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자원봉사, 조정과 통합·표준화된 관리체계 마련하자”
“노인자원봉사, 조정과 통합·표준화된 관리체계 마련하자”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10.16 16:53
  • 호수 1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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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할 수 있다’ 자신감 갖고 새 의미 부여해야…



노인 사회참여 활성화 방안은?    은퇴 후 맞는 노년기는 더 이상 ‘쉬는 시간’이 아니다. 고령화와 함께 양질의 의료 및 복지서비스가 제공되고 있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평균수명도 늘어 은퇴 후 길게는 30여년의 여생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제2, 제3의 인생’으로 표현되는 노년기가 인생의 황금기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노년층의 다양한 사회참여활동이 적극 장려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인인구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나 노인들은 여전히 갈 곳 없고, 할 일 없는 사회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10월 8일 ‘노인 사회참여 활성화 방안’ 포럼을 개최, 대안을 모색했다.


국가차원서 ‘중심 부처’에 대한 합의와 공감 필요

이날 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한 서울대 최성재 교수(사회복지학)는 노인의 사회참여 필요성에 대해 △생활만족도와 삶의 질 향상 △성공적 노화의 중요 요인 △건강 유지·향상 △노년기 발달과업 수행에 기여 △개인 성장 촉진 △관계망 유지에 기여 △노인의 사회적 통합 증진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 △고령화 사회에 대한 주요 대응책 등을 꼽았다.

이어 노인의 사회참여 증진을 위해 노인 개인과 가족, 사회가 먼저 해결해야할 과제로 첫째, 노인자신이 부정적 자기낙인을 벗고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것, 둘째, 노인 스스로 퇴직 후의 노년기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수용할 것, 셋째 중년기부터 사회참여 습관을 길러둘 것, 넷째, 노인 스스로 새로운 변화의 시도를 하도록 가족이 격려하고 관련 정보와 기회를 찾아 줄 것 등을 제시했다.

최 교수는 또, 노인의 사회참여를 위한 사회적 과제에 대해 △노화와 노인에 편견 해소를 위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노력 △국가나 사회가 노인의 사회참여 기회 적극 제공 △노화와 생산성에 대한 과학적 연구 지원 △노후준비와 노후생활 전반에 대한 체계적 교육기회 제공 △사회 지도층 노인의 사회참여에 대한 관심과 지원 △고령화 사회에 대한 사회전체의 새로운 비전 공유 △노인사회참여 증진 활동을 전담하는 공적 기구 설립 등을 언급했다.

남서울대 최소연 교수(사회복지학)는 ‘시민 자원 봉사활동을 통한 노인사회참여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노인의 사회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민간차원의 노력만으로는 실효성을 얻기 어렵다”며 “노인의 사회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소연 교수는 “노인복지법상에 명시된 ‘지역사회봉사’에 대한 조항은 노인의 사회참여를 위한 시민봉사의 활성화를 가능케 하는 기반”이라며 “무보수성과 이타성에 초점을 둔 자원봉사는 물론, 지역사회의 공공서비스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가능케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인복지법이 제시하고 있는 지역사회 봉사활동에 있어 노인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이 법에 기조를 둔 보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시행령, 혹은 노인 사회참여 활성화 진흥을 위한 새로운 법안이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소연 교수는 노인자원봉사 행정체계와 관련해 도출된 문제점도 지적했다.
이에 관해서는 “우선, 노인 자원봉사와 관련해 다양한 단체가 각기 활동하고 있어 유기적인 협력체계가 형성지 않을 경우 자원봉사 전달체계상의 비효율성은 물론 단체 간 이해상충이나 관리체계의 비표준화로 인한 노인 사회참여 활성화 방안 차이 등이 발생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최소연 교수는 또, “여러 관련 단체에서 각기 다양한 접근방식으로 자원봉사의 모집, 배치, 교육, 활동 등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어 표준화된 자원봉사관리체계가 부재하다”며, “여러 중앙부처에서 업무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부처간의 중복문제와 그로 인한 의견 조율문제, 통합적으로 접근돼야 하는 부분의 세분화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지방분권화로 인해 각 시도별로 자원봉사센터와 민간단체가 활동하므로 지역특성에 부합하는 접근은 가능하지만, 이러한 분권화는 지역성에 초점이 맞춰져 오히려 광범위한 지역사회의 응집력이나 시민의식의 고취, 자원봉사활동의 전반적인 효과 측정이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노인 자원봉사와 관련된 여러 단체와 부처의 존재는 프로그램 수행과정 전반에 비효율성, 일관성의 부족, 비체계성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소연 교수는 “민간단체 중심의 자원봉사활동의 경우 여러 단체들의 조정과 통합적인 접근에 있어 연계의 중심성을 누가 가져야 되는가에 대한 합의를 거쳐야 할 것이며, 표준화된 관리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보다 세부적으로는 국가차원에서 노인의 사회봉사활동을 통한 사회참여 활성화 방안과 관련, 어떤 부처가 중심성을 가져야 되는가에 대한 합의와 공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자원봉사를 통해 적극 사회활동을 개척하는 어르신들도 적지 않다. 공부방에서 어린이들을 지도하거나 노인인식개선사업에 앞장서는가 하면 지역사회 각종 모임에서 경륜과 지혜를 나누는 어르신들이 대표적이다. 작은 일이라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어르신들이 참여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공부방과 노인인식개선사업을 통해 ‘선생님’으로 활동하는 어르신들을 만났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 시니어선생님들이 방과후 공부방을 찾은 어린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있다. .
김원남(72) 어르신은 지난 4월부터 서울 동작구 작은사랑 지역아동센터에서 시니어선생님으로 활동한다. 그는 이곳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이 풀어 놓은 문제들을 채점하고, 숙제를 돕는다.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뒤에는 깔끔하게 정리정돈을 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김 어르신은 “젊은 시절 호텔에서 근무한 뒤 개인 사업을 하다 1년 전 퇴직했다”며 “일손을 놓자 일하고 싶은 갈증이 심해졌고, 일자리를 찾고자 구청에 갔다가 ‘방과후 공부방 시니어선생님’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방과후 공부방 시니어선생님’은 한국씨니어연합이 지난 4월부터 추진하는 노인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현재 120여명의 어르신들이 서울 동작구 지역 15개 공부방과 아동복지센터 등에서 공부는 물론 간식도우미, 청소 등 보조 선생님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일주일 2~3일, 하루 3~4시간씩 활동을 하며 2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하지만 활동 시간이 아니더라도 일손이 부족할 때는 돕기를 자처한다.

