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활사박물관, ‘서울 외식 이야기-오늘 뭐 먹지?’ 전… ‘국밥집’에서 ‘양꼬치거리’까지 외식 변천사 조명
서울생활사박물관, ‘서울 외식 이야기-오늘 뭐 먹지?’ 전… ‘국밥집’에서 ‘양꼬치거리’까지 외식 변천사 조명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4.01.29 14:57
  • 호수 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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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짜장면·우동 먹으러 중국집 많이 간 건 혼분식운동과 관련

‘하동관’ 등 유명 식당 관련 자료, 태릉 배밭 갈빗집 재현 공간 등 눈길

이번 전시에서는 광복 이후 직장인들이 배를 채우기 위해 시작해 현재는 사회적 관계 형성을 위해 활용하는 외식 생활의 변천사를 살펴본다. 사진은 1980년대 젊은 연인들의 외식문화를 소개하는 유명잡지.
이번 전시에서는 광복 이후 직장인들이 배를 채우기 위해 시작해 현재는 사회적 관계 형성을 위해 활용하는 외식 생활의 변천사를 살펴본다. 사진은 1980년대 젊은 연인들의 외식문화를 소개하는 유명잡지.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언제 밥 한 번 먹자.”(디카시 ‘전화해, 기다릴게’ 中)

최근 발간된 이기영 시인의 두 번째 디카시집에 실린 이 표제작은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외식’을 하며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우리 문화가 잘 반영돼 있다. 이 시에서 알 수 있듯 한국인에게 외식은 단순히 식당에서 한 끼를 먹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오랜 친구와의 만남 외에도 취업‧은퇴를 축하하거나 좌절하는 이를 위로하는 등 희로애락의 순간에 외식이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외식에 담긴 의미를 되돌아보는 전시가 서울 노원구 서울생활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3월 31일까지 진행되는 ‘서울 외식 이야기-오늘 뭐 먹지?’ 전에서는 서울생활사 조사연구 ‘외식문화로 본 서울시민의 식생활’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광복 이후부터 현재까지 서울 시민들의 외식 생활 변천사를 소개한다.

‘밖에서 음식을 사먹는’ 외식은 집에서 음식을 만들거나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다. 끼니 해결이 목적이 아니라 타인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전시에서는 ‘채우는 식탁’(광복 이후부터 1970년대 중반), ‘나누는 식탁’(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 ‘즐기는 식탁’(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 등 총 3부로 나눠 시대별 외식의 의미를 살핀다. 

먼저 ‘채우는 식탁’에서는 한국인에게 위로가 되던 음식인 ‘국밥집’과 혼분식 장려로 인기 외식메뉴로 자리잡은 중국집, 떡볶이집을 재현해 관련 자료를 소개한다.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서울은 ‘강북’이 도시의 중심이었다. 당시 서울에는 농촌에서 온 사람들이 많았고 이들은 주로 직장에서 점심을 사먹고 퇴근길에 술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타지에서 어렵게 살아가던 노동자들이 자주 먹던 음식은 든든하게 뱃속을 채워주던 국밥이었다. 오랜 시간 우려낸 따뜻하고 구수한 국물은 고된 하루를 위로하는 서민 음식이었다. 이 당시 식사 메뉴는 설렁탕 외에도 해장국, 곰탕, 추어탕 등이 인기였다. 전시에서는 당시 강북의 인기 식당 위치가 표시된 지도와 ‘이문설농탕’, ‘하동관’ 등 유명 식당 관련 자료를 소개한다.

이 시기 쌀 부족 해결을 위해 정부는 절미운동과 혼분식장려운동을 실시했고 중국집과 분식집이 크게 늘었다. 중국음식점에서는 짜장면·우동·짬뽕과 같은 국수를 많이 판매했다. 1부 전시에서는 ‘쌀 소비 절약에 관한 담화문’이 눈길을 끈다. 현재 쌀 소비가 줄어 정부와 농민이 고심하는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인기 중국집인 신락원
인기 중국집인 신락원.

고도성장을 시작한 1970년대부터는 배를 채우는데서 벗어나 맛을 즐기는 외식 문화가 자리잡게 된다. 88올림픽 전후로는 자동차 판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가정마다 승용차를 보유하며 이른바 ‘마이카 시대’가 열린다. 이로 인해 여가 문화가 확산된 데다가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육류 소비도 본격화됐다. 전반적인 생활수준이 높아지며 고속도로가 전국 구석구석으로 뚫리면서 식재료 유통이 원활해지고 국내 식품산업도 발달했다.

‘나누는 식탁’에서는 이 시기에 호황을 누렸던 고기 음식점을 되돌아본다. 정원을 내부에 조성한 식당인 ‘가든형 음식점’이 1970년대 후반 점차 늘어났고 서울 외곽에도 이같은 음식점이 들어섰으며, 양재와 태릉 일대에서는 숲속에 고기구이집을 차리고 외식을 원하는 손님들을 맞았다. 전시에서는 배밭의 평상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태릉 갈빗집 공간을 재현했다.

또 도심 개발과 함께 지역별로 ‘먹자골목’도 들어섰다. 1970년말~1980년대 초반 국회의사당 건설과 금융산업 지구가 조성됐고, 인근에는 자연스레 외식 업소가 밀집된 ‘먹자골목’이 생겨났다. 새롭게 떠오른 지역에서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어 먹자골목은 시민들에게 인기가 컸다.

마지막 공간인 ‘즐기는 식탁’에서는 세계 각국의 메뉴가 서울에 유입되면서 취향이 다양해진 외식문화를 다룬다. 1990년대 들어선 더이상 가족 외식이 특별한 것이 아니었고 대학생과 직장인, 가족 동반으로 외식의 소비층이 확대됐다. 무엇보다 세계화의 영향으로 외국인들의 거주와 관광 체류도 활발해졌다. 이를 통해 서울에서도 외국에서나 먹을 수 있던 음료, 주류를 맛볼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됐다. 전시에서는 건대의 양꼬치 거리 자료를 제시해 서울의 세계화 과정에서 생겨난 외식 환경 변화를 다룬다.

또 ‘국민건강영양조사(2019)’와 식품소비형태조사(2018)를 시각화한 자료도 인상적이다.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민 3명 중 1명은 매일 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23.5%, 남성은 37.5%로 남성의 외식 비율이 더 높았고, 12~18세의 절반인 48%가 하루 1회 이상 외식한다고 응답한 점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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