 어렵다. 기술이 떨어지던 시대에 우리나라 건축술의 진수를 담아  쌓은 성문과 세계적인 건축가의 디자인, 현대 건축기술이 총 반영된 건물을 비교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둘 다 위대한 건축물임이 분명하다.

지난 2022년 12월 31일 서울 남산자락에 위치한 5성급 호텔인 ‘밀레니엄 힐튼 서울’(이하 힐튼 호텔)이 문을 닫았다. 1983년 개관 후 40연년간 수출 한국의 비즈니스를 뒷받침한 장소이자 역사적으로 주요한 대형 이벤트가 열린 공간이었다. 개관 첫해 국제의원연맹회의(IPU)가 열렸고, 1988년 서울올림픽 공식 방송사인 NBC방송 본부가 차려졌다. 1992년에는 당시 영국 찰스 왕세자 내외의 공식 방한을 기념하는 관련 전시가 열리기도 했다.

힐튼 호텔이 지어질 당시만해도 서울 특급호텔 설계는 프리츠커상을 대거 배출한 일본인 건축가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런데 힐튼 호텔은 달랐다. 20세기 대표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제자인 한국인 1세대 건축가 김종성의 설계로 만들어졌다. 또 이 호텔은 1986년 서울시 건축상 금상을 받았다. 역사는 짧지만 한국 건축사에 있어 특별한 의미를 가진 건물인 것이다.

금융위기로 대우그룹이 와해되면서 대우개발 소속이던 힐튼 호텔은 1999년 싱가포르계 CDL호텔코리아에 팔리며 2004년 밀레니엄 힐튼 서울로 이름을 변경했다. CDL 역시 2021년 이지스자산운용에 매각했고 재개발에 밀려 철거될 운명에 놓였다. 

건축계에서는 완전한 보존을 주장했지만 지난해 11월 수정된 힐튼 재개발사업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호텔 로비의 계단과 기둥 등 일부만 보존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지난해 8월 ‘근현대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50년 미만 건축물도 예비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대한민국이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만큼 DDP처럼 역사가 짧은 건축물도 문화재로 보존해야 한다는 시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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