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 준비됐나요? ➎· 끝] 노인 연령대별 ‘맞춤형 교육·체육’ 갖춰야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 준비됐나요? ➎· 끝] 노인 연령대별 ‘맞춤형 교육·체육’ 갖춰야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4.02.02 10:56
  • 호수 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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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전용체육시설 사실상 전무… 파크골프장 등 늘었지만 아직 태부족

노인대학 등 만족도 높지만 전문성 낮아… 대학 평생교육원  활용해야

부족한 노인 전용체육시설 확보와 함께 연령대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대학 평생교육원을 통한 교육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노원구가 지역 대학 평생교육원과 함께 운영한 ‘어르신 행복대학’ 수료식
부족한 노인 전용체육시설 확보와 함께 연령대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대학 평생교육원을 통한 교육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노원구가 지역 대학 평생교육원과 함께 운영한 ‘어르신 행복대학’ 수료식.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 내년에 65세가 되는 신현수 씨는 은퇴 후 노인복지관을 찾았다가 ‘드론’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싶었지만 복지관에서는 어려웠고 수소문 끝에 대학교 평생교육원 자격증 과정에 도전하게 됐다. 구순을 넘긴 최인화 어르신은 매주 노인대학에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동년배들과 노래 부르며 교양‧상식을 듣는 것만으로도 큰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65세 이상부터 노인으로 분류한다. 즉, 65세와 90세 모두 ‘노인’이지만 실제로는 한 세대 차이가 난다. 이런 차이는 노인 체육과 교육에서 큰 격차를 발생시킨다. 현재 60대의 경우 고등학교뿐 아니라 대학교까지 졸업한 노인이 많은 반면에 80대 이상의 경우 여전히 한글을 못 읽는 어르신이 상당수 존재할 정도로 교육 격차가 크다. 또 60대 노인은 축구, 배드민턴 등 고강도 운동을 할 수 있는 신체적 능력을 갖춘 반면 80대 어르신은 이런 운동이 어렵고 게이트볼, 파크골프 등이 적합하다. 문제는 이러한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모두 ‘노인’으로 분류해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프라 부족한 노인 체육

특히 노인 체육의 경우 인프라부터 척박하다. 2021년 기준 문화체육관광부의 전국 공공체육시설은 3만3729개소이지만 노인체육을 위한 시설은 별도로 구분돼 있지 않다. 이중 노인이 주로 이용하는 게이트볼장은 1892개소이고, 그라운드골프장과 파크골프장을 더해도 600여개에 불과하다. 노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체육시설 비중은 8%도 채 되지 않는 것. 

어르신들이 기존 체육시설을 이용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일반 체육시설은 나이 구분 없이 전 세대가 이용할 수 있다. 가령 지역 배드민턴장에 가더라도 젊은 사람들과 함께 운동해야 한다. 문제는 노인과 젊은 사람들의 운동 강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젊은 사람의 운동 강도에 맞추게 되면 부상을 당할 위험이 큰 데다가 젊은이들은 어르신들과 운동하는 것을 꺼린다. 즉, 80대 중후반 어르신들이 일반 체육시설을 이용한다는 것은 거의 힘들다.

노인복지관이 당구, 탁구대 등을 갖추고 있지만 시‧군‧구별로 1~2개 존재해 접근성이 떨어지고, 동네마다 위치한 경로당의 경우 체육시설을 갖춘 곳이 거의 없고 거실조차 비좁아 프로그램 운영이 어려운 곳이 많다. 

한 어르신이 서울의 파크골프장에서 파크골프를 즐기는 모습.
한 어르신이 서울의 파크골프장에서 파크골프를 즐기는 모습.

파크골프의 인기와 어르신 체육시설 필요성에 공감한 지자체들이 파크골프장 건설과 어르신 놀이터 확대에 나서는 건 반가운 추세다. 하지만 일부 어르신 놀이터는 60대가 운동 효과를 거둘 수 없는 기구를 설치한 데다가 80대 중후반 노인들이 걸어서 접근하기 힘든 곳에 조성해 양쪽 모두에게서 외면받는 체육시설로 전락하고 있다.  

이에 노인회에서는 2025년 초고령 사회에 대비해 정부와 지자체에서 이제라도 체계적으로 권역별 또는 시군구별로 노인전용체육시설 설치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고광선 서울연합회장은 “서울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WHO 고령친화도시’ 인증 획득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노인전용시설 조성은 미흡하다”면서 “세계 10위 경제대국이면서 선진국인 대한민국 수준에 걸맞게 노인 생활체육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수준별 다양한 학습욕구 충족을

노인 교육의 경우 전국 노인회에서 운영하는 노인대학과 노인복지관 프로그램이 큰 역할을 하고 만족도가 높지만 고학력을 갖춘 베이비부머들이 배울 만한 내용이 없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노인회 부설 노인대학이 매년 지원 받는 예산이 한 곳당 2000만~4000만원 선으로 알려졌다. 매주 1~2차례 수업을 진행하는데, 지역 명사들의 교양강좌와 노래교실, 댄스교실 등 각종 여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수강료도 거의 받지 않고 식사까지 대접해 많게는 100명 내외로 수강하는 등 비용 대비 효율은 높다. 다만 워낙 예산이 적어 전문성 있는 교육 제공이 어려운 탓인지 젊은 노인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는다. 취미 프로그램 위주로 구성된 노인복지관도 AI, 코딩, 드론 등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점차 늘리고 있지만 전문성 있는 교육 제공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학생 정원 감소로 인해 존폐 위기에 놓인 대학교의 평생교육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연령대별 노인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실제 서울 노원구는 지난해 7월부터 6개월간 한국성서대학교 평생교육원과 손잡고 ‘노원어르신행복대학’을 시범적으로 운영했다. 교육은 집중 과정과 심화 과정으로 나뉜다. 집중 과정에서는 우쿨렐레 교실, 방송·영화로 배우는 영어, 영양 관리&베이킹 등 9개 수업을 단기간(5일)에 실시했다. 심화 과정에서는 개인정보보호·보이스피싱 예방, 마음 테라피, 생활·여행 영어 등의 프로그램을 회차별 2시간씩 2~4회차로 진행했다. 

시범운영이었지만 30여명의 수강생들이 여러 과목을 골고루 들으며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강혜경(67) 씨는 “건강 악화로 갑자기 은퇴한 후 힘든 시간을 보내다 어르신행복대학을 통해 영어, 요리 등을 들으며 활력을 되찾았다”며 “내년에도 신청해 제빵 등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원구는 시범사업 결과를 검토해 올해에는 인원수와 강좌 과목 등을 늘리고 검정고시, 역사, 철학 등의 인문 강좌를 여는 등 확대에 나선다. 노원구 관계자는 “앞으로도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 다양한 배움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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