어르신들은 시니어선생님이 되기 위해 수 십 시간의 소양교육은 물론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갖고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시니어 선생님들의 활약으로 공부방 분위기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공부방 선생님들은 부족했던 일손이 충원되면서 어린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게 됐고, 말썽꾸러기로 불리 던 어린이가 어르신의 사랑을 받아 마음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보조선생님 활동이 쉽지만은 않았다. 김동명(62)씨는 “처음엔 공부방 측에서 노인들이 보조교사로 활동한다고 했을 때 반가움보다 우려하는 분위기가 더 깊었다”며 “하지만 묵묵히 맡은 일을 해내는 모습을 보고 지금은 서로 고충도 털어 놓는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은 시니어선생님 활동을 하면서 삶에 대한 보람을 찾았다고 말한다.

신명순(62)씨는 “보는 사람에 따라 20만원의 보수가 적은 금액으로도 볼 수 있지만 노인들에게는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며 “무엇보다 이 나이에도 일을 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윤숙현(62)씨는 “특별한 경력이 없이도 아이들을 키운 경험을 바탕으로 일을 할 수 있어 내게 안성맞춤이다”며 “내 손자손녀처럼 예쁜 아이들을 돌보다 보니 건강은 물론 삶에 대한 보람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시니어선생님은 이 같은 호응에 힘입어 당초 올 10월까지 계획 마무리 할 예정이었으나 반응이 좋아 2달이 연장 돼 올 12월까지 진행된다.


▲ ‘시니어 러브 스쿨’ 강사 어르신이 학생들에게 노인인식개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노인들의 생활이 얼마나 불편하고 힘들지 알 수 있었다. (노인유사체험을 했을 때) 앞도 안보이고, 감각도 없고, 걷기도 힘들어 불편했다. 앞으로 노인들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전처럼 피하거나 싫어하지 말아야겠다. (…) 이하 생략”

서울 강남구 대왕중학교 2학년 위현지(15) 학생이 10월 9일 어르신 선생님들로부터 노인인식개선 수업을 듣고 난 소감문이다. 위 학생은 이날 일일 강사로 나선 조재희(65) 어르신을 통해 2시간 동안 노인의 신체적 특성 등 다양한 수업을 들었다.

위 양은 “보조기구를 착용한 채 노인이 돼 보는 ‘노인유사체험’을 통해 어르신들이 얼마나 불편한 생활을 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이 능동적인 사회참여를 위한 활동으로 청소년과 시민들에게 노인인식 개선을 위한 강사로 나서 화제다. 서울 강남구노인복지관 ‘시니어 러브 스쿨’(Senior Love School) 소속 30여명의 어르신들이 그 주인공.

60~70대 전직 교사, 회사원 등으로 구성된 이들은 지난 9월부터 모두 5차례 교육을 받은 뒤 10~11월 2달 동안 초·중·고등학교와 지역사회 등을 방문해 하루 1~2시간씩 강의를 펼친다.

강의는 노인심리특성 이해, 효 사상, 닮고 싶은 노인 상 등이 담긴 노인인식개선 영상물 시청을 비롯해 노인유사체험, 인식개선 퀴즈 등으로 이뤄졌다.

이 프로그램은 아동·청소년 및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교육과 체험을 통해 노인에 대한 인식개선 확산은 물론 노인과 젊은 세대 간의 교류를 증진코자 마련된 것.

이날 어르신들은 학생들에게 그동안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었던 인식들을 변화시키고자 다양한 교육을 실시, 호응을 얻었다.

특히 이날 학생들은 보조기구를 착용해 직접 노인이 되는 노인유사체험을 통해 노인의 신체적 불편함을 몸소 경험했다.

이날 수업을 들은 정수민(14·1학년) 학생은 “노인이라고 하면 외로움, 소외감 등 부정적인 단어들이 먼저 떠올랐다”며 “하지만 강의를 듣고, 직접 노인이 돼 보니 어르신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대기업 사장과 이사장을 퇴임한 김태훈(74) 어르신은 “그동안 나와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살았다면 앞으로는 남들을 봉사하며 살고 싶어 도전하게 됐다”며 “손자 손녀뻘 되는 학생들에게 노인들의 신체변화와 노화현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바람직한 노인상을 정확하게 전달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전직 교사출신인 조재희(65)씨는 “많은 학생들이 노인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는 글을 봤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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