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덕규 대한노인회 강원 춘천시지회장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즐거운 경로당으로 만들겠다”
송덕규 대한노인회 강원 춘천시지회장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즐거운 경로당으로 만들겠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4.02.23 13:47
  • 호수 9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로당 회장 활동비 대폭 인상·총무 수당 신설, 지회 회비 폐지 등 추진 중

성당서 지체부자유 아이 목욕 봉사… 그 마음과 자세, 노인회서도 이어가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비상한 기억력은 지도자의 필수 요건 중 하나일 수 있다. 특히 이름을 잘 기억하는 것은 조직의 통솔과 지도에 큰 도움이 된다. 

송덕규(77) 대한노인회 강원 춘천시지회장은 그런 점에서 유리한 면이 없지 않다. 송 지회장은 이름을 기억하는데 타고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가 짧은 선거 기간에, 그것도 현 지회장을 누르고 지회장에 당선된 배경 중 하나가 이 같은 특출 난 능력 때문이 아닌가 하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송 지회장은 “경로당 회장과 인사를 나누다보면 (회장)주변에 저와 인연이 닿은 이가 있게 마련이고, 그런 사람의 이름을 대는 순간 어색했던 분위기가 반전 된다”며 “그때부터 얘기가 잘 풀려나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분회장이 된 직후에 열린 회의에서 제가 ‘어디 회장님 안 왔어요?’하고 묻자 다들 깜짝 놀라더라”며 “368개에 달하는 경로당 회장님 이름을 거의 다 안다”고 말했다.

춘천시 인구는 28만7000여명, 노인인구는 5만8300여명이다. 춘천시지회에는 25개 읍·면 분회, 368개 경로당, 회원 1만5000여명이 있다. 송 지회장은 춘천농고를 나와 강원도청 농산과, 농림부 농산물검사소 등에서 근무하고, 농림식품부에서 정년퇴직했다. 퇴계동 뜨란채아파트경로당 회장, 퇴계동분회장을 거쳐 2023년 12월 5일, 제11대 지회장에 당선돼 현재에 이르렀다. 대통령 포장 및 훈장을 받았다. 

-취임 한 달이 채 안됐다. 현 지회장을 눌러 화제가 됐는데.

“먼저 회장님들의 성원과 지지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20여일 집중적으로 경로당을 돌고나니 체중이 4kg이 빠졌다(웃음). ‘눈길에 어떻게 왔느냐’고 반겨주는 회장님도 계셨고. 후보 홍보물(A4 크기, 4쪽) 제작에 심혈을 기울였다. 첫 장에 기호와 함께 ‘세대 교체’라는 캐치 프레이즈가 눈에 확 띄게 편집했고, 공약과 이력, 사진 배치 등에 신경을 많이 썼다. 상대방 홍보물과 차별화가 된다는 말을 들었다.”  

-경로당 순회 결과 느낀 점은.

“많은 회원들이 바라는 게 ‘행복도우미’ 일자리 개선이다. 행복도우미는 29만원을 받는 공공일자리로, 경로당 식사 준비부터 마무리까지의 일을 맡아 한다. 쌀과 부식은 있지만 행복도우미가 없어 식사를 못하는 경로당이 있다. 우리는 월·화·수 사흘을 식사한다. 음식 준비하고, 식탁 차리고, 설거지 하는데 3시간 갖고는 부족하다. 활동 시간을 1시간 늘리고, 그만큼 활동비를 인상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올해 역점을 두고 이 문제 해결에 매달릴 것이다.”  

-공공일자리라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거리에서 담배꽁초 등 쓰레기를 줍는 환경정화 일은 수월한 편이다. 그 일을 줄이되 그 예산을 행복도우미에 투입하는 방향으로 시와 조율 중이다.” 

-지회에 내는 회비 문제도 공약에 내세웠다.

