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김작가의 웃으면 젊어져요 15] 설 설 설
[백세시대 / 김작가의 웃으면 젊어져요 15] 설 설 설
  • 관리자
  • 승인 2024.02.02 11:24
  • 호수 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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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또 설이 찾아왔다. 전설의 여운이 그대로 남아있는데 말이다. 아, 전설이 뭐냐구? ‘지난해 설날’을 두 자로 줄인 것이다. 지난주에 먹은 비빔밥을 ‘전주비빔밥’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10살이니 80살이니 하는 나이 세는 단위가 원래는 ‘설’에서 출발했다는 게 재밌다. 예전에는 열설, 여든설…. 이렇게 불렀다는 것. 여러분은 몇 설이신가?

가장 즐거운 민족 대명절, 설. 그런데 자칫 설날이 개인에 따라 짜증이 나는 수도 있다. 집을 찾는 가족과 친인척들에게 어른들이 잘해야 한다. 

‘갓난아기’는 이런 설이 싫다. 배고파서 우는데, 엄마젖이나 우유는 안주고, 어른들이 쭉 둘러앉아서 기저귀 풀고 고추만 구경할 때.

‘초등학생’, 10살이 안 됐으나 알 것은 다 안다. 그런데, 친척 중 누가 불쑥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같은 유치한 질문을 할 때.

‘중학생’, 여러 사람 앞에서 “반에서 몇 등 하냐?”고 물어볼 때.

‘고등학생’, 촌수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를 꼬맹이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컴퓨터 점령하고, 방까지 차지해서 집안의 내 공간이 없어져 버렸을 때.

‘재수생’, 시험 망쳐서 코가 석 자나 빠져 있는데, 형인지 삼촌인지 모를 누군가가 “이번 수능은 무지 쉬웠다며?” 이런 말을 할 때.

‘현역군인’, 작년 설날에 나오고 1년 만의 휴가인데 “너 휴가 자주 나오는구나!”라고 말할 때.

‘복학생’, 군 제대해서 이제 3학년인데 “아직도 학생이니? 도대체 학교는 몇 년씩을 다니냐?”고 할 때.

‘백수’, 하루하루가 괴로운데, “요즘 뭐하냐?”고 물으면서 한심하다는 눈길을 보낼 때.

‘실연남’, 바로 얼마 전 여친에게 차였는데 “너도 이제 결혼해야지!”라고 할 때. 약 오른다.

‘신혼부부’, 자고 가는 사람이 많아 각방 써야 할 때.

‘아저씨’, 고스톱에서 계속 피박 쓸 때.

‘노인’, 손주놈들, 세뱃돈만 강탈해간 후 지들끼리만 놀고 왕따시킬 때.

‘신입생’, 모처럼 목돈 좀 만져보나 했는데, 엄마가 세뱃돈 전액을 학비에 보태야 한다며 뺏어갈 때.

설거지는 되지 말아야 하는데…! 설에 돈도 없고, 사람들도 못 만나 거지가 되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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