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중풍 노인들, “내 몸은 내가 지킨다”
당뇨·중풍 노인들, “내 몸은 내가 지킨다”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10.22 11:33
  • 호수 1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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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활동하며 꾸준한 식이요법·운동 실천
▲ 당뇨·중풍인 건강행원 동아리 어르신들이 10월 19일 센터 중앙공원에서 건강검사를 받기 위한 어르신들의 검진을 돕고 있다.
홍산주(71) 어르신은 23년 전 당뇨를 앓기 시작됐다. 그 후유증으로 치아도 빠지고 눈도 나빠져 안과 수술만 7번이나 받았다. 당뇨에 이어 2004년 신장에 이상이 생긴 뒤 황달이 시작돼 얼굴이 누렇게 뜨고 부어올랐다. 오른쪽 손은 마비가 와 물건을 잡을 수도 없었다.

도저히 일상생활을 할 수 없자 결국 병원에 입원을 했다. 병원생활은 힘들고 답답했다.

홍 어르신은 “이렇게 사느니 걷다가 죽겠다”는 생각으로 병원을 나왔다. 어떻게든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서울노인복지센터를 찾아 자원봉사자에 지원했다.

봉사자로 활동하던 중 홍 어르신의 상태를 알던 직원의 권유로 2007년 ‘당뇨·중풍인 건강행원 동아리’와 인연을 맺게 됐다.

홍 어르신은 동아리활동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했다. 한 공기 가득 담았던 밥을 1/4로 줄이고, 흰쌀밥 대신 잡곡밥을 먹는다. 더 이상 육식반찬은 찾아볼 수 없다.

그 결과 380~400을 오가던 당 수치가 현재 150~160까지 낮췄다. 6~7가지 복용하던 약물도 2가지나 줄였다. 황달증상은 말끔히 없어졌다. 철저한 식단조절과 규칙적인 운동의 결과였다.

홍 어르신은 “내 증상을 지켜보던 담당의사가 지금의 모습을 보고 기적이라고 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며 “동아리 활동을 통해 얻은 지식과 정보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당뇨·중풍인 건강행원 동아리’에는 홍 어르신처럼 당뇨나 중풍을 앓는 어르신 3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2008년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이 동아리는 기존 센터가 실시하던 건강교육을 받던 어르신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만들어졌다.

이들은 월·목요일 일주일에 2차례씩 모임을 갖고, 정기적으로 전문 강사를 초빙해 각종 건강교육을 비롯해 상담, 식사관리, 건강검사,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건강수첩을 이용해 하루 섭취량과 음식종류를 적도록 해 식품의 영양성분을 분석, 몸에 맞는 식이요법을 권한다.

특히 의사, 간호사나 영양사 등 전문가와 1대1을 통해 건강관리가 이뤄지는 것은 물론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동년배들과 함께 운동도 하며 정보를 교환, 공유하면서 건강이 호전된 어르신들도 적지 않다.
꾸준한 동아리 활동을 통해 복용하던 약을 더 이상 먹지 않는 어르신들도 생겼다.

지난해 4월부터 동아리 활동을 하기 시작한 홍정표(86) 어르신은 지난 5월부터 매주 2~3차례 복용하던 당뇨 약을 끊었다. 당뇨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의사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홍 어르신은 “8년 전부터 당뇨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했었다”며 “하지만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즐겨 먹던 술과 담배도 줄였더니 정상수치로 돌아와 건강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동아리를 담당하고 있는 최은정 간호사는 “당뇨와 중풍은 어르신들이 흔히 앓을 수 있는 질병이지만 혼자 관리하기 쉽지 않다”며 “여럿이 운동도 하고, 건강을 위한 선의의 경쟁을 통해 건강이 호전되는 어르신들이 늘어날 때 마다 뿌듯하다”고 말했다.

동아리는 앞으로 탑골공원이나 경로당 등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곳을 방문, 당뇨 및 중풍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교육자로도 활동할 계획이다.

한편, 서울노인복지센터는 10월 19일~21일 사흘 동안 센터 일원에서 어르신들의 건강에 대한 인식을 개선코자 ‘건강캠페인 및 건강관리 체험활동’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건강강좌를 비롯해 신체측정, 기초건강검사, 발마사지, 레크리에이션, 건강음식 시식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날 당뇨·중풍인 건강행원 동아리 어르신들이 주도적으로 나서 캠페인을 이끌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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