“경로당에서 지회에 내는 연18만원의 회비가 큰 부담이다. 정부가 복지정책을 펴고 있는데 여유 없는 노인들로부터 회비를 걷는다는 자체가 불합리하다고 본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자비로 충당하는 회장님도 있을 정도이다. 회비를 받지 않으려고 한다.”

-지회 운영에 어려움이 클 텐데.

“시에다 협조를 구해야지.”

송 지회장은 이어 “무슨 이웃돕기 등 잡다한 명목으로 노인들 호주머니에서 돈을 가져가는데 이런 것도 앞으로는 없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덕규 춘천시지회장(앉은 이)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송 지회장 왼편이 최은희 사무국장.
송덕규 춘천시지회장(앉은 이)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송 지회장 왼편이 최은희 사무국장.

-노인 건강 증진도 약속했다.

“현재 게이트볼 전용구장이 없어 화천·홍천·원주 등지로 가서 경기를 하는 형편이다. 춘천시장께 게이트볼 전용구장 생기면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될 터이니 꼭 마련해달라고 요청해놓았다. 구장이 완성 되는대로 지회장배 게이트볼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경로당 회장 활동비도 언급했다.

“현재 경로당 회장에게 월 1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이를 대폭 인상하고, 총무수당도 신설하려고 한다. 총무가 현장에서 일을 많이 한다.”

-경로당 회장은 어떤 분들인가.

“교장 출신이 많고, 공무원, 이장을 지낸 분들도 있다. 회장은 교장이고, 총무는 육군 소장 출신인 경로당도 있다. 제가 스마트폰으로 안부 문자를 보내면 답변이 많지가 않다. 경로당에 스마트폰 교육의 필요성을 느낀다.”  

-대한노인회와 인연은.

“800세대 가까운 아파트 단지의 자치회장을 할 때 경로당을 방문해 회장에게 운영비를 드린 적이 있다. 경로당 회장이 제 나이를 묻더니 ‘회장을 맡아달라’고 했다. 얼마 후 회장과 총무 두 분이 차례로 세상을 떠나 경로당 문을 닫을 지경이 됐다.”

천주교 신자인 송 지회장은 신자들의 장례 절차를 돕는 선종 회장을 맡아 하면서 지체부자유 아이들 목욕도 시켜주곤 했다. 그런 봉사의 마음과 자세가 노인회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한다.  

“제가 경로당 회장하면서 2년에 걸쳐 1000만원의 지원을 받아 도배·장판 새로 하고, 낡은 싱크대를 싹 다 교체했다. 이런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한 임원이 ‘분회장을 해보라’고 권했다. 분회장 시절엔 사무실도 없어 동사무소 회의실에서 시·도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경로당 회장들과 소통하는 간담회 자리를 마련해 경로당 숙원사업을 해결하기도 했다.” 

-농산물 검사원을 오래 했다. 어떤 일이었나.

“원산지, 유통 과정 등을 속인 농산물을 색출해내는 일로 일종의 농림부 ‘사법경찰’이었다. 그 일을 하면서도 농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애를 썼던 기억이 있다.”

-어떻게 원산지 식별을 하는가.

“돼지고기의 경우 단면의 결이나 접힌 부분을 보면 육감으로 안다.” 

-삶의 좌우명은.

“역지사지(易地思之)와 함께 ‘빈이무첨 부이무교’(貧而無諂 富而無驕)를 항상 가슴에 품고 산다. 논어 학이 편에 나오는 말로 ‘가난하되 아첨하지 않고, 부자이면서 교만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춘천을 소개한다면.

“207명의 박사를 배출한 서면의 ‘박사마을’이 전국에 잘 알려져 있다. 이 마을 자식교육 열정이 남다르다. 머리에 광주리를 이고 새벽에 대문을 나서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며 자식들도 악착같이 공부했다.”

송덕규 춘천시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즐거운 경로당을 만들겠다”며 “점심 드시고 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남아서 요가, 노래 등 오락 프로그램을 즐기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