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성 대한노인회 경북 청도군지회장 “노인은 잠이 없어…경로당 회장에게 뭘 해줄까 고민하다 날 새기도”
황윤성 대한노인회 경북 청도군지회장 “노인은 잠이 없어…경로당 회장에게 뭘 해줄까 고민하다 날 새기도”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4.02.02 11:09
  • 호수 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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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날 행사에 온돌매트 140개(2500만원 상당) 선물로… 반응 ‘최고’

사비로 53명에 장학금… 경로당 회장 통해 ‘고맙다’는 말 들으면 보람도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자나 깨나 노인복지 증진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노인회장이 있다. 황윤성(85) 대한노인회 경북 청도군지회장은 1월 29일 ‘백세시대’와의 인터뷰에서 “밤에 잠이 안 오면 여러 가지 궁리를 한다”며 “노인들에게 무얼 주면 좋을까 그걸 연구하다가 날을 새우곤 한다”고 말했다. 

황 지회장의 헌신적인 노력은 노인의 날 같은 대규모 행사에서 유감없이 드러난다. 황 지회장은 “2022년에 행사 준비하는 걸 보니 선물이 별로 없더라. 농협지부장하고 산림조합장에게 협조를 부탁해 농약분무기를 30대(대당 15만원 상당) 협찬 받아 참석한 노인들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물론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듬해 2023년 노인의 날 행사 때는 동절기 노인의 필수품 중 하나인 온돌매트도 골고루 나누어줬다. 

황 지회장은 “귀뚜라미 보일러를 하는 이가 초등학교 동기라 그에게 전화를 걸어 협조를 부탁하자 바로 온돌매트 140개, 2500만원어치 상당의 물품을 협찬해줬고, 참석한 노인들에게 그걸 싹 다 드렸다. 그걸 써본 노인들로부터 ‘방에 깔고 온도를 맞춰놓고 스위치만 켜면 뜨듯해지니 참 좋다’는 말을 들었다”며 활짝 웃었다.

황 지회장은 그밖에 사비로 53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경북 청도 군민은 4만2000여명, 노인인구는 1만7300여명이다. 청도군지회에는 10개 읍면 분회, 318개 경로당, 회원 1만3300여명이 있다. 황윤성 지회장은 도의원 3선, 도의회 부의장 출신이다. 민주평통·바르게살기운동 청도군회장을 지냈다. 대한노인회 청도군지회 감사를 거쳐 2022년 3월에 치른 16대 청도군지회장 선거에 단독으로 나서 당선돼 현재에 이르렀다. 국민훈장 석류장, 대통령 표창(2회), 경북도지사 표창 등 수상경력이 화려하다.

-취임 2년째이다. 그간의 성과라면. 

“올해부터 분회장 10만원, 사무장 5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할 예정이다. 도내 22개 시·군에 군 단위로는 우리가 5번째이다. 청도군수께 이 자리를 빌려 거듭 감사 말씀을 드린다.” 

-경로당활성화사업으로 추진 중인 ‘경로당 행복 선생님’이 경북의 대표적인 노인복지 중 하나이다.

“지난해 청도군지회가 경로당 행복 선생님 평가에서 최우수기관상을 수상했다. 25명의 선생님들이 경로당을 순회하며 요가·노래·체조 등 각종 프로그램과 교육을 진행하고, 시설 점검도 하고, 지회와 경로당 간의 소통에도 힘쓰고 있다.”

-해마다 노인의 날 행사를 성대하게 치른다. 작년의 경우 분회장과 경로당 회원이 김하수 청도군수에게 전달한 ‘노인복지기금’이 궁금하다.

“노인복지기금은 경로당을 비롯 관내 기관, 단체, 개인 등이 얼마씩 성금을 모아 다양한 노인복지에 쓰는 공공의 자산이다. 목표가 50억원이고 현재 40억원을 모았다. 군청에서 관리하고 이자로 사업을 하며, 노인복지기금과 장학기금 두 가지가 있다.”

황윤성 청도군지회장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왼쪽 끝이 장용석 사무국장.
황윤성 청도군지회장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왼쪽 끝이 장용석 사무국장.

-경로당 현안은 무엇인가.

“경로당을 다녀보니 단합이 급하다는 걸 느꼈다. 일부지만 회장, 총무, 회원 간 화합이 안 되고 있더라. 나이순으로 회장을 맡아오던 관례라는 이유로 90넘은 이가 회장직을 수행하는 것은 무리다. ‘젊은 노인’이 경로당을 맡아 쇄신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경로당에만 국한된 게 아니고 연합회 차원에서도 신중히 검토할 문제다.”

-작년까지만 해도 많은 일자리를 수행했다. 특색 있는 일자리는 무엇이었나.

“환경보호와 자원순환의 취지로 종이팩 재활용 활성화 활동을 했다. 협약업체 커피숍에서 종이팩을 수거해 세척, 건조 작업 후 제지업체 및 지자체를 통해 휴지로 교환하여 취약계층에게 무료로 나눠주었다.”

커피찌꺼기활용, 의약품 수거 등 친환경 일자리도 시행했다. 군내의 커피숍에서 커피찌꺼기를 수거해 반죽과 모양내기, 건조 작업을 거쳐 친환경생활탈취제로 만들어 취약계층과 지역주민에게 무료로 제공한 것이다.   

-지회 사무실이 비좁아 보인다.

“노인복지관의 일부를 쓰고 있다. 조만간 시니어클럽이 이전하면 그곳을 리모델링해 사용할 예정이다.”

-사비로 장학금을 주었다고.

“과거 건축자재상과 레미콘회사를 경영했다. 청도가 새마을운동 발상지로 알려져 있다. 때마침 마을정비사업과 맞물려 우리 회사가 급성장을 했다. 철도변의 마을 지붕과 담을 개량하는 데에 우리 자재가 공급됐다. 그렇게 해서 모은 돈으로 학생들의 입학금과 등록금을 대줬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 중에 성공한 이들이 꽤 많다.”

-수혜 학생들이 성공한 뒤 어떤 보은을 하지는 않았는지.  

“개중에 서울의 상위권 대학을 나와 정부기관에서 일하는 이도 있고, 학교 교장도 있고, 검찰도 있다. 그들이 30만원, 20만원 씩 보내와 매달 제 통장에 100만원씩 쌓인다. 지회장 되고나서 기분 좋고 보람을 느끼는 일 중 하나가 당시의 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해들을 때이다. 수혜 학생의 학부모가 경로당 회장을 통해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기도 한다.”

-잠자리에서도 노인복지를 구상한다고.

“젊었을 적 사업 할 때도 노인을 존경하고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의용소방대 부대장을 19년간 하면서 노인들을 섬겼고, 청도군노인회 설립 당시에도 힘을 보탰다. 추어탕음식점에서 만나는 노인들마다 식사 값을 대신 지불했다. 주민들의 집과 담에 우리 자재를 써준 것에 대한 보답의 차원이기도 했다(웃음),”

-훈장을 비롯해 많은 상을 받았다. 

“청소년선도와 갱생보호에 헌신했다고 법무부장관상을 여섯 번 받은 기억이 있다. 사회봉사를 많이 하고 노인을 공경해서 주었다고 생각한다.” 

-삶의 신조는 무엇인가.

“거짓말 안하고, 좋은 일만 많이 하겠다, 옳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잊은 적이 없다.”

-양재경 경북연합회장도 도의원에, 청도군지회장 출신이다.

“그분이 도의원을 저랑 같이 했다. (양 회장이)학벌도 좋고 경제력도 좋다. 그 시절에는 선거에서 경쟁하며 대립하던 관계였으나 노인회에 들어와선 협조하며 잘 지내고 있다(웃음).”

황윤성 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경로당 회장의 사기 진작과 노고에 보답하기 위해 어떻게든 도움이 되는 사업을 구상 중”이라며 “생일을 맞은 회장들을 찾아가 생일 축하금을 드릴까, 경로당에서 국수를 곁들여 간담회를 실시해볼까, 여러 가지를